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0만원짜리 이태리 욕조(다음 사진)
40g에 170만원하는 가네보 크림.(다음사진)
11억 원짜리 시계 앞에 ‘3초 백’ 루이비통은 초라해- 베블렌 효과
TV 9시 뉴스에 소개된 명품에 목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식상하면서도 사람을 또 한번 놀라게 한다. 명품에 대한 욕망의 끝은 어딘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인 것 같다. 한 개에 11억 원짜리! 여성용 시계, 40g에 170만원인 가네보 임프레스 그랜뮤라 크림, 7200만 원짜리 욕조 타일, 1억 원짜리 침대, 등등 믿어지지 않는 초고가 명품들을 비쳐주는 TV화면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11억 원 하는 시계를 손목에 휘감고 다니는 여자는 누구일까. 그 여성이 부럽기 보다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만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몇 해 전 우리 블로그에 신세계 백화점 명품 매장에 있는 2억2천만 원짜리 핸드백을 소개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몇 년 사이 ‘허영 시장’의 규모가 매우 커진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시중에는 3초 백, 5초 백이라는 말이 떠돈다고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3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해서 루이비통 가방은 3초 백, 구찌 가방은 5초 백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굳이 명동거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서민용 교통수단인 지하철 안에서도 루이비통과 구찌 가방은 넘쳐나고 있다.
물론 그 중 90% 이상은 짝퉁일 것이다. 그거라도 들어야 왠지 ‘있어 보이는 것 같은’ 허황한 심리에서 들고 다닌다는 여성들도 심심찮게 있다. TV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재벌 집 도련님들을 열렬히 ‘사모하는’ 젊은 여성들 덕분에 현빈이나 송승환, 원빈이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이민호니 김수현이니 하는 신세대 남성 탤런트들이 ‘과분한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런 초고가 명품에 대한 환상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드라마 속 도련님들은 대체로 재벌인 부모나 고모 이모가 소유하고 있는 호화백화점의 ‘본부장’이나 ‘기획실장’님으로 나온다. 그들은 ‘까도남(까칠한 도시의 남자)’의 매력을 한껏 발휘하면서 자기보다 아래 계급의 여성들을 속으로 좋아하지만 겉으론 까칠하게 군다. 그리고 무슨 파티에 제 맘대로 데려가면서 자기네 백화점의 ‘명품’을 싹쓸이해 여자를 꾸민다. 이런 장면은 이제까지 수없이 봐왔다. 어쩌면 이런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대한민국의 젊은 아가씨들에게 ‘명품 환상’을 심어주었을 지도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프라다 코리아의 매출은 1,756억원을 훌쩍 넘었고,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루이비통 코리아도 매출액이 10년 만에 8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비쌀수록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같은 물건이라도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더 비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선 ‘베를렌 효과’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을 미국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서민들은 죽겠다고 난리고 내수경기는 형편없이 침체상태라지만 외제 고가명품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0%이상 최대 40%까지 급증했다는 것도 우리 사회의 부의 양극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시 욕망 때문에 명품은 값이 비쌀수록 잘 팔려 나간다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들을수록 한심하다.
아무리 ‘최고급 명품’이라고 하지만 해외현지 가격보다 2배 정도 비싸다는 소리에도 돈 많은 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 돈으로 제 물건 사는데 뭐라 할 이유는 없지만 좀 찜찜하다.
수입 침대 가격도 보통사람들을 주눅들게 한다. 스웨덴제 ‘헤스텐스’ 브랜드는 침대 한 대에 무려 1억 4천만 원이나 한단다. 돈 많은 재벌회장님 가족들이나 사용할 수 있을 침대다. 그런 초고가 침대에서 과연 잠이 잘 올지?
TV뉴스화면은 또 괴이한 모양의 하이힐 욕조를 보여줬다. 금과 은으로 도금된 타일을 붙여 장식했다며, 7천2백만 원이라고 한다. "이태리 장인들이 소위 말하는 한 땀 한 땀 모두 손으로 해서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라며 비싼 이유에 대한 수입업자의 ‘변명’이 소개됐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선 이 비슷한 플래티늄 도금제품이 3천만원대라고 한다. 이렇게 두배 이상 비싸지만 한국VIP고객들의 반응은 아주 좋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현빈이 나오는 재벌드라마에서도 이 ‘한 땀 한 땀 장인의 솜씨’라는 대사가 나왔다는데 바로 그게 이건가 보다. 아무튼 ‘있는 사람’의 취향과 식견은 ‘없는 사람’이 이해하긴 어려운 법이니 보통사람들은 그저 ‘그림의 떡’으로 그런 명품 뉴스를 떨떠름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속으론 부러워할 수도 있겠다.
주부 시청자들에게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건 아무래도 초고가 화장품일 듯하다. ‘라메르’라는 브랜드의 45ml 짜리 디 에센스는 285만원! 스위스제 마스크팩은 15회용이 250만원이나 한다. 이런 ‘꿈의 화장품’을 사용하려면 월 소득이 최소한 2천만원 정도는 되어야 ‘무심하게’ 바를 수 있을 것 같다.
저렇게 비싸니 누가 사나 싶겠지만 “한 번 좋다고 소문나면 매장에 손님이 몰리는 건 순식간‘이라고 한다. 1년에 1천만 원 이상 구매하는 ’큰 손 여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외제 고가 명품 이야기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젠 좀 식상하다. 그러려니 해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지만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들의 '눈'을 버려놓는 이런 류의 보도는 자제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사회적 정의감’이나 ‘생각은 높게, 생활은 소박하게’ 식의 올드 스타일 ‘인성 교육’을 좀 강화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도 적잖다는 걸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고리타분한’ 생각도 혼자 해본다. 영국의 귀족학교에서는 이런 오래된 '생활의 미덕'을 여전히 가르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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