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사랑' 15년만에 종영.. 임우재는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백
돌아선 이부진과 임우재
대한민국 최고재벌 딸이 평범한 사원과 결혼함으로써 1999년, 20세기말 대한민국 '최고의 러브스토리'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 결국 '사랑'을 지켜내지 못한 채 15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슬하에 초등학교2년생 외동아들을 둔 이들 부부의 이혼재판은 대한민국 그 어떤 톱스타 부부의 이혼스토리보다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남편인 임우재(46) 삼성전기 부사장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것이 작년 10월 일이다. 한 메이저 신문 1면을 크게 장식했던 이부진 사장의 이혼스토리는 보도가 나간 후 '인터넷 최고 화제'로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왜 아니겠는가. 최고 재벌 삼성가 장녀로 자신의 재산만 2조원이 넘는다는 여성이 평민과 결혼했다는 건 당시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힘든일이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그들의 결혼생활에 관심이 유별.나게 높았을 것이다.
왕조시대로 치자면 공주님과 평민의 혼인에 버금갈 정도였던 삼성 이건희회장 맏딸의 '순수한 사랑'은 20세기말 한국청년들의 '로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세월의 훼방에 무릎을 꿇은 이부진 임우재 부부는 조만간 '남남'의 법적 판결을 받게 될 것이다.
한동안 시끄러웠다가 잠잠해졌던 이들 부부의 이혼스토리는 최근 남편 임우재가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애절한 사유로 이혼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다시금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 보도를 보는 순간 왠지 울컥해졌다. 일면식도 없는 천하 남의 이혼 이야기지만 강자와 약자가 분명해 보이는 그들 부부의 모습에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남편이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에서 인간사의 여러 상황이 떠오르면서 일종의 페이소스마저 느껴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임우재 부사장은 8월 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가사조사 기일에 참석, 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혼소송에 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임 부사장은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혀 뜻밖의 발언이라 취재기자들도 한동안 술렁거렸다는 것이다.
대체로 일반가정에선 부인이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는데 이들 부부에게서는 그 반대현상이나타났고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이런저런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이혼재판은 예상할 수 없는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두 남녀의 이혼 재판은 자녀 양육권 문제 등 이혼 이후의 대처가 주된 쟁점이었지만 남자가 이혼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다시한번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날 재판정엔 이부진은 나오지 않아 양자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재판은 이혼을 요구하는 이부진과 이를 거부하는 임우재 측의 주장이 맞서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다. 일부에선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남편의 의도가 순수치 못하다는 '남의 속도 모르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는 중이다.
이부진은 이혼 소송과 함께 아들 임모군의 친권자 지정 소송도 함께 냈다고 한다. 초등2년생 아들에 대한 '엄마의 아들바보 사랑'이 법원에까지 뻗친 셈이다. 왜 아니겠는가. 늦은 나이에 본 외동아들에 대한 그 엄마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최고 부자'엄마도 모성애는 평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꼭 부자엄마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대체로 엄마 손에서 키워지는 것이 더 낫다는 세간의 소리도 있는만큼 이부진의 아들에 대한 애틋한 심경은 이해해줄 법도 하다. 남의 가정사에 왈가왈부한다는 건 우스운 일이지만 기왕이면 '결손가정의 아들'로 키우기보다는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케하는 것이 아이의 장래에도 바람직하다는 걸 이부진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물 불 안 가렸던 '청춘남녀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은 결혼이라는 '일상생활'의 권태를 뛰어넘지 못했고 결국 두 사람은 그 흔한 '성격 차'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5월 급성 심근경색에 따른 심장마비로 쓰러져 투병 생활에 들어간 이후 이 사장이 본격적으로 이혼 소송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회장으로선 장남 이재용부회장의 이혼에 이어 가장 총애했다는 장녀의 이혼소송과 막내딸의 자살 등 순탄치 못한 자식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이런 얘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이부진 사장의 속마음속에 들어가보지 못해 그 누구도 알 순 없는 일이고, 사생활이기에 그 누구도 왈가왈부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친정 아버지'가 중병으로 누워 있는데 그렇게 법원에까지 갈 정도로 이혼을 서둘렀다는 건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선 이해해주기 쉽지 않은 일같다. 말못할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만서도 말이다.
냉정한 세상이어선지 이런 '세기의 이혼'에 대해 제일 먼저 '재산'은 어떻게 분할하나에 관심들이 몰리고 있다.,재계에선 이부진 사장이 협의 이혼 대신 이혼 조정 신청을 한 것과 관련, 서로 간 재산 분할을 둘러싸고 이견(異見)이 있기 때문에 조정신청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선 남편에게 '위자료'로 1천억원 쯤 지불할 거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 와중에 남편의 '이혼거부의사'가 터져나오면서 인터넷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 측 소송 대리인은 “두 사람은 이미 중요한 부분에서 합의를 마쳤고 원만하게 이혼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정을 신청했다”며 “앞으로 비공개 심리등을 거쳐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외용 멘트'일 수도 있겠지만 아주 틀린말은 아닐 듯싶다.
합의 이혼 방식을 택하면 두 사람이 직접 가정법원에 출석해야하지만 조정이혼이 성사되면 재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쌍방이 서로 괴롭게 '대면'하는 것보다는 훨씬 '우아한 방식'으로 갈라설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부진 사장이 이렇게 이혼을 서두른 것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관련해 상속문제가 마무리되기 전 서둘러 법적 절차를 밟으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반면 상속은 사위나 며느리한테는 적용하지 않기때문에 그들의 이혼과 삼성 상속문제는 상관이 없다는 소리도 나돈다. 하지만 상속 재산이라는 건 분쟁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는 '법리적 해석'도 나오고 있는 마당이어서 이부진 사장의 '거대한 재산'이 그녀의 이혼소송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남편의 간절한 목소리가 과연 얼마만큼 이부진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여자의 '떠난 마음'을 붙잡으려는 남자의 애절함이 자칫 초라하게 비칠 수도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건희 딸'로 호텔 신라의 사장까지 맡고 있는 이부진의 이혼소송은 '빅뉴스'임엔 틀림 없는 듯싶다. 20세기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남자 신델레라'임우재 '평사원'의 운명은 그 '끝'이 별로 아름답지 못하게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경제, 신분적으로 '절대강자(强者)'인 이부진사장의 마음 역시 그리 해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웬만하면 서로 좀 참고 그냥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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