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박근혜 반기문 김무성 문재인 공동주연 추석연휴 정치극장

스카이뷰2 2015. 9. 30. 15:58

    

                        

 

 

 

 

박근혜 반기문 김무성 문재인 공동주연 추석연휴 정치극장

 

 

 오늘 새벽 서울공항 대통령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는 여성대통령은 12시간 비행에 시달린 피로감은 별로 없이 꽤나 긴장된 모습이었다. 기내에서 입고 있던 헐렁한 하늘색 재킷 대신 말쑥한 감색 정장으로 바꿔 입은 그녀의 모습에선  금방이라도 청와대 집무실로 달려갈 비즈니스적 분위기가 가득했다. 범접하기 어려운 찬바람 기운마저 그녀 주변을 감도는 듯했다. 한마디로 심상치 않은 일들이 곧 벌어질 듯해 보였다. 그만큼 여성대통령은 자신의 부재중 일어난 ‘김무성의 하극상’을 관용하기 어려운 듯한 기색이었다.

 

새벽어둠을 뚫고 서울 공항에 달려온 충성심 강해보이는 돌쇠스타일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유철에게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악수를 건넸지만 어딘지 모르게 심기는 다소 불편해보였다. 정작 와야 할 당대표 김무성은 대통령의 출국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만 귀국 때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행여 며칠 전 대통령의 대구 순시 때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던 것처럼 당대표에겐 ‘불참요청’을 한 건 아닐까하는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 아닌게아니라 그럴 지도 모르겠다.

 

‘감수성이 예리한’ 여성대통령의 심기를 한치라도 건드려서는 안되겠기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무성에게 ‘불참’을 통보했을 수도 있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정치를 모르는 나의 어설픈 정치적 상상력이다. 그동안 김무성은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거구를 이끌고 공항에 나가 깍듯이 ‘예’를 갖추곤 했다. 바로 며칠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참석차 나갈 때도 공항환송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김무성의 공항부재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아무래도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유쾌하지 못한 심기가 Tv 화면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될 정도라면 대통령이 자신이 서울에 없는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짐작할수 있을 것같다. 감히  '최고존엄'대통령이 유엔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중요한 순간이  화려하게 뉴스화면을 장식하지 못하고 김무성 문재인이 부산 롯데호텔에서 기습적으로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라는 ‘이상한 공천제도’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더 비중있게 TV뉴스를 장식했다는 건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극장에서 유일하게 히로인 역할을 도맡았던 여성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극상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주연’ 역을 잠시 빼앗겼다는 것도 불쾌했겠지만 ‘대통령 부재중’ 또 ‘사고’를 친 당대표 김무성의 ‘반골기질’을 여성대통령으로선 용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만은 안 돼’라는 뿌리 깊은 감정을 다시한번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김무성의 이번 ‘안심전화 거사’는 대통령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김무성은 왜 그랬을까. 안심번호 공천제는 우리네 평범한 국민들 눈에도 ‘악수(惡手)’의 결말이 뻔히 보이는것 같은데 김무성은 왜 그런 무리수를 뒀을까. 좀 유치한 상상력을 동원해본다면 김무성은 어쩌면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예감하고 앉아서 죽나 서서 죽나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지다라는 극단적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발단은 대통령이 유엔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만나실 예정입니다”라는 이례적인 브리핑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런 보도가 나온 직후 각종 매스컴에선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강호제현들의 정치적 재담들이 쏟아졌다. 소위 ‘종편거사들’로도 불리는 정치평론꾼들은 너나없이 반기문 등장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다고 반기문이 차기 대권을 장악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불길한 예언을 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 지상파 방송사에선 반기문이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그 방송사 출신들이 청와대 홍보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대통령의 뜻’이 누구에게 가 있다는 게 이토록 공공연하게 드러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전대미문의 코믹한 정치상황들이 반기문을 제외하곤 13주째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아온 김무성을 코너에 내몰았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더구나 '마약사위'로 인해 김무성이 받은 스트레스도 한 몫을 단단히 했을 것이다. 사방군데서 김무성은 곧 끝난다는 '저주섞인 예언'이 들려오면서 김무성의  인내는 한계선을 넘어섰을 것이다.

 

한편 추석 하루 전날 뉴욕에 도착한 대통령은 우아해 보이는 연한 잿빛 롱스커트 차림으로 유엔사무총장 관저를 방문해 반기문이 준비한 만찬에 참석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자리엔 수재형으로 생긴 한국계 세계은행 총재 김용도 참석했다. 세 사람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용이 도착하기 전 20분간 대통령과 반기문은 ‘독대’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비밀이다.

