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 우리 블로그는 '유승민이 여권 차기대선주자 2위로 급부상했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었다. 불과 하룻만에 이 제목을 바꾸게 됐다.
유승민은 좀전 리얼미터 조사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줄곧 1위를 지켜온 김무성을 제치고1위에 등극한 것이다.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는 심판해달라"고 신신당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희한한 정치현상은 처음일 것이다. 국민들은 유승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리얼미터가 10일 발표한 여론 조사(응답기간 7월8일~9일)에 따르면 유승민은 '여권 차기 지지도' 조사에서 19.2%의 지지율을 얻어 김무성 (18.8%)에 앞섰다. 오세훈 (6.0%), 김문수(5.3%), 정몽준(4.4%)이 뒤를 이었다.
유승민의 이같은 지지도 급상승은 30·40대, 중도 진보층, 여성 집단이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민은 고향인 대구·경북(26.3%)을 비롯해 광주·전라(27.7%)와 대전·충청·세종(23.9%)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서울(12.5%), 경기·인천(17.5%), 부산·경남·울산(15.4%)에서는 김무성에 이어 2위를 기록해 지역별로 고른 지지도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30·40대에서 각각 28.8%, 30.7%의 지지율을 얻어 2위인 김 무성(30대·4.8%,40대·13.1%)을
크게 앞섰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68.0%가 나온 20대에서는 4.2%를 얻었다.
성별로는 여성들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성응답자층에서 20.0%로 1위를 차지했고, 남성에서는 18.3%로 김무성(20.8%)에 이어 2위다. '여성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받았다는 건 유의미한 현상이다.
이날 지지율은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승민을 강도높게 비판했던 6월 25일 여론조사에서 얻은 5.4%에 비해 무려 4배 가량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김무성과 대조를 보였다. 여권 대선주자가 단시일 내 이토록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건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후 여권 차기 대선주자 2위로 급부상 (7월 9일 )
유승민이 드디어 사퇴했다. 사춘기 감성의 소유자 같은 ‘여왕적 대통령’이 “정치적 배신자는 국민이 심판해달라”는 서릿발 같은 절규를 쏟아낸 지 꼭 13일만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집권여당 원내대표 자리가 토네이도에 휩쓸린 것처럼 그냥 휘리릭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해외토픽 감이다. 임명직 공무원도 아니고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에다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이 뽑은 선출직 원내대표가 저렇게 무기력하게 쫓겨났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정서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특히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에겐 나쁜 선례가 될 것같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최고존엄’ 대통령이 ‘유승민을 제거’하라는 지엄한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반동분자’ 유승민을 새누리당 차기 대선주자 2위 자리에 앉혀버린 것이다. 아마 청와대 안방에서 홀로 밤을 보내고 있을 ‘여왕적 대통령'으로선 용납하기 어려운 ‘민의(民意)’에 속병이 날 법도 하다.
이런 코미디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어젯밤 손석희 뉴스룸에서 나왔다. 역시 손석희다운 보도태도다. 어쨌거나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내 차기 후보 4위로 5% 미만의 지지를 받았던 유승민이 ‘절대권력’에 의해 축출 당하자마자 바로 대선주자 넘버 투로 급부상했다는 건 예삿일은 아닌 것 같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이날 하루 동안 '여권 부문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승민은 16.8%의 지지율을 기록, 김무성 대표(19.1%)를 바싹 따라붙었다. 이어 김문수 전 경기지사(6.0%), 정몽준 전 의원(5.7%), 오세훈 전 서울시장(5.1%) 순이었다.
물론 이번 여론조사는 ‘반짝 효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제 유승민이 ‘괜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읽어 내려간 ‘사퇴의 변’을 듣는 순간 오바마가 떠올랐다. ‘적수공권(赤手空拳)에 흑인이라는 핸디캡까지 갖고 있던 젊은 오바마가 순식간에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던 건 그의 진정성 어린 탁월한 연설과 좋은 목소리 덕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유승민의 연설도 그랬다. 부자 정당이라는 새누리당의 쫓겨나는 원내대표가 ’약자‘를 배려하겠다며 따스한 보수를 내세웠고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기에 온갖 수모를 견뎌내며 원내대표 자리를 지켰다는 고백을 함으로써 ’점수‘를 딴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지지율은 2주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뛰면서 일약 넘버 투로 올랐던 것 같다. 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문장은 젊은 층이 가장 좋아하는 ’시위 구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운동권적'인 문투다. 그렇기에 새누리당 쪽 인사들은 대놓고 말하기 꺼리는 문장이기도 하다.
‘민주 공화국’에선 저렇게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숙청‘당하는 해괴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유승민도 굳이 ’헌법 1조 1항‘을 사퇴연설의 키워드로 삼았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이 주는 펄펄 끓는 이미지는 유승민에게 큰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160명 가운데 유일하게, ‘무서운 여왕’같은 대통령에게 감히 ‘노(NO'라고 할 수 있었던 강단 있는 남자라는 이미지 덕분이어선지 유승민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김무성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젊은 남성층과 여성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어쩌면 여성들은 아직 '청년기운의 매력'이 남아있는 듯한 유승민에게 한 표를 던진 듯도 싶다.
유승민의 지지율을 지역별로 보면, 대전·충청·세종에서 36.0%로 1위로 올라섰고, 광주·전라에서도 19.7%로 1위였다. 그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는 김무성 대표(22.2%)에 불과 1.1%포인트 뒤진 21.1%로 2위였다. 이어 서울(16.8%), 부산·경남·울산(12.8%), 경기·인천(12.7%) 차례로 높았고, 이들 지역에서 모두 2위에 올랐다.
나이대별로 보면, 30대에서 24.0%, 40대에서 29.7%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김무성 대표(30대 8.1%, 40대 9.4%)에 15%포인트 이상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12.6%, 10.1%였다.
이쯤 되면 ‘유승민 현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어쩌면 ‘국민의 마음’은 대통령이 당부한대로 유승민을 심판하지 않고 오히려 ‘띄워준 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이번 ‘유승민 사퇴’로 여성대통령은 자신의 파워를 만천하에 과시하긴 했지만 저렇게 유승민이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함으로써 결국은 ‘이기고도 진 게임’, ‘남는 게 없는 밑지는 장사’를 한 거라고 할 수 있겠다.
국제적으로도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오바마가 이번 일을 보고 뭐라 말했을지 궁금해진다. 오바마는 툭하면 국회의원들에게 전화 걸어 밥먹자고 애걸복걸한다는데 말이다. 아베는 또 뭐라 할까. 같은 여성지도자인 메르켈은 물리학박사다운 냉철함으로 '코리아의 이상한 정치행태'를 보며 피식 웃고 있을 지 모르겠다.
유승민의 ‘강제 사퇴’는 국민들에게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금과옥조 같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을 곱씹어 보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다.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 ‘미국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새누리당 사람답지 않게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는 유승민에게 국민은 일단 신뢰와 기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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