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너무 시끄럽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이토록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 줄은 아마도 여성대통령 스스로도 몰랐을 것 같다. '콘크리트 지지율 30%'를 대통령 아버지와 이미지 좋았던 영부인 어머니의 '유산'으로 물려받고 거의 모든 선거에서 이겨만 왔던 여성대통령으로선 국정화 반대여론이 60%를 넘고 있다는 여론에 무척 당황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국민여론이 이렇듯 나빠지고 있어선지 5일날 발표하기로한 국정화 고시는 별안간 이틀 앞당긴 어제(3일), 교육부총리 황우려가 아닌 목청 좋은 국무총리 황교안이 오전 11시에 무슨 프리젠테이션이라도 하듯 발표했다. 이제 대한민국 중고등 학생들은 2017년부터는 국정화 역사를 배우게 됐고 효녀 심청이보다 더 효성이 깊다는 여성대통령은 1917년생인 대통령아버지 탄신 100주년 제사상에 '자랑스런 국정교과서'를 바치는 쾌거를 이룩한 것만은 틀림 없는 일인 것 같다. 역사는 힘있는 자들의 것이라는 말이 얼핏 떠오른다.
이런 와중에 국정화고시 바로 하루 전 그동안 통 안보였던 김용옥이 손석희 뉴스룸에 출연해 그 특유의 언변과 제스처로 국정화를 강력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도올이라는 호를 쓰고 있다는 그는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인 제3공화국에 대한 평가를 교정하기 위해 역사 전체를 건드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직격을 날렸다. 방송 말미에는 제발 국정화 고시는 하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 지 10 여시간 뒤 '국정화 고시' 발표가 있었다는 건 좀 코믹한 시츄에이션 같다.
김용옥은 뉴스룸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과거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며 “그런데 (인물에 대한) 평가를 고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도리어 박정희 대통령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일”이라며 혹평했다. 역사에는 부끄러운 측면이 있으면 부끄러운대로 써야 하는 것이고 다양한 관점이 수용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역사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교과서 문제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김용옥은 오늘 아침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이미 발표된 국정화 고시에 대해 '교과서판 세월호 참변'이라며혹평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변이 일어난 이유가 우리가 역사를 잘못 써왔기 때문은 아니지 않느냐며 현 국정이 잘못돼 참변이 일어난 것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국정화 고시 강행에 대해 (역사 교과서를) 단 하나의 국정으로 돌리는 이런 우매한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서나 종교 개혁할 때 있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알면 가만 안 있을 것 같다.
김용옥은 자신이 박근혜정부 들어 '방송출연 금지'를 당했다는 말도 했다. 손석희가 요즘은 TV강연을 왜 하시지 않느냐고 묻자 나온 폭로성 고백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든지 방송 출연을 하고 싶은데 이 정부 분위기 하에서는 PD들이 아무리 (내) 방송 출연을 기획해도 결국 다 잘린다”고 말했다. 설마?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20세기 유신시절이나 전두환 군사정권시절 같은 '언론탄압'은 없을 것 같은데 저렇게 공식 인터뷰 석상에서 말하는 걸 보면 사실은 사실인가보다.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아직 멀었다.
김용옥의 'TV학술 강연'은 사실 어떤 연예 오락프로보다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김용옥 자체가 예능 감각이 있어선지 지루하기 쉬운 맹자 공자 시절 이야기가 개그 콘서트보다 훨씬 재밌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지 김용옥의 '학술예능'은 종적을 감췄었다. 그런데 그게 '정부의 지시' 탓이었다는 거다.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을 제대로 못하게 한다면 큰일 아닌가 말이다. 어쩌면 김용옥 한 사람만 그런 탄압을 받은 건 아닐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어제 국정화 고시 발표 이후 대한민국은 한동안 더 시끄러워질 것 같다. 좀 전 인터넷 뉴스 서핑을 하다보니 이승환이나 김제동 같은 연예인들마저 '국정화 반대'를 외쳐대고 있다. 국민의 70% 가까이가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으니 그들이 나서서 반대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저렇게 굳이 국정화를 강행했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썩 해피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김용옥의 주장대로 한국사교과서가 검인정보다는 오히려 자유발행으로 나가서 보다 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게끔 만들어도 시원찮을 시점에 단 하나의 국정으로 돌린다는 것은, 우매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서나 종교 개혁할 때 있는 이야기라는 말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68세의 김용옥은 오늘 아침 라디오시사인터뷰에서 제가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셔야 되는데라는 말까지 했다. 그야말로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PS:‘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은 ‘이 날, 목 놓아 통곡하노라’라는 뜻으로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 사설란에 실린 장지연의 논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11월
17일 대신들을 압박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알리고, 조약 체결에 찬성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대신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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