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8월4일 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의 비밀’에 시달려온 오바마 대통령

스카이뷰2 2015. 8. 6. 11:20

‘출생의 비밀’에 시달리는 오바마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대통령당선

                                              

                    엄마품에 안긴 아기 오바마 (코리아 리얼타임 사진-다음뉴스)       2008년 44대 미국 대통령 취임한 오바마와 그 가족.         

 

              버락 오바마 관련 예언에 대하여버락 오바마의 인생이야기             

      연설도중 눈물흘리는 오바마대통령.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출신인 오바마 아버지와 어머니.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반기문 유엔사무 총장이 지난 8월4일 오바마에게  ‘상선약수(上善若水)’ 라고붓글씨로 쓴 생일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반 총장은 휘호 옆면에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한자로 오파마(奧巴馬)라고 적었다. “심오하고(奧) 친근하며(巴) 힘이 넘치는(馬)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반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오바마 출생기록부>

하와이 호놀룰루 카피오라니 산부인과병원에서 1961년 8월 4일, 오후 7:24분 출생.

아버지: 버락 후세인 오바마(동아프리카 케냐 출신 학생,25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함(18세)

 

“일부 사람들은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건, 내가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리란 것을 깨달았다. 난 진짜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이 맞고, 따라서 대통령 자격에 문제가 없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화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괴롭혀온 ‘출생의 비밀’ 논란에 넌더리가 났다며 위의 출생기록부를 공개했다. 이게 벌써 몇년 전 일이다. 엊그제 8월4일 오바마는 55세 생일을 맞아 SNS에서 수백만 팔로워들로부터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출생의 비밀은 이제 벗어난 것같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는 대한민국 주말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는 그 대상이 무엄하게도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문이라니 좀 어이가 없다.‘ 우리나이로 쉰 다섯살인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정적(政敵)들이 제기한 이 ’출생의 비밀‘에 시달려 왔다. 오바마는 미국태생이 아니어서 미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게 정적들의 주장이다.  그 주장은 지금도 여전히 잊혀질만하면 튀어나오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열린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도 오바마는 "내 이름은 버락 오바마입니다. 난 미국의 50번째 주인 하와이에서 태어났습니다"라는 인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좌중에선 대통령의 ‘유머’에 폭소가 터졌지만 오바마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컸다는 얘기일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오바마의 '출생의 비밀‘을 물고 늘어지는 측은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 중 가장 지지율이 높다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주요 공격무기였다. 출생기록부가 공개되자  도널드 트럼프는 “내가 한 건 했다”면서 “다른 의혹을 찾아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 마타도어 수법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여전히 이런저런 구설수를 자초하고 있다.

 

비단 트럼프 뿐 아니라 오바마의 출생 지역을 물고 늘어지는 이른바 버서( birther·오바마가 미국이 아닌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격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선후보 오바마에 대한 주요 공격 타깃이었다. 그만큼 ‘흑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극심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오바마의 부인 미셸을 겨냥해 ‘블랙 퍼스트레이디’는 절대불가라는 피켓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오바마는 모친이 백인이었지만 미셸은 양친 모두가 흑인이어서 공격을 더 많이 받은 것같다. 하지만 미셸은 '멋진 블랙퍼스트레이디'로 7년째 퍼스트레이디 '업무'를 잘 소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출생의 비밀'에 대해 오바마 측은 그동안 "대응할 가치도 없는 의혹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며 무시하는 전략을 펴왔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지지자가 대부분인 버서( birther)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면 이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오바마 측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대선 전략’의 하나로 ‘인종차별 받는 오바마’라는 이미지로 ‘역풍’을 일으키자는 전략이었다는 것이다.그 전략은 주효했고 미국 역사상 첫 흑인대통령이 연임에도 성공해 저렇게 '멋진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미국민 25%는 오바마가 미국 태생이라는 것을 여전히 믿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었고, 언론들도 흥미 위주로 이를 자주 다루면서 출생 논란의 파장은 예상외로 커졌다.

 

공화당 부통령후보로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가 소양부족으로 망신을 당했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대중이 원하기 때문에 의혹 제기는 정당하다"는 그야말로 교양이 의심되는 말을 버젓이하기도 했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군 중 1·2위를 다툰다는 트럼프는 TV에 출연할 때마다 "내 정보원들에 따르면 오바마의 출생기록부는 아예 없었거나 사라졌다" "내가 직접 조사단을 하와이로 보내겠다"는 말을 꺼냈다. 이러다보니 ‘인내의 한계’를 느낀 민주당 측에서 ‘출생기록부 전격 공개’를 결정했던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출생기록부가 공개되자 버서들은 "오바마의 출생기록이 갑자기 튀어나온 배경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뉴스 전문 채널 CNN은 "'인종'을 문제 삼는 것은 역풍이 너무 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출생지'를 물고 늘어지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흑인 대통령을 인정하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종차별 특히 흑백차별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치명적 약점으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흑인’이라는 그 자체가 무조건 싫다는 뿌리깊은 ‘인종차별’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미국이 정신 줄을 놓은 날.' 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정치판을 꼬집었다. 인디펜던트는 "미국 정치판은 워낙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종주국 의식’이 강한 영국 언론이 미국 정계를 얼마나 백안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든 오바마 대통령은기자회견에서 “주요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출생기록부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미국은 재정적자 감축과 일자리 창출 등 미국이 해야 할 더 나은 일들이 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온 국민이 고유가로 고통 받고 있다”며 더 이상 ‘출생 문제’시비에 관심이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예민한 기질이 농후한 A형 오바마는 얼마전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했을 때도 농담삼아 "미국인들 중 일부는 내가 케냐로 출생증명서를 떼러 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말을 농담처럼 함으로써 아직도 출생의 비밀을 공격하는 일부 몰지각한 '안티 오바마 세력'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은연중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이 미국의 현직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는 건 꽤나 재밌는 현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