스포츠

이정협 데뷔 골, 사우디에 2대0 완승-'슈틸리케호(號) 신데렐라'인증

스카이뷰2 2015. 1. 5. 13:28

 

                           데뷔골을 넣고 환호하는 이정협.뉴시스다음사진.

 

 

 

'슈틸리케호(號)의 신데렐라'이정협의 골은 가뭄의 단비였다.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던 바로 '그 골’이었다.

이정협의 ‘번개 골’은 유연하고 날렵한 유럽식 골 스타일로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대한민국 축구는 거의 언제나 문전처리 미숙으로 실망을 안겨줘 왔다.

 

하지만 어제 남대희 김창수 이정협으로 이어진 ‘스리쿠션 세트플레이 골’은 모처럼 짜릿한 쾌감과 함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20세기형 구호마저 떠올리며 박장대소하게 했다. 중동축구팀의 '침대축구'에 늘 시달려온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선 어제 사우디전  승리가 곧 열릴 아시안컵대회에 상서로운 기운으로 작용할 것 같다. 

 

신년 초 이정협은 대한민국 평범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 '국가유공자'다. 그 골 장면을 본 시청자들에게서 솟구친 엔돌핀이야말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약'이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인들의 ‘궁중암투’같은 이야기들로 지쳐있던 일반국민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터져 나온 이정협의 벼락같은 골을 보면서 희망찬 신년 기운을 얻었을 것이다. 

 

전형적 독일인처럼 보이는 국대팀 감독 슈틸리케의 ‘안목’은 정확했다. ‘무명선수’였던 이정협을 콕 집어내 대표팀에 발탁시킬 때 타성에 젖어있던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으며 걱정했다지만 결국은 저렇게 통쾌하게 골 망을 가르는 이정협의 멋진 골을 보며 조금은 머쓱했을 것 같다. 데뷔전에 데뷔골로 이름을 날린 이정협으로선 슈틸리케가 '귀인'이 된 셈이다.

 

이정협은 지난달 제주 전지훈련 명단에 들기 전까지 연령별 대표 팀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려본 적이 없는 무명선수였다. 그야말로 ‘무명의 설움’을 절절이 느꼈을 것 같다. 오죽하면 이정협은 2013년까지 이정기(廷記)란 이름으로 활동했지만 그해 12월 작명소에서 '욕구가 충만하고 강한 성향'의 이름이라는 정협(庭恊)으로 이름까지 바꿨다고 한다. 이름 덕분인지 신년 초 매스컴을 장식하는 ‘행운의 골’을 터뜨렸나보다. 아닌게아니라 정기라는 이름보다는 정협이 조금은 더 멋스럽게 보이는 것도 같다.

 

186㎝, 76㎏의 건장한 청년이 개명까지 해가며 ‘축구선수로서의 성공’을 다짐했다는 건 예삿일은 아닌 듯하다. 그렇기에 어제같은 ‘절묘한 골’이 터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정협의 집념은 대단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선수 중 축구선수로서 성공을 위해 이름까지 바꿨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다.

 

어쩌면 이정협의 그런 집념이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전이 끝난 뒤 "이정협을 적절한 시점에 투입한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상대 진영에 침투하는 등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학연 지연’ 따위에 얽매이지 않은 독일인 슈틸리케 감독이 발탁한 ‘신데렐라’ 이정협의 ‘신년 골’은 그 순간을 TV로 지켜본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크나큰 ‘신년 축하 선물’이 된 셈이다. 곧 열리는 아시안 컵에서 이정협의 또 다른 골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