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윤상현
박대통령 최측근 최경환 윤상현 비판한 조선 동아의 칼럼
막중한 국사를 돌봐야할 대통령은 과연 조간신문을 직접 읽을 시간이 있을까 궁금하다. 담당 비서가 주요
기사들을 복사해서 올린다는 소리를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이 나지만 그건 박대통령 시절 얘기는 아니다.
언젠가 종편에 출연한 한 여성패널은 박대통령이 인터넷을 ‘손수’하신다면서 자신과 관련한 기사는 댓글까지 챙겨보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 걸 보면 우리 여성대통령은 신문은 직접 안보더라도 네이버나 다음에는 ‘접속’할 거라는 추측도 든다.
하기야 포털 사이트 뉴스를 클릭하다보면 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대통령은 신문에 실린 기사나 칼럼 등을 직접 볼 수도 있을 듯싶다. 대통령이 직접 신문을 보는지 안 보는지 같은 시시한 의문이 든 건 지난 토요일(19일)과 오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실린 두 개의 칼럼 탓이다. '이명박의 강만수,박근혜의 최경환' '나는 박대통령이 더 무섭다'라는 제목부터 아주 시니컬하게 보이는 두 칼럼을 읽다보면
대통령이 지향해야할 '길'이 어딘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보수 신문의 ‘쌍벽’으로도 불리는 이 두 신문에 하루 간격으로 각 신문사의 논설주필과 논설실장이 쓴 대통령과 그 휘하에 관련된 칼럼의 문장들은 아주 예리하다. 두 칼럼은 약속이라도 한 듯 대통령과 최측근 당사자들이 그 기사를 봤다면 엄청 화가 났을 법한 날선 문장을 여봐란듯이 선보이며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라면 감히 쓰지 못할 당돌한 문장표현으로 대통령과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최경환과 윤상현을 비판하거나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 문장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최경환 부총리도 모시던 상관이 외환위기 책임 논란에 몰리면서 관료로서 출셋길이 암울해지자 "더 큰 눈으로 세상을 보겠다"며 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IMF 책임론이 두 사람을 정계로 입문시키는 전기(轉機)였을 것이라고 주변에서는 평한다.
과거 예산 편성권을 갖고 거시 경제정책을 총지휘하던 경제기획원이라는 부서가 있었다. 지금의 기획재정부와 엇비슷한 파워를 가진 곳이었다. 공무원 시험에서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엘리트가 많았다. 그런 조직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학벌도 밀렸고 맡은 업무는 후배들보다 못한 경우가 잦았다.
최 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야 할 말을 터놓고 다 하는지 의문이다. 최측근이라고 해도 갑을 관계는 명확해 보인다. 펀드를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내놓아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두 팔을 들어 반대할 처지는 못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대책 덕분에 취업한 사람 숫자가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개도 들린다. 새누리당 연속 집권이 낳은 최고 권력자들은 종종 경제의 큰 흐름을 놓치거나 정책을 헛짚는다. 그걸 알 만한 최측근들은 새로운 길을 가려는 의욕이 없다. 답답하고 슬픈 한국 경제의 오늘이다.] (조선일보 9월19일자 송희영 칼럼 중)
현 정권 ‘최고 실세’이자 박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내는 ‘재주’가 있다는 최경환 부총리로선 그야말로 자다가 ‘횡액’을 당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문장들이 직설화법으로 신문 지면을 날카롭게 장식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 정권의 힘이 빠져가고 있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최경환 부총리는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학벌도 밀렸고 맡은 업무는 후배들보다 못한 경우가 잦았다.’는 대목은 최경환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아픈 대목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현재 대한민국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 이 현실 앞에서 경제부총리로 자신의 성을 따서 감히 ‘초이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을 내세운 최부총리의 모양새가 영 우스워 보인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문장으로도 읽힌다.
물론 글 쓴 사람이 개인적으로 최 부총리가 미워서 그런 직격탄을 날린 건 아니겠지만 요 근래 찾아보기 어려운 날카로운 이 칼럼의 문장들을 보면 ‘펜은 칼보다 무섭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관료들이 기자들을 멀리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최경환 본인은 물론이고 박대통령이 그를 경제부총리라는 최고 요직에 임명했고 내심 ‘차기’로까지 의중에 두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두 사람을 한꺼번에 깎아 내리는 칼날 같은 문장으로도 보인다. 만약 이 칼럼을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봤다면 퍽 기분이 상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박대통령이 더 무섭다’는 으스스한 제목의 오늘 아침 동아일보칼럼은 더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이 칼럼은 요즘 한창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을 흔들어놓고 있는 같은 당 국회의원 윤상현을 ‘삭탈관직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협량의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지 모른다.’는 저주에 가까운 비판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윤상현이 대통령을 누나로 부른다는 ‘사연’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 칼럼을 쓴 62년생 여성 논설실장은 아베는 집요하게 업적을 이뤘다고 한껏 치켜세운 반면 박대통령은 ‘배신의 정치’심판에 골몰하는 대통령이 더 무섭다는 문장으로 야멸차게 공격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거의 진보신문인 한겨레나 경향신문에 실려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칼럼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무엇보다 알 수 없는 건 과거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반대 토론에서 보여주듯, 박 대통령한테는 뭐든 실현시킬 수 있는 정치적 자본이 충분한데도 안 쓴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대통령을 큰누나라고 부른다는 정무특보 윤상현 의원 같은 재방(在傍·입에 발린 말로 아부하는 측근)이 당내 권력투쟁에 불을 질러 노동개혁에 써야 할 힘을 분산시키는데도 눈감아주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경쟁자는 김무성이나 유승민이 아니다. 아베 같은 강대국 지도자여야 한다. 동북아 쓰나미를 타고 집요하게 뜻을 이루는 아베보다 한가롭게 ‘배신의 정치’ 심판에 골몰하는 대통령이 나는 더 무섭다. 윤 특보를 삭탈관직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협량의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지 모른다.](동아일보 9월21일자 칼럼 중)
주말과 월요일 아침 양대 보수신문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 두 개의 요란한 칼럼을 보다보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어쩌면 벌써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직 대통령에게 대통령 특보를 삭탈관직하라는 주문을 했다는 건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초강경 화법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고 있다는 대한민국 경제수장을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학벌에서 밀렸다’거나 ‘일반 공무원 시절엔 업무역량이 후배들에게조차 밀리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이었다는 걸 돌직구 스타일로 바로 던져버리는 직설화법 칼럼이 국내 최대 보수신문에 버젓이 실리고 있다는 건 예사로운 현상은 아닐 듯싶다.
어쨌거나 두 칼럼 모두 대통령에겐 마땅치 않은 쓴소리로 들리겠지만 참고는 해야할 충언같다. 달콤한 아부쟁이들의 목소리보다는 대통령의 기분을 거스르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직언들을 가까이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바른길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이 두 칼럼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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