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국정원 해킹의혹,충남도당선거 ‘친유승민’김제식, ‘친박’김태흠 1표차로 제쳤다

스카이뷰2 2015. 7. 17. 12:50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이 1표차로 김태흠의원을 이긴뒤 당선연설을 하는 모습.

 

 

 

 

지금 인터넷 뉴스 주요 이슈는 국정원 해킹의혹 사건이다. 손석희뉴스룸은 이 이슈를 요 며칠 째 계속 심층보도로 내보내고 있다. 지상파 뉴스에선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가 어제부터인가 마지못해 보도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정원이 해킹에 관여했다는 뉴스는 어쩌면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테마다. 하지만 '결과'는 뻔하게 나올 것 같다. 그 누구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을 이기긴 몹시 어려운 법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도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라면서 한 솥밥을 먹어온 '동지' 유승민을 매정하게 내쫓았겠는가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국정원 해킹의혹'사건은 아무리 '반정부 성향' 매스컴에서 공들여 보도한다해도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날 것으로 보이기에 이런 거대 이슈에 대해선 별로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다. 결과가 뻔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신문 한 쪽 구석에 실린 '새누리 충남도당 위원정 선거서 親유승민 김제식, 親朴 김태흠 1표차 이겨'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대표적 보수계열 신문이라선지 같은 면에 실린 다른 기사들은 죄다 사진과 함께 실렸지만 유독 이 기사만큼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사진도 없이 보일듯 말듯 실렸다. 하지만 구석에 실린 기사들을 주로 눈여겨 보는 나의 이상한 신문보기 습관탓에 이 기사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더구나 이번 '유승민 파동'때  '친박 돌격대장' 노릇을 하며 천하남이 들어도 귀에 거슬리는 말들을 뱉어왔던 김태흠이라는 의원이 2표도 아니고 1표차로 졌다는 제목을 보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개인적으론 일면식도 없지만 국회의원보좌관 출신의 초선의원이라는 김태흠은 그동안 '막말 전문가'처럼 남의 가슴을 후벼파는 막말들을 종종함으로써 매스컴을 탔던 경력의 소유자다. 

 

새벽 5시 출근해 오후4시 퇴근때까지 허리 한번 펴기 어렵게 일하지만 월 120만원 받는 국회 청소용역노동자들을 향해 그들이 무기 계약직이 되면 노동3권이 보장되고 그러면 툭하면 파업할텐데 누가 관리하겠느냐는 막말을  했다는 뉴스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청소아주머니'들이 김태흠을 향해 애처롭게 하소연하던 사진이 실려 더 기억에 생생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신문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을 청소하는 남성 노동자와 격의없이 '주먹인사'를 하는 모습이 실렸었다. 미국과 한국의 수준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김태흠은 또 국회에서 농성중이던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노숙자같다'는 말을 함으로써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문재인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김태흠 어록이다. 이번 유승민 파동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승민대표를 밀어내야겠다"는 말을 함으로써 아무 관련 없는 제3자에게도 '비호감의 정서'를 선사했던 인물이다. 박근혜대통령 마음엔 쏙 드는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구시대적 정치인 스타일로 보인다. 

 

정치인이란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까지 기분나쁘게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는 김태흠이 단 1표차이로 충남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기사제목을 보니 '나비효과'나 '신의 한 수'라는 말까지 떠올랐다. 이 소식을 듣는다면 김태흠 붙잡고 하소연했던 국회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나 세월호 유족들은 '쾌재'를 불렀을 지도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충남 아산에서 열린 이번 충남도당위원장 선거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접전이었다고 한다. 총 대의원 803명 중 605명이 참석해 김제식 303표, 김태흠 302표가 나온거다. 김제식이라는 의원도 일면식 없지만 사진으로 볼 때 적어도 김태흠처럼 '막가파식 막말'은 하지 않을 스타일로 보인다. 비록 1표차지만 충남의 민심은 비교적 '선한 사람'을 택한 것 같다. 

 

이번 선거 전까지만 해도 객관적인 전력에선 김태흠이 우위에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초선이지만  김태흠은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김제식은 지난해 7월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1년차 초선이다. 그러니까 같은 초선이라도 국회의원으로서 받은 월급기간은 김태흠이 조금 더 긴 셈이다. 이 도당위원장 자리는 내년 총선때 그 지역 선거를 총괄하는 자리여서 지역구 의원들에겐 '선망의 자리'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니 '단 1표차의 승리'는 드마라마보다 더 재밌다. 물론 패자에겐 죽을 맛이겠지만...

 

'辛勝(신승)'을 거둔 김제식은 최근 '국회법 거부권 파동' 때,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 아래에서 원내부대표로 활동하면서 유 의원 사퇴 반대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친유(親劉)' 의원이다. 반면 김태흠은 유승민 사퇴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 서명을 받고 다녔던 친박 핵심 인사다. 그야말로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라고나 할까. 1표차지만 이긴건 이긴 거다. 청와대 쪽에선 이 뉴스에 유쾌해할 것 같지는 않다.

 

김제식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 힘들었다. 충남도당의 많은 대의원이 결국 변화와 혁신이라는 말에 공감해준 게 아닌가 한다"는 상투적 소감을 말했다. 김제식의 그 다음 멘트가 눈길을 끌었다.  "당선 직후 유승민 의원이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 때문에 선거에 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고 하더라 또 1표 차이로 당선된 상황을 거론하며 '이름을 김한표(경남 거제시) 의원과 똑같이 바꿔야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했다" 전했다. 유승민의 요즘 심경을 잘 보여준 듯하다. 이번 선거결과는 내가 보기엔 '신의 선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