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과 칠레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4월22일 모습./신화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는 판이한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여성 대통령 3인의 인생역정
어제(23일) 종편 TV 뉴스들은 박대통령이 방문중인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두 여성대통령이 닮은꼴이라고 상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엔 문제가 많다. '왜곡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물론 '군인의 딸'로 태어나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됐고 51년생,52년생으로 나이도 비슷한 점에선 닮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여성의 '인생역정'은 아주 정반대였기에 닮은꼴 인생이라고 소개한 건 명백한 오보다.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의 아버지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칠레의 민주화 투사다. 알베르토는 칠레의 첫 사회주의 정권인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 시절 군 요직을 지냈고,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주도한 쿠데타로 아옌데가 축출된 뒤 쿠데타군의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칠레의 박정희'로 불리는 피노체트는 악명이 자자했다. 피노체트에 저항하다 숨진 바첼레트 대통령의 부친은 그러니까 '민주화 투쟁'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술자리에서 가장 아끼던 부하가 쏜 총에 맞아 서거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죽음이다.
지금은 두 번째 대통령 직을 수행중인 바첼레트 대통령 역시 피노체트 정권 아래서 모진 고문을 당했고, 탄압을 피해 망명길에 올라 외국을 떠돌았다. 18년 장기집권자의 딸로 청와대에서 고이 자라온 박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이런 '진실'은 보도하지 않은 채 그저 '장군출신 아버지의 딸'로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됐다는 것만 강조한다는 건 좀 우스운 보도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남미는 땅의 기운이 대단해선지 '여걸 스타일'의 여성 대통령이 현재 3명이나 통치하고 있다. 칠레를 비롯해 박대통령의 남미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모두 여성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세 여성 모두 '곱디 곱게' 자라온 우리 박근혜 대통령과는 판이한, 거의 잡초'처럼 저항의 인생역정을 견뎌내고 정상에 오른 의지의 여걸들이다.
어머니와 함께 망명을 떠나 호주와 동독 등을 10여년 간 떠돌다 1979년에야 칠레로 귀국한 바첼레트 대통령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다. 바첼레트는 귀국 후 의사로 활동하다 피노체트 체제가 끝난 뒤 1990년대 정계에 입문해 2006년 사회당 후보로 출마해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다. 결혼과 이혼등 개인사에도 굴곡이 많았다.
연임은 불가한 법 때문에 2010년 일단 물러났다가 작년에 두 번째 대권도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며느리가 뇌물수뢰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사퇴압력에 시달리는 등 편치 않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 최측근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박대통령과는 이 점에서 '닮은 꼴'인 것 같다.
하지만 작년에 칠레 대지진이 났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지진 현장에 곧바로 달려가 이재민 등과 아픔을 함께해 대중적 인기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세월호 참사때 늑장대응으로 지탄받은 박근혜정부와는 대조적인 셈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 군부독재에 저항한 좌파 무장투쟁가 출신이다. 1964년 터진 군사쿠테타 이후 브라질에서는 좌파 반정부 운동이 일어났고, 호세프 대통령은 1968년부터 1969년까지 게릴라 조직에서 군사정권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다가 1970년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박대통령과는 거의 비교불능의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3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경제학을 공부, 1980년대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2003년 브라질 첫 좌파정부인 룰라 정권이 출범한 뒤 핵심 경제관료로 정치이력을 쌓았고 2010년 룰라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국영 석유기업의 부패 혐의를 시작으로 고위층의 '부패스캔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반정부 시위에 시달리고 있다.
어쨌거나 광대한 남아메리카 대륙의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3개국에서 현재 3인의 '여인천하'가 펼쳐지고 있고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 억척스럽게 거친 인생의 파도를 넘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꽤나 흥미롭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모진 세파의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오른 여걸들이라는 점에서 그녀들의 정치행로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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