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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온라인에 보도된 요즘 청춘 세대 사이에 ‘인간 등급표’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른바 수저계급론이다.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눈다고 한다. 취업은 기적, 취업은 신의 선물이라는 자조적인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등장한 이 수저 계급론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젊은 세대들의 사회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2030 수저계급론’은 2030 청춘들의 부모 연소득과 가정환경 등 출신 배경을 ‘수저’로 빗댄 거다. 이 수저론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라는 영어식 표현에서 따온 것 같다.
옛날 유럽 귀족층은 식사 때 은식기를 사용하고, 갓난아기에게 어머니 대신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에서 은수저 물고 태어난 말이 나온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청춘들이 이런 18세기 유럽귀족들의 속담을 차용해 수저론을 만들었다는 건 그들이 괴로운 청춘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한국형 수저론'은 집안의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분류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돌고 있는 ‘수저계급론’은 이런 식이다. 자산 2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 자산 1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1억원 이상일 경우 ‘은수저’, 자산 5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500만원 이상일 경우 ‘동수저’다. 흙수저는 여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자산 5000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000만원 미만인 가정 출신이다.
‘흙수저 빙고게임’도 유행하고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가난한 부모세대'를 시니컬하게 관찰한 통찰력에 쓴웃음마저 나온다. 가로 다섯 칸, 세로 다섯 칸짜리 표에 흙수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가정환경이 쓰여 있다.
적잖은 2030들의 부모세대는 아래 도표를 보면서 '내 이야기 같네'라는 공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서민생활의 디테일이 묘사되고 있다.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 틀거나 에어컨 자체가 없음’ ‘TV가 브라운관이거나 30인치 이하 평면TV’ 등 가재도구의 유무나 상태를 따지는 칸부터 ‘고기를 요리할 때 물에 넣고 끓이는 요리로 해 먹음’ ‘부모님이 정기 건강검진 안 받음’ 등 구체적인 생활양식이 기재돼 있는 칸까지 해당 사항도 무척 다양하다.
위 도표에 동그라미를 더 많이 칠수록 흙수저에 가깝다고 한다. 빙고 동그라미 개수가 10개를 넘으면 서민도 아닌 하층민이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하지만 웬만한 서민가정 부모들은 위 도표가 지적하는 '생활의 비루함'을 뭐 그리 부끄럽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일상생활이란 어떤 조건하에서도 경건하고 엄숙한 것이란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이토록 풍자적인 ‘등급 분류’를 하게 된 건 ‘88만원 세대’ ‘3포세대’ 등으로 불리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다수의 2030 청춘들이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자조 끝에 수저계급론을 만들어냈다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날수록 고급 교육과 다양한 어학 능력을 갖춰 취업까지 유리한 반면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취직이 어렵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하루하루 빚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부모의 든든한 재력이 없으면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에 젊은이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젊은세대의 박탈감은 연구논문에서도 그 '현실감'을 증명해주고 있다. 올해 3월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교육 수준이 높고, 이는 질 좋은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소득 1분위(월 가구소득 212만2600원 이하) 가구의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15.32%)에 비해 소득 5분위(월 가구소득 292만6900원 이하) 학생의 대졸 비율(63.08%)이 약 4배 높았다. 해외 연수를 가는 비율도 1분위 학생(3.63%)보다 5분위 학생(13.85%)이 마찬가지로 4배 높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의 '무정한 자본주의 이론'이 고스란히 현실화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마냥 수저계급론에 수긍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유행하는 수저계급론에 대 ‘왜 가정환경을 등급별로 나누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부모님을 ‘수저’라는 조건에 빗대 말하는 세태가 불편하다, 빙고게임에 묘사된 (부모님의) 모습들이 마치 부모님을 비하하는 것 같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선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계층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심리가 팽배하다는 시각도 있다 . 수저계급론은 단순한 자조적 놀이가 아니라 현실을 뼈아프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인기를 얻는 것이라는 얘기다. 21세기 들어 '자본주의의 냉혹함'이 청춘들을 강타하면서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한 '방황하는 청춘'이 돼버린 2030세대에겐 이런 수저론에 박수를 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청춘들이여! 아직 시간은 그대들 편이다. 물론 취업이 어려운 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젊음을 바탕으로 어떤 역경도 이겨내겠다는 필사의 '도전정신'으로 완전무장하고 일단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소박한 야망'을 갖기를 권하고 싶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건 아니라는 거다.
물론 이런 소리는 '무책임한 꼰대들'의 하나마나한 헛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청춘의 시간은 그만큼 고귀한 것이다. 그러니 기죽지 말고 자기 앞에 펼쳐진 현재를 당차게 경영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너무 추상적 얘기같겠지만 일단 '젊음의 특권'인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갖고 포기하지 말고 '미래에의 희망'을 억지로라도 갖는다면 청춘, 그대들 앞엔 '밝은 미래'가 다가올 것이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옛날 청춘들'도 어려웠었다. 어느 시대건 삶은 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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