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흑산도까지 날아온 6그램짜리 솔새.
봉선사 주지스님 내실 앞 댓돌위에 앉은 박새 한마리. (사진-신인희블로그)
6 그램짜리 솔새와 박새 한 마리가 주는 감동
아주 작은 새 두 마리 덕분에 뭉클한 감동을 느끼고 있다. ‘감동’이라는 건 워낙 감정의 개인차가 있는 ‘요물’인 만큼 내가 느낀 감동을 당신은 못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기준에선 엄연히 이런‘ 감동’은 공유하고 싶은 ‘생명에의 환희’다. 봄날 창공을 활공하는 제비나 종달새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생명에의 감동'이다.
아주 어린 시절 ‘길 잃은 철새’라는 노래가 엄청 히트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매우 드문 ‘서울법대’출신 학사가수 최희준이 부른 가요다. 오죽 히트했으면 초등생인 나까지 흥얼거렸을까..‘무슨 사연이 있을까. 무슨 까닭이 있을까, 돌아가지 않는 길 잃은 철새~’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는 어린 마음에도 참 구슬프면서도 왠지 노랫말이 주는 뉘앙스가 무작정 좋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음악의 힘일 것이다.
또 20대 무렵인가 크게 히트했던 ‘어니언스’라는 남성 듀엣이 부른 ‘작은새’라는 노래도 사람의 마음을 슬프면서도 따스한 정조가 흐르게 해준 것 같다. ''고요한 밤하늘에 작은 구름 하나가~"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당시 젊은층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예민한 바이올린 선율이 젊은 감성을 건드렸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그 노래 가사 중에도 '길 잃은 새 한마리 집을 찾는다, 가엾은 작은 새는 남쪽 하늘로 그리운 집을 찾아 날아만 간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노래 속 '작은철새'들이 '따스한 곳'을 찾아 수만리를 날아간다는 게 며칠 전 현실 속 작은 솔새 한마리가 무려 1550km나 날아왔다는 것과 겹치는 것도 꽤 재미나다.
그러고보니 ‘새’를 주제로한 특히 갈매기나 철새나 이런 류의 새들을 주인공으로한 가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히트’하는 듯하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을 비롯해 일본 엔카에도 '갈매기'를 비롯한 새들을 '사랑의 메신저'로 삼은 애절한 노래들이 참 많다.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팝송도 떠오른다. 이렇게 ‘새’를 둘러싼 ‘감상’이 마음을 적셔 오는 건 두 장의 ‘작은 새’ 사진을 보면서다. 울컥하는 감동이 전신을 휘돌면서 오랜만에 젊음의 감수성을 느낀 덕분도 크다. 아침신문에 실린 사람 손바닥 위에 앉은 불과 6그램짜리 철새의 사연을 보는 순간, 그래서 더 뭉클해진 감동을 느꼈다. 어린 날의 추억에다 온갖 서정적인 멜로디까지 합쳐진 감상의 시너지 효과라고나 할까.
보도에 따르면 이 ‘작은 새’는 중국 흑룡강성에서 전남 흑산도까지 무려 1550km를 날아온 ‘노랑눈썹솔새’라고 한다. 이름도 참 희한하다. 이 솔새는 발견 당시 몸무게 6그램,100원짜리 동전만한 무게다. 조류연구가들이 새의 발목에 채운 0.03그램짜리 개체 식별가락지에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어서 이 새의 ‘족보’를 훤히 알 수 있었던 거다.
어른 손아귀에 잘못 잡히면 바스라질것만 같은 이 ‘작은새’가 불과 20 여일 만에 1550km를 날아왔다는 게 ‘기적’이지 뭐가 기적이겠는가 싶다. 더구나 요 새는 우리 흑산도를 거쳐 대만 인도까지 더 먼 여행을 떠난다니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으로서 그저 감탄사와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저 어린 게 혼자서 그 힘든 날갯짓을 하며 수천km를 날아가야 한다니...생명에의 외경심도 새삼 스민다.
어느 시인은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는 로맨틱한 해석을 하기도 했지만 내가 볼 때는 보이지 않는 손이 다스리는 ‘기적의 힘’이 아니고서는 그런 ‘어마어마한 비행거리’를 겨우 6그램짜리 그 작디작은 새가 홀로 날갯짓을 하면 비행했다는 건 예삿일은 아닐 듯 싶다.
이런 감상에 빠져있다가 선배 한 분이 가끔 다니신다는 경기도 광릉 봉선사에 사는 ‘박새 한 마리를 우연히 사진으로 본 순간 나는 또 마음이 뭉클해졌다. 경기도 봉선사 회주스님 신발이 놓여 있는 댓돌 옆 먹이를 향해 날개를 내린 저 어린 박새를 보니 ‘생명에의 외경’이 절로 느껴진다.
노승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박새와의 '교감'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노승이 그 어린 새에게 '공양'하는 행위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말 못하는 어린 생명들을 챙기는 그 마음씨가 감동을 준다. 스님과
박새는 ‘친구지간’으로 매일 스님이 잣이나 기타 곡류를 댓돌 위에 올려놓거나 스님의 손바닥 위에 두면 어떻게 알았는지 저 박새 한 마리가 쪼르르 날아와 ‘1일 섭취 권장량’을 초과하는 ‘식사’를 하고 간다는 거다.
'생명에의 교감'! 행복한 박새와 그 새 덕분에 행복해 할 노승의 실루엣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중국에서 흑산도까지 날아온 6그램짜리 아기 솔새와 봉선사 박새가 오늘 나에게 무한한 감사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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