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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호와 김무성

스카이뷰2 2015. 5. 25. 12:46

  

광주서 물세례 맞는 김무성

추도사하는 노건호.                        봉변당한       김무성

 

 

 

                                                                                                         

 

 

지난 토요일(23일)일어난 사건이 오늘(25일) 오전까지 주요 보도거리로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는 건 좀 예외적 일이다. '새 것'을 좋아하는 매스컴 속성 상 한 이슈가 사흘씩이나 메인 뉴스 대접을 받는 건 희귀한 현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노전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쏘아보며 '예상밖 독설'을 쏟아낸 '봉하마을 추도식' 이후 사흘이나 지난 오늘까지 정치판과 매스컴판은 '노건호 쇼크'로 온통 난리도 아니다.

 

외모부터 '비운의 왕자'스타일로 좀 슬프게 보이는 올해 마흔 둘이라는 노건호씨는 집권여당 대표 김무성을 거의 '불구대천 원수'급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조용하고 경건하게 치러져야할 '부친 기일'에 수천명 조문객 앞에서 그런 식으로 집권여당 대표를 향해 돌직구를 날린다는 건 평범한 국민들로선 상상하기 쉽지 않은 당돌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대통령 아들'이 아니라면 감히 그렇게 화통한 돌직구를 날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순하고 유약한 야당대표'라는 이미지 탓인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련 대표로선 노건호의 이런 기습적 '김무성 때리기'가 사분오열로 분열중인 새정련을 집결시켜주는 접착제 노릇을 단단히 해줬다는 점에선 고마운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노건호 발언'이 문재인에게 꼭 득이 될 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이날 노건호씨의 추도문은 평범하고 순탄하게 나가다가 마지막 '클라이막스'부분에 새누리당대표 김무성을 겨냥하면서  매우 시니컬하게 급변했다. 노건호 본인도 평정심을 잃었는지 다소 떨리는 목소리였다. 심지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노건호씨는  "이 자리에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다"는 말을 꺼낸 뒤 바로 김무성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선거판에서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고 작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 2012년 대선때 '김무성 발언'에 대해 반추하며 공격했다는 건 그만큼 노건호의 '한(恨)'이 몇 년간 서리서리 맺혀왔다는 얘기일 것이다.

 

노씨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 선거판에서 읽어내고 아무 말도 없이 언론에 흘리고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하시면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다. "고까지 말했다. '젊은 혈기'탓인지 그의 비판적 추도문은 전반적으로 감정이 앞선 것처럼 보이는데 특히나 '뭐가 뭐를'이라는 대목은 유독 듣기 불편할 정도로 거칠고 조악한 느낌을 준다.

 

현재 베이징 대학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유학생'답게 노건호는 "중국이 30년 만에이렇게 올라왔다. 한국이 30년 만에 침몰하지 말라는 법 있나"라는 말로 나라걱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가 기본질서를 왜 흔드나, 정치를 제발 대국적으로 해달라는  말도 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선 하기 어려운 '고단수 정치적  견해'를 아버지의 추도식장에서 거침없이 쏟아냈다는 점에서 노건호씨의 이번 추도사는 정치판을 뒤흔들만한 무게감을 과시했다고 본다.

 

온갖 매스컴에선 '노건호 쇼크'에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해설보도를 시시각각 내놓고 있는 중이다. 특히 언제나 '친정부적인' 종편 고정 패널들은 '종편 특성'에 맞게 주로 '노건호 폄하'로 일관하고 있다. 요지는 주로 '제삿날 이러는 건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노건호의 무례함을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심지어 한 패널은  노건호를 '철부지'로 까지 평가절하하는 입담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런 지적들은 '대통령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극한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천하남들이 하는 하나마나한 '뻔한 소리'에 불과한 것 같다. 세상일이란 거의 예외 없이 겪어본 당사자 아니면 타인이 왈가왈부해본들 아무 소용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노건호씨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어떤 심정을 갖고 있고 '가해자들'로 여기고 있을 '집권 여당'사람들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그저 추측과 추리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니 노건호발언에 대한  매스컴의 그런 '편향 보도'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쟎다.  

 

이번 '봉하마을 노건호 발언 쇼크'는 아무래도 정치판에 큰 파문과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대다수 여론인 듯하다. 혹자는 노건호씨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밑밥'을 깔아놓은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TV화면에 비쳐진  노건호의 발언 모습에선 정치인으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가득 안고 있는 듯해 보였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에서 재미본 사람은 22년 연하의 젊은이에게 중인환시리에 '봉변'당한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봉변의 정치학'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용어까지 등장해 김무성의 정치적 상황이 좋으면 좋이졌지 나빠질 건 하나 없다는 분석도 나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지난 대선때 통진당 후보로 나온 이정희가 수 천 만 시청자가 지켜보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표독스럽게 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인 보수표의 결집'을 불러와 박근혜후보를 당선시켰다는 분석처럼 이번 '봉하마을'에서 노건호에게 봉변 당한 김무성도 정치적으론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정이 많아  전후사정 따지지 않고 피해자로 보이기만 하면 일단 동정표를 던진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정치적 후진국이란 말이다. 사실 그동안 김무성이 노무현을 향해 쏟아냈던 '독설'은 노건호의 '제삿날 독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강도가 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하남도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김무성은 노무현을 펨훼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니 산자들의 정치놀음으로 '부관참시까지 당한 아버지를 위해' 그 아들이 한 마디 했다는 건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화창한 봄날에 '정치적 탄압'을 받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직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그 아드님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건 대한민국 정치판이  정상은 아니라는 걸 입증해주는 역사적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드라마틱한 '현실 정치 드라마'를 생중계로 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어쨌거나 부친의 기일에 '피 토하듯' 절규하며 대한민국 권력서열 7위인 집권여당 대표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이 '비운의 왕자 '노건호씨의 '정치적 미래'가 다소 궁금해진다. 아울러 입만 열면 여기저기 장소 불문하고 누가 묻지않아도 자신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겸허한 정치적 언사'를 하고 돌아다니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의 정치운명도 살짝 궁금해진다. 말이 씨가 된다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