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바마가 올 여름휴가 16일 동안 함께 한 책과 음악

스카이뷰2 2015. 8. 17. 11:57

 

 

 

 

 

 

미국은 대통령의 휴가문화에서도 자유롭고 넉넉한 분위기가 넘친다. 얼마전 55세 생일을 보낸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휴가는 늘 그랬듯이 책과 팝 뮤직이 함께 했다. 그 목록을 보면 오바마의 예술가적 기질이 느껴진다. 예민한 A형 기질의 오바마는 소설의 세계에서 '인생'을 탐구하려는 성향이 있는 듯하다. 16일간의 긴 여름휴가 동안 오바마 곁을 지킬 책들을 보면 오바마의 관심사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오바마 대통령의 ‘여름 휴가 도서’ 여섯 권은 주로 역사와 이민 문제를 다룬 것들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올 댓 이즈』 『저지대』 3권의 소설책을 넣었다. 대통령의 '여름 휴가 책'을 애써 안 가르쳐주려는 듯한 청와대와는 대조적이다.

 

『올 댓 이즈』는 지난 6월 90세로 별세한 제임스 설터가 34년 만에 내놓은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 남성의 일대기를 그렸다. 설터는 실제로 한국 전쟁 당시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적이 있다. 역사의 산 증인으로 작품활동을 한 작가의 폭넓은 세계관이 오바마의 관심을 끈 것 같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역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프랑스 소녀와 독일 소년의 엇갈린 삶을 다루고 있다. 또 한 권은 국내에도 알려진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다.

오바마는 2013년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라히리가 이 소설을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서점에서 이 책을 직접 샀고, 그 장면은 파파라치 같은 기자의 카메라에 찍혔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인도계 이민자들의 사연과 내면을 그린 『저지대』는 오바마가 큰 딸 말리아와 함께 서점에서 구입하는 모습이 보도돼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워싱턴포스트는 “2년 전에 샀는데 그동안 읽지 않은 게 확실하다”고 지적함으로써 예리한 눈썰미를 자랑했다.

 

아마 오바마가 그 기사를 봤다면 큰 딸 말리에게 유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을 것같다. "기자들은 못 말려"라고. 어쨌든 미국은 이런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대통령과 국민이 소통한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선진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것 같다.     

이 밖에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의 전기 『워싱턴』과 환경과 인종 문제를 다룬 『여섯 번째 대멸종』(엘리자베스 콜버트), 『세상과 나 사이』(타네하시 코츠)도 오바마의 여름 휴가 도서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워싱턴』과 『세상과 나 사이』는 한국에선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오바마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고른 휴가철 플레이리스트도 공개했다. ‘여름낮’ ‘여름밤’이란 제목의 리스트에는 각각 20곡이 들어가 있다. 20세기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니나 시몬부터 비욘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같은 최신 팝스타들의 노래까지 모조리 쓸어 담았다. 자신의 아이팟에 2천 곡이 넘는 노래를 저장한 오바마로선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르겠다. 

 

오바마는 인디 밴드 ‘로 컷 코니’의 곡도 꼽았다. 대통령이 자신들의 노래를 들었다는 뉴스에 보컬 아담 바이너는 페이스북에 “충격인 동시에 엄청난 영광”이라는 소감을 솔직하게 밝혔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다채로운 대중문화를 자유로이 섭렵하고 있다는 모습에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느낄 수 있다.  

 

대통령이 '휴가철 읽은 책'을 소개하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애써 공개하기를 꺼렸던 이번 청와대와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너무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해선지 청와대는 박대통령이 이번 닷새 동안의 '방콕 휴가'동안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제목이나 저자가  생소하지만 대통령의  애국적 독서취향이 잘 드러나는 책 같다. 하지만 별로 읽고 싶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우수성과 가능성에 대해서 잘 기술되어 있었다"는 대통령의 딱딱한 독후감을 보면서 왠지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오바마처럼 좀 세련되고 여유있는 휴가문화를 즐기시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든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독신의 여성 대통령이 휴가때마저 '오로지 애국적 분위기'에 갇혀지낸 것 같은 이미지가 느껴져 애처롭기까지 하다.   

 

오바마는 늘 그랬듯 이번 여름 휴가도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대통령들의 단골 휴가지'인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지난 7일부터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곳에서 오바마는 맛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딸들과 함께 아이스콘을 먹으면서 소년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국민에게 '깜짝 서비스'로 보내기도 했다. 23일 워싱턴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두 딸의 아버지이면서 엄청난 '딸바보'이기도 한 오바마는 휴가때만 되면  딸들을 데리고 서점을 들르는 모습을  카메라 기자들에게 '선물'처럼 보여줘 왔다. 하버드대 출신 변호사라는 '전직(前職)'이 주는  지적(知的) 이미지와 더불어  탁월한 문장력으로 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문인(文人)'오바마를 보면 미국인들은 '대통령 복(福)'이 많은 국민들 같아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