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하니닷컴 자료그림.
'군정은 종식됐지만 왕정은 계속 중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두언이 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이다.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이 그렇게 말했다는 게 신기하다. 아침 신문에 실린 <여왕과 공화국의 불화>라는 칼럼을 보면서 그 말이 떠올랐다. 불행한 일이지만 박대통령을 '여왕'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여성 대통령에 관해 어떤 매체보다도 우호적인 보도를 해왔던 조선일보에서 대통령을 아예 '여왕'으로 치부한 칼럼이라 더 눈길을 끈다. 박대통령에게 '인자하고 겸허한 여왕이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당사자가 듣기에는 영 불유쾌한 문장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는 이 칼럼을 '여왕같은' 박대통령이 직접 봤다면 하루종일 불쾌했을 것 같다.
그렇잖아도 '배신자 유승민 찍어내기'가 뜻밖에 실패한 결과 탓에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여왕적 대통령'에겐 그야말로 '부르터스 너마저!'라는 시저의 절규를 복창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 칼럼은 '여왕적 대통령'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세세히 묘사하고 있다. 읽다보면 대통령을 좋아하거나 존경했던 지지자들은 크게 실망하거나 아니면 항의할 얘기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한나라당 시절 어느 날 한 국회의원이 박근혜 대표를 모시고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눈치없게도' 옆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박대표 비서들은 그 의원에게 앞으로는 운전석 옆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딜 감히 주군의 '옆 자리'에 앉았느냐는 지적인 셈이다.
이 얘기를 읽다보니까 박대표가 국내항공을 이용할땐 '검소하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데 언제나 공간이 다른 자리에 비해 좀 넉넉한 비상구 옆인데다 박대표 바로 옆 자리들은 비워뒀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그녀를 모시는 측근들이 이렇게 늘 알아서 '여왕마마' 모시듯 모셔왔고 그녀 또한 이런 '의전'을 당연한 걸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그런 너절한 이야기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진 않다. 단지 그녀의 정서가 원래 '왕조시대적'이었다는 건 우리 국민에겐 그리 행복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박대통령의 심리적 기저를 비교적 세밀하게 취재해 쓴 것처럼 보이는 이 칼럼은 대통령 자신이 인정할 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이런저런 언행을 종합해볼 때 이념성향에 따라 찬반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칼럼에선 박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완전 무조건적'이어서 정치적 지지가 아니라 '애정'에 가까웠다고 주장한다.
전라도에서까지 '박근혜'를 보려고 몰려들었고, 미장원에 파마를 하던 여성들까지도 거리로 달려나와 그녀에게 환호성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거의 '아이돌 스타' 수준이다. 건국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그토록 무조건적인 지지와 박수를 받은 정치인은 아마도 박근혜라는 '특수신분 출신'여성정치인 한 사람뿐이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칼럼에 따르면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 언론은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 됐다'고 썼지만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 중에는 그때 이미 "공주가 여왕이 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열두살 때 청와대에 들어가 18년간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통치자의 딸'로 살았기에 그녀를 '공주'라고 부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를 살아온 만큼 인격형성기를 그렇게 살아온 그녀에게 '보통 사람'의 정서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다.
박대통령의 불통논란에 대해 어떤 사람은 '왕과 공화국 사이의 불통'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민은 21세기 공화국시대에 살고 있는데 비해 박대통령은 20세기 '제왕적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대통령 시대의 사고방식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그 성에 갖혀 살고 있기에 '불통'은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본업'에 충실치 못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진저리를 쳐왔던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박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배신자라면서 쫓아내는데 대해서만은 부정적 여론이 높은 건 왕이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본 공화국 시민들이 '왕정통치'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참고로 여론조사는 유승민편드는 쪽이 6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칼럼에선 21세기 개명천지에선 '옛날 제왕식 통치'는 환영받지 못하기에 이번 '유승민 찍어내기'에 대해 참 많은 지식인들이 환멸을 느끼는 걸 봤다고 했다. 그렇기에 박대통령이 성장기에 몸에 밴 사고체계와 정치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면 '인자하고 겸허한 여왕'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사항'을 쓰고 있다.
칼럼을 쓴 사람의 눈엔 여성대통령이 인자하지도 겸허하지도 않게 보였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자신을 향한 이런 쓰디쓴 고언을 직접 읽었다면 '섬세한' 박대통령은 하루 종일 기분 나빴을 건 확실하다. 64세된 사람에게 '성격'을 고치라는 건 불가능한 충고라고 본다. 더구나 18년 장기집권한 최고 권력자의 딸로 청와대에서 성장기를 보낸 박대통령에겐 그런 간언은 배신자들이나 하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원래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 법이다. 그렇기에 박대통령이 바뀌기를 바란다는 건 난감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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