 

효녀 심청보다 더 효심이 지극한 여성대통령은 유엔에서 선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사부곡(思父曲)’을 구구절절히 애절하게 불렀다. 특히나 ‘새마을 운동’이라는 한국말을 번역도 하지 않은 채 전세계를 향해 고스란히 한국말로 뚜렷이 발음함으로써 선친의 ‘위업’을 더 빛나게 기렸다.  

 

선친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서도 자랑을 잊지 않았다. 그만큼 '위대한 아버지'를 뒀다는 건 여성대통령으로선 크나큰 유산상속을 한 셈이다.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이 40년 전 작고한, 자신의 ‘대통령아버지’를 국제무대인 유엔에 모시고 나와 그토록 자랑했는지 기억에 없다. 그만큼 그녀의 '사부곡'은 온 세계를 울렸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기네스북에 올려야할 기록일 지도 모른다.

 

다만 자랑스런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칭송’을 제3자가 객관적으로 해드렸다면 더 빛났을 거라는 아쉬운 생각은 살짝 든다. 어쨌든 64세 최고 권력자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절한 추억을 ‘정치적 업적’과 연결시켜 전 세계에 자랑했다는 건 희귀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한 딸의 입장을 떠나 ‘새마을 운동’에 대해 아프리카 아시아 후진국에 전파해야한다는 거의 종교에 가까운 신념을 가진 여성 대통령의 마음에 “새마을 운동이 전세계에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의 달콤한 발언은 참으로 고마웠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박수치면서 활짝 웃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Tv뉴스화면을 장식한 박대통령과 반기문총장의 우애 넘치는 모습은 이제까진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이었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참으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이좋은 오뉘 같기도 하고 오래 살아온 부부처럼 다정해 보이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사흘 동안 무려 7차례나 만났다고 한다.

그야말로 ‘정치적 썸타는’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64세 여성대통령과 72세 유엔 사무총장의 사이좋은 모습은 국민에게 정치적 안정감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미는 사람’으로 각인됐을 반기문의 지지율은 당분간은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 이쯤 되니까 김무성은 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추석연휴를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 내 친박 최고위원들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부산 경남중학교 한 해 후배라는 야당대표 문재인에게 긴급회동을 요청했을 지도 모르겠다. '부산 사나이'의 욱하는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야당대표가 된 이래 첫 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책임지라며 사퇴 압력에 계속 시달려온 문재인으로선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을 김무성의 제안이 반가웠을 것이다. 이렇게해서 추석 연휴 나흘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조산아처럼 태어났다. 온갖 매스컴에서 난리가 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반 국민들에게 안심번호 공천 운운하는 이야기는 좀 생소하다.

 

게다가 본질은 최고 권력자의 공천개입을 막으려는 것이다라는 김무성측 주장과 정치 기득권세력의 공급 갑질이라는 청와대측의 상반된 주장에 더 어리둥절하다. 요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때 '대통령의 입김'을 막아보려는 김무성의 저항이 그런 '묘수'를 급조했다는 게 '친박'들의 주장이다. 반면 비박들은 그게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국민의 눈에는 그저 '권력투쟁,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다는 걸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어쨌거나 오늘 새벽 6시 서울에 도착한 대통령은 ‘말쑥한 정장차림새’에서 느껴졌듯 기나긴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어느 새 김무성 문재인 ‘합의’는 그르다는 추상같은 판결을  조목조목 아랫사람들을 통해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서릿발이 담겨져 있는 듯했다.

 

지난 6월25일 유승민을 ‘단칼’에 배신자로 규정했던 그 무시무시한 단호함이 이번엔 김무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이번에도 칼자루는 최고존엄이 쥐고 있다. 그렇기에 김무성의 ‘말로’는 거의 불을 보듯 명약관화해진 셈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무성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떠돈다. 김무성이 '모종의 병기'를 갖고 있을 거라는 얘기다.

 

 여기까지가 천만 관객이 든 베테랑이나 암살, 사도보다 훨씬 더 재밌는 대한민국 현실정치극장 스토리다. 이런 결말은 웬만하면 다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시츄에이션인데 김무성은 왜 그런 무리수를 뒀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아무래도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건곤일척의 도전을 하려한 것일까... 어쨌든 김무성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그야말로 ‘박근혜 김무성의 전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김무성은 여성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그렇기에 이번 추석연휴 정치극장의 우승트로피는 결국 여주인공인 대통령과 그녀를 충성스럽게 모신 노련한 외교관 출신 반기문에게 돌아갈 것 같다.  단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의 이번 추석 승리가 국민의 뜻에 부합해 '차기 대권'으로 현실화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