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 9시 뉴스는 또 한 건 했다. 지난 번 문창극 총리후보자를 ‘한칼’에 날려버린 교회녹취록을 공개하더니 이번엔 웬만하면 통과될 것 같던 이완구 후보자의 ‘기자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파문을 크게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열띤 반응은 아무래도 후폭풍이 심상치 않을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창극 녹취록’이야 몇 년 전 교회에서 강연한 것의 일부를 공개한 것으로 억울한 측면이 많았지만 이번 ‘이완구 녹취록’은 이완구 본인이 제 자랑하듯 기자들 앞에서 기자들 협박한 걸 고백한 꼴이 됐으니 ‘제 발등 제가 찍은 것’으로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게 됐다.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순 없는 법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깨달았는지 이완구 본인은 ‘잘못을 대오각성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옹색한 사과문을 한밤중에 언론사들에 보냈다는데 글쎄 어제 KBS 9시 뉴스를 통해 그걸 본 국민들이 과연 ‘용서’를 해줄지는 미지수다. 일단 ‘이완구 녹취록’을 아래 소개한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 "000하고, ***한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이완구 :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국장, 걔 안 돼, 해 안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이완구 :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주소."
우리 블로그에선 며칠 전 ‘대통령 각하 세 번 외치고 국무총리된 이완구’라는 글을 소개해 네티즌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었다. 대통령 면전에서 중인환시리에 ‘대통령 각하’를 세 번씩이나 연호했던 이완구는 총리 지명되고나서 며칠동안은 ‘자판기’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의혹에 척척 모범답안을 내놓았다.http://blog.daum.net/skyview999/15972292(대통령 각하 세번 외치고 국무총리된 이완구)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본인과 차남의 병역 특혜 의혹, 절묘한 부동산 투기 솜씨를 발휘한 탈세 의혹과 장인까지 동원한 분당 땅 투기 의혹, 그리고 한번에 1천만원씩 받았다는 ‘황제 강사료’의혹과 그것도 모자라 경기대학인가 조교수로 임명되고도 10년 동안 한번도 강의하지 않았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자판기 모범답안’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구나 연봉을 수억원씩 받는다는 '능력자' 차남은 요즘 한창 말썽인 건보료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이완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5공시절 국보위 근무 경력과 그 악명 높던 삼청교육대에서 ‘문서수발’했다는 대목에선 네티즌들의 분노는 터지고 말았다.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어제 느닷없이 ’이완구 녹취록‘을 야당의원이 KBS에 제보하면서 이젠 ’이완구마저 청문회 통과 못하면 정홍원은 종신 총리 해야하나‘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고 있는 지경이다.
어제 KBS 뉴스를 보면서 ‘이완구 스타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기자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겁박용 멘트’를 친근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그게 바로 이완구다운 화법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언론을 평소 어떻게 다룰 줄 안다는 증표이기도 한 그런 멘트였다고나 할까. 언론사 간부에게 부하기자를 ‘쟤 짤라!’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화법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안하무인'이라고나 해야할지...
아직 총리가 되지 않았는데도 저리 호기 넘치게 언론을 쥐락펴락하는데 정작 총리가 되면 어떤 스타일의 '언론 탄압'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게 네티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유신시대나 5공 시대 때 통했을 법한 ‘언론 압박 플레이’를 드러 내놓고 자랑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완구는 ‘국민적 용서’를 받아내기 쉽지 않게 된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이완구는 ‘충청도가 배출한 인물’로 행시 패스후 군대도 편한 코스로 다녀온 뒤, 일개 30세 사무관 신분이면서 은행 대출 몇 번 받고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의 소유주가 쉽게 될 정도로 재테크에도 능했다. ‘윗분’ 잘 모시는 재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인재’라고 한다.
최연소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에 도지사에 국회의원까지 지냈고 청와대 오찬장에선 대통령에게 깍듯이 세 번이나 각하를 연호할 정도로 아주 재바르고 두뇌회전이 탁월한 인간형이란 점에서 국무총리 인물난에 시달려온 대통령 눈에는 쏙 들어왔을 법하다. 어쩌면 대통령 입장에선 그만한 인물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 꾀에 제가 넘어 간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매사에 ‘손해 안 보고 영악하기 짝이 없는 완벽주의자 스타일’의 이완구는 스스로 ‘날렵한 처세술’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린 기자들을 압박하는지도 모르고 그런 무용담을 스스럼없이 제 입으로 고백하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어쩌면 평소 자신의 ‘대 언론관’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걸 또 슬쩍 녹취한 어린 기자가 있었으니...일이 아주 묘하게 꼬여가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완구는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글쎄 ‘자비로운 국회의원들’이 많아서 '동정어린' 찬성표를 던져준다면 청문회야 통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의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정서적 반감’은 왕창 증폭될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말이다. 어쨌거나 이번 ‘이완구 녹취록’ 소동으로 오는 10일 11일 생중계되는 ‘이완구 청문회’시청률은 꽤 높을 것 같다. 광고 수입이 많아져 TV방송사만 좋은 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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