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손흥민이 또 울었다. 이번엔 기적같은 승리를 이뤄낸 뒤 쏟아낸 벅찬 감동의 눈물이어서 더 아름답고 뭉클했다. 스물여섯 한창 푸른 청년의 눈물은 감정의 전염이 크다. 러시아 현장의 우리 응원단이나 광화문광장 청년들이나 집안 거실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세계 최강 독일축구를 몰락시킨뒤 솟구친 기쁨과 16강 좌절의 회한이 교차된 눈물이었기에 그만큼 더 호소력이 컸다.
오늘 새벽 세계 최강 독일축구를 통쾌하게 몰락시킨 우리 국대팀 선수들의 선전은 더 이상의 상찬이 필요치 않을 만큼 훌륭했다. 오죽하면 네티즌들은 '이거 실화냐'라고 외쳤겠는가 말이다.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았던 우리 국대팀의 '마지막 6분' 골 러쉬는 오랜만에 축구보는 희열을 선사했다.
한동안 한국 축구는 외면했었다. '너를 마지막으로 내 청춘은 끝이 났다'는 조용필 노래처럼 박지성을 끝으로 나의 '한국 축구 보기' 취미는 한때 중단됐었다. 그만큼 우리 축구에 대한 실망이 컸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신태용이라는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았고, 신예 선수들에대한 매력도 크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보지 않았다. 더구나 두번이나 패널티 슛으로 멕시코와 스웨덴에게 졌다는 보도에 화마저 났었다. 패널티로 지는 것이야말로 실력부족 아닌가 말이다.
그렇기에 어젯밤 독일전을 처음엔 보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독일 선수들의 몸값만해도 1조 1천억이고, FIFA랭킹 1위에 지난 월드컵 우승팀, 게다가 돈 좋아하는 도박사들이 한국이 2대0으로 독일을 이기는 것보다 독일이 7대0으로 한국을 이기는 확률이 더 높다는 치욕스런 예측 보도를 보는 순간 아무래도 이번 경기는 봐줘야겠다는 오기마저 들었다. 오랜만에 '청춘시대'로 돌아가 심야에 열린 대 독일전 관전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온갖 비관적인 예측이 쏟아져 나왔지만 도박사들의 모욕적인 예측과 우리 국대팀에 대한 연민 탓인지 뭔지는 몰라도 아무래도 우리가 2대0으로 이길 것 같다는 희망섞인 예감을 동반한채 그야말로 몇 년 만에 심야 브라운관 앞에서 시선을 고정시켰던 것이다.
나이탓인지 아무래도 극한의 마음졸임 순간은 이젠 더 이상 맛보고 싶지않다는 생각이 줄곧 들 만큼 독일과의 전투는 치열했다. 전반을 0대0으로 마치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마저 내쉬었다. 우리 선수들은 그야말로 '악착같은 투혼'으로 독일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독일선수들의 오만했던 표정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선수들의 얼굴에선 어느새 패색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저 정도면 들어가야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소위 골 결정력은 허술했다. 우리만 골 결정력이 약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거미손 골키퍼 조현우의 맹활약으로 우리 선수들은 공격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만큼 조현우의 활약은 기대밖으로 탁월했다.
추가 시간 6분을 남겨놓고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비수 김영권이 수비의 영역을 넘어서 골 대 앞에서 슛을 날렸고 그게 독일선수 발을 맞고 골망을 갈랐다. 그런데 90분 내내 우리팀에게 노골적인 편파판정을 일삼던 '그라운드의 독재자'미국 주심은 이걸또 뭐 오프사이드라나 뭐라나...그래도 구세주 같은 VAR판독이 우리 편이어서 '천금 같은 한 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불과 2분후 우리의 에이스 손흥민이 공이 빠르냐 내가 빠르냐 내기라도 하는 듯 볼과의 질주 끝에 여지껏 볼 수 없었전 아주 멋지고 기막힌 골을 성공시켰다. 물론 그 잘난 독일 선수들은 단 한명도 골대 앞에 보이질 않았다. 그야말로 독일축구의 몰락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오죽하면 독일 여장부 메르켈 총리마저 '매우 슬프다'고 말했겠나.
지금까지 수많은 축구경기를 봐왔지만 오늘 새벽 손흥민의 절묘한 질주와 멋진 골은 처음 보는 신기한 장면이었다. 손흥민이라는 스물여섯 청년의 '축구재간'이 전세계인들에게 인증받는 순간이었다. 멋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뒤따른 울보 손흥민의 눈물!!!
축구가 아름다운건 이런 푸른말 같은 청년들이 순수한 기쁨의 혹은 처절한 회한의 가슴찢는 눈물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는 순간을 우리 모두가 지켜보면서 당사자인 선수나 관중이나 모두가 하나가 되어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있는 '인간적 공유'의 순간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일도 아니면서 내 일처럼 함께 울고 웃는 것 말이다.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순수 그 자체의 순간!!!!
인생만사 모든게 그렇지만 이번 독일의 몰락은 그들의 오만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다. 1위팀인 독일은 57위 팀인 한국과의 경기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위기를 너무 지나치게 의식했기에 실력발휘를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라해서 전년도 월드컵 우승국은 그 다음엔 16강조차 못올라간다는 징크스가 독일에게도 어김없이 배당된 것이다. 그건 아무래도 '챔피언의 오만'이 그 시발점이라고 본다. 뭐든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장이라는 성경말씀이 다시금 떠오른다. 독일이 16강에 못오른건 80년만이라나... 독일 국민들 충격이 꽤 클 것 같다.
어쨌든 잔치는 끝났다. 우리 국대팀은 비록 16강 고지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 대단한 독일축구를 2대0으로 제압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됐다. 우리 국대팀의 창창한 미래를 보여준 것이다. 당장의 승리도 좋지만 희망있는 미래를 인증 받은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에이스 손흥민의 눈물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눈물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했기에 더욱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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