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박원순이 메르스로 한 건 올렸다. 어제 심야에 박원순이 긴급회견이라는 제목으로 돌연 TV화면에 등장한 이후 오늘 이 시각 현재 국민은 환호하고 청와대는 짜증내고 있다. 사실 박원순이 어젯밤 TV에 등장하는 순간 ‘정치 쇼’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안철수 덕분에 서울시장 당선 이후 박원순은 몇 달 동안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렸던 ‘달콤한 추억’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전세 28억 원짜리 서울시장 공관 문제 이후 계속 이런저런 구설수에 시달린 이후 문재인 김무성에 밀려 3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그래선지 박시장이 ‘지지율’에 엄청 신경 쓰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런 '정치적 속사정'은 둘째치고 '메르스 퇴치 ‘깃발’을 들고 황급히 나타난 박원순의 호위무사 같은 행동에 인터넷에선 일단은 박수 보내고 있는 네티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실 박원순의 그런 브리핑에 ‘쇼 같다’며 살짝 위화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정치란 국민을 위한 ‘좋은 쇼’를 연출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지금 대한민국을 대 혼돈에 빠뜨린 박근혜 정권의 우왕좌왕 대처 방식을 보면서 ‘쇼’라도 저런 쇼라면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한 둘이 아닐 것 같다. 쇼도 제대로 못하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 탓인지 서울시장의 '돌출행동'은 오히려 득점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박원순의 ‘심야 쇼’는 박근혜 정권에 큰 충격을 준 것 같다. 오늘 아침 청와대 홍보수석은 식전 댓바람부터 박원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메르스 발생 이후 2주간이나 숨죽이고 있던 청와대로선 매우 기민한 대응같다. "박 시장의 어제 밤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며 "그래서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또 "아시다시피 박 시장의 어제 발표 내용과 복지부가 설명하는 내용, (확진판정을 받은 서울지역 의사인) 35번 환자의 언론인터뷰 내용을 보면 상이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며 "차이점이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한 사실이 확인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까 박원순의 긴급 브리핑엔 ‘하자’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지금이 박원순의 브리핑을 놓고 왈가왈부할 정도로 한가한 때는 아닌데 말이다.
오늘 아침 박원순은 서울시 구청장들을 모아놓고 합동기자회견을 하면서 청와대의 공격을 되받아쳤다. 메르스 퇴치를 위해 박대통령이 전국 지자체장들도 불러모아 회의를 열고 대책을 강구해야한다는 ‘대안’도 제시하면서 다시한번 ‘지지율’ 올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박원순에 따르면 지금 대한민국은 ‘준 전시상태’라는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메르스 창궐로 지금 우리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때는 막연히 가슴 아프다는 연민의 정을 느꼈던 국민들이 이젠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위험하다는 위기의식 속에 ‘무능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방식에 분노하고 있다.
그렇기에 박원순의 긴급 심야 브리핑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해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저런 순발력과 판단력을 갖고 국민을 안심시켜주는 ‘재주’라도 있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수치스럽게도 지금 대한민국은 메르스 탓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메르스에 대처하는 아마추어 식 대응에 놀라고 있다. 아예 방역 후진국 취급을 받고 있는 중이다.
2003년 노무현 정권 시절 온 세계가 메르스와 유사한 호흡기 질환인 사스 탓에 수십만 명의 희생자를 냈을 때 대한민국은 당시 고건 총리의 진두지휘아래 사스를 막아내 ‘사스 청정국’이라는 영예로운 칭송을 들었었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은 어떤가! 낙타가 없는 국가 중에 ‘최다의 희생자’를 배출했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는 와중에 있다. 그렇기에 간밤 박원순의 긴급 ‘원맨 쇼’는 그 의도에 ‘정치적 장삿속’이 있거나 말거나 국민을 위해 보여준 기민한 대처 방식만큼은 인정해 줘야한다고 본다. 여성 대통령이 진즉 보여줬어야 할 모습 아닌가 말이다.
환자 발생 14일만에야 청와대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환자 숫자까지 틀리게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신용을 잃은 상태다. 시중에선 대통령의 그런 모습에서 작년 4월 세월호 때 우왕좌왕했던 대통령을 보는 것 같다는 비아냥도 나돈다. 그러니 심야에 돌연 TV에 나타나 '국민을 위해' 서울시 메르스대책 본부장을 자임하고 나선 박원순의 호위무사 같은 모습에서 국민은 일말의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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