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육사제복을 입고 부친의 장례식에 참석한 박지만생도.
2015년 육사제복을 입고 부친의 영정을 든 여생도 임모양.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남자 생도와 여자 생도가 각각 자신들의 '선친 장례식'에 참석한 사진들이 눈길을 끕니다. 남자 생도는 1979년 10월에, 여자 생도는 그로부터 36년 뒤 2015년 7월에 각각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일반인이 매스컴에서 육군사관생도가 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채 부친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을 본 건 아마 이 두 남녀 생도가 처음일 겁니다.
엊그제 호리호리한 키의 육사여자생도가 부친의 영정사진을 들고 천천히 걸어나가는 화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천하남인데도 그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올 봄 '영광의 육사생도'가 된 저 여학생은 자신이 육사제복을 입고 별안간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마지막길을 지키리라고는 꿈엔들 생각지 못했을겁니다. 여생도의 '젊은 아버지'는 이제 겨우 45세밖에 안되는 삶의 문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갑작스럽게 닫으면서 이런 피맺힌 유서를 남겼습니다.
"딸아! 너는 나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아버지로서 이러면 안되는 걸 아는데 아버지 어깨의 짐이 너무 무겁구나 나라를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다오!" 컴퓨터 공학 전문가로 국정원에서 4급공무원으로 성실히 일해오던 '엔지니어 아버지'는 어린 두 딸과 젊은 아내 그리고 노부모를 남겨둔 채 떠나야만했던 이 지상의 마지막 순간 자랑스러운 '육사생도'딸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울었을 겁니다.
다 알다시피 남자생도는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영식'박지만군, '36년 후배' 여생도는 '의문의 자살'로 며칠 전 세상을 뜬 국정원 과장의 '영애' 임 모양입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여생도가 부친의 영정사진을 든 채 장례식장으로 향하던 시각 '육사 대선배'박지만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러 세상밖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다 알다시피 현직 대통령의 유일한 남동생인 박지만은 중견기업 회장으로 주식자산만 8백억원이 넘는 '대부호'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올해 태어난 쌍둥이 아들을 비롯해 네 아들의 아버지로서 미모의 젊은 변호사를 아내로 둔 가장으로서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가 영정을 든 '후배 여생도'의 저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퍽 궁금합니다.
박지만회장은 엊그제 법원에서 "나는 정치에 냉소적입니다"라는 뜻밖의 발언을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직대통령의 친남동생이 정치를 냉소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여러가지로 해석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네살 무렵 '청와대 황태자'로 입성한 박지만은 끝 이름자가 '늦을 만(晩)'이어선지 영부인이었던 어머니를 고교생때 잃고 대통령 아버지마저 '육사 생도'시절 여읜 뒤 청춘시절 숱한 방황을 했습니다. '거리의 여자들'이 그의 반면교사였다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치에 냉소적이라는 그의 발언은 '황태자 박지만'의 숨은 면모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작년 말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진 뒤 자신의 생일날 법정에 출두한 박지만과 '대통령의 밤의 비서실장'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는 정윤회의 모습을 보며 일반국민은 대한민국의 정치현주소에 대해 많은 걱정들을 했고 지금도 그 걱정은 여전합니다.
어쨌거나 지금 세상은 국정원 직원이 자살하러가기 전 탔다는 '빨간색 마티즈'의 번호판이 녹색이네 흰색이네 하면서 매우 시끄럽습니다. '빛의 반사'로 녹색번호판이 흰색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경찰의 '과학적 해설'에도 웬만한 국민들은 그저 코웃음을 칠 뿐입니다. 과학적으론 맞을지 몰라도 심정적으론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린 겁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유신시대처럼 그렇게 어리석진 않습니다. 인터넷 호위무사들의 예리한 검증은 아무리 '정권차원'에서 다스리려해도 사그라들지 않는 저항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번 '국정원 해킹사건'과 국정원직원의 의문의 자살사건은 아무래도 박근혜정권에 큰 짐으로 남을 거 같습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준엄한 설교'를 잘한다는 여성대통령은 어쩐 일인지 이번 '국정원 사건'에 대해선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도 국민이거늘 '국민의 억울한 자살'사건에 대해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께서 한 말씀도 하시지 않는다는게 여생도 입장에선 왠지 야속하고 서럽게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육사 여생도가 제복을 입은채 '자살한 부친의 영정사진'을 든 모습을 대통령도 분명 봤을 텐데 한 말씀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인간적으로 좀 섭섭하기까지 합니다. 국정원은 대통령소속이고 육사 역시 졸업식때는 반드시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립'이기에 대통령은 여생도와 그 가족에게 위로의 한말씀을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고인과 유가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했더라면 추락중인 지지율 상승에도 도움이 됐을 겁니다.
어쨌거나 부친의 장례식에 육사제복을 입은 그 여생도를 보면서 36년전 같은 육사제복을 입고 부친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영식 박지만군'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이런저런 상념들이 떠올랐습니다. 부친을 여읜 슬픔은 '대통령 아버지'나 '서기관 아버지'나 그 무게는 꼭 같을 겁니다. 어쩌면 저 어린 여생도의 슬픔이 더 클 것도 같습니다. 아들보다 딸이 '아버지없이' 세상풍파를 견뎌내야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말입니다.
며칠 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말로 한국을 조롱했습니다. “만일 국가에도 기분이라는 게 있다면, 한국은 프로작(항우울제)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16일 한국이 “인구는 노령화되고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으며 혁신은 더디고 기업과 가계 부채는 늘어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감염 위협으로 신뢰도 심하게 손상됐다”며 “이 모든 것이 300명 이상이 희생된 페리 사고(세월호)로 신뢰가 타격을 입은 이후 1년만의 일이다”고 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월호'때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많이 아파했습니다. 그 세월호 문제는 아직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부르짖는 유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아픈 상태에서 얼마전엔 메르스라는 괴질로 역시 천하남인데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슬픈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게 벌어졌습니다.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이 사과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작년 세월호 문제나 이번 메르스 사태 그리고 역시 자살로 한국 정치판을 흔들어 놓은 성완종 사태 등등 '대통령의 리더십'과 직결되는 사건들이 쉴새 없이 터져나오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이지 프로작이라는 항우울제라도 먹지 않으면 살기 힘들 지경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시의적절하게 대통령이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아끼지 않았다면 사태는 지금처럼 복잡해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한탄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어린 육사 여생도가 아버지의 돌연한 자살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영정사진을 든 슬픈 모습으로 우리 국민의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 아무래도 항우울제가 필요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터질지 걱정이라는 국민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무덥디 무더운 한여름 중복(中伏)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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