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참전용사 상이군인에게 부시 부자(父子) 대통령이 만들어준 특별한 감동 프로포즈

스카이뷰2 2015. 8. 13. 11:05

 

           조지H W 부시 트위터 사진.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대통령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이용사가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있다. 

 

 

 

 

아침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역시 선진국 미국은 다르다는 느낌과 함께 며칠 전 목함지뢰 폭발로 발목이 잘린 김하사와 하하사의 미래도 제발 저렇게 환하고 밝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동적 사진 한장으로 미국이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상이용사들을 어떻게 대접해주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은 경험하지 못한 감동 프로포즈'라는 사진 설명만 봐도 미국과 한국의 '수준차이'가 드러난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증인'을 서준 특별한 프로포즈의 주인공은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양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미국인 상이용사 타일러 제프리스다. 제프리스는 지난 10일  (현지 시각)  미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에 위치한 부시가(家) 저택에서 여자 친구 로런 릴리 앞에 무릎을 꿇고 청혼할 수 있는 '꿈같은 행운'을 누렸다.  

 

드라마 같은 이 청혼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 사연 역시 선진 미국다웠다. 한국 같았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3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폭탄 공격을 받고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제프리스는 의족을 하고 지팡이를 짚은 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저택을 방문했다. 

 

지난해 아버지 부시가  서문을 쓴 책 "부러지지 않는 유대(Unbreakable Bonds): 부상 장병과 강인한 어머니들"에 등장한 상이용사들을 집으로 초대했고 제프리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한쪽 다리는 무릎 조금 위까지, 다른 쪽 다리는 무릎 조금 아래까지 남았다"고 제프리스는 말했다. 며칠전 부상 당한 우리 두 용사와 비슷한 중상이었다.  

 

이날 제프리스의 꿈같은 청혼은 부시 부자(父子)대통령의 '돌발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제프리스는 아버지 부시와 대화를 나누던 중 "만난 지 3개월 된 여자 친구가 있는데 만나자마자 '나를 위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며 "곧 청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 부시가 그 자리에서 "지금 여자 친구를 불러 이곳에서 청혼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평소 가정적인 남자로 소문난 부시다운 제안이었다. 제프리스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말을 듣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런 기회는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흥분됐던 심경을 전했다는 것이다. 상이용사를 고귀하게 예우해주는 전통이 있는 미국이지만 이렇게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한 자리에서 '중신아비'노릇을 해준 건 유사이래 처음있는 일일 것이다. 

 

제프리스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여자 친구 로런 릴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저택으로 와줘." 얼마 후 릴리가 도착하자 아버지 부시는 "당신이 우리가 기다리던 바로 그 여성이군요"라며 그녀를 환대했다고 한다. 스물네살 아가씨도 두 전직 대통령을 직접 보면서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91세된 아버지 부시 내외와 60대 아들 부시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이용사 제프리스는 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릴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의족상태로.  제프리스는 반지를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나와 결혼해줄래?"라고 말하자 릴리는 주저 없이 "예스!"를 외쳤고 두 사람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런 드라마틱한 사연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국의 수준이 부럽다. 

 

지난 달 집에서 넘어지면서 목뼈 골절상을 입어 목에 깁스를 한 아버지 부시는 이날 트위터에 "제프리스와 릴리의 약혼을 축하하며, 평생 함께하는 행복한 인생이 되기를"이라는 글을 올려 그들을 축복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제프리스는 "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감동했다. 역대 대통령을 둘이나 증인으로 뒀다니!"라며 기뻐했다는 것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스토리다.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상이용사들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대통령 부자의 깊은 배려심이야말로 정치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비단 부시 부자 대통령만 이러는게 아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상이군인출신들을 '특별 예우'해 온 게 전통처럼 자리잡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상이용사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함께 식사를 하거나 심지어 의족을 단 상이군인과 조깅을 했다는 미담성 스토리가 잊을만 하면 언론에 보도된다. 오바마는 2009년 이라크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여성을 보훈처 차관보로 임명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껏 이런 '감동 스토리'는 들어보질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어제 우리 블로그에도 실었지만 문재인 새정련 대표가 국군병원을 찾아가 입원 중인 김정원 하사와 그 어머니를 위로해준 장면은 늘 시끄럽게 국민들의 정서를 괴롭혀온 정치쪽에서 오랜만에 들려온 아름다운 소식이었다. 문재인 지지자는 아니지만 그의 그런 '따스한 행보'는 칭찬해줄만하다. 

 

비록 미혼이지만 '모성(母性)'은 가졌을 여성대통령이 그 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해줬다면 그 젊은이들은 더 큰 위로를 받았을 텐데... 대통령은 국사에 바빠선지 아랫사람인 외교안보수석만 병원으로 보냈다고 한다. 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부하가 그런 중상을 당했는데 '외면'하고 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생각은 나혼자만 한 게 아닌 것 같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사설은 "병사들 발목 잘릴 때 군 최고 통수권자, 청와대 안보실은 뭘했나"라는 제목아래 여성 대통령이 '젊은 장병들이 발목을 잃은지 열흘이 다 되는데도 두 용사를 직접 위문은 커녕 위로전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소 대통령에게 가장 우호적인 보도를 해온 보수매체에서 이런 지적을  할 정도라면 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걸 대통령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박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들이 상이용사들을 어떻게 예우하고 있는지 참고하기를 권유한다. 오늘이라도 당장 국군 병원에 입원 중인 김하사와 하하사에게 찾아가 그들을 따뜻이 위로해주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