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정두언 "살생부 얘기, 김무성에게 직접 들었고,'말 바꿔 달라' 2번 전화받았다"

스카이뷰2 2016. 2. 29. 16:21

                  

                                               김무성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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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선 드디어 온갖 암투설이 현실로 스멀스멀 나타나고 있다. 꼭 무슨 궁중 암투 사극을 보는 듯하다.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건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과 MB정권시절 한때 실세로 알려졌던 정두언이 주고받은 그 이름도 으스스한 '살생부' 실존설을 둘러싼 '핑퐁게임'식 진실게임이다. 가만 들어보면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문재인과 차기 대선후보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김무성의 위상에 큰 흠집을 낼 것 같다. 어쩌면 이걸 도화선으로 김무성의 정치생명은 '풍전등화'처럼 아슬아슬 스러져갈 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정두언은  "2월 25일 김 대표의 측근이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명 물갈이 요구 명단을 받았는데 거기에 당신 이름이 들어 있다'고 했다"고 젊은 기자에게 울분을 토하듯 말한거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정두언은 본인에겐 엄청나게 끔찍한 그 말을 김무성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말까지 했다. 직접 듣지 않고서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이 '살생부'에는 심지어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의원이나 이재오 서청원 등 '거물급'의원들과 대통령에게 미움살이 단단히 박힌 유승민이'당연직'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 후폭풍이 엄청날 듯하다.  이 정도라면 '꾸며서 말하긴 어려운 화법'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말을 전해들은 '친박들'은 천부당 만부당하다며 펄쩍 뛰며 벌떼처럼 일어나 김무성에게 책임사퇴하라는 험한말까지 쏟아내면서 난리를 피고 있는 중이다. 곧 당대표를 밀어낼 기세다.

정두언은 한 종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 '(청와대 친박핵심 인사가)이러이러한 사람들을 공천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절대 받아줄 수가 없다. 정말 끝까지 나는 도장도 안 찍겠다',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며 김무성이 자신에게 직접 말한 얘기 내용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 말에 대해 김무성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이러니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더욱 가관인 건 정두언은 이번 살생부 논란 직후 김무성으로부터 2번이나 전화가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음에는 (27일) <조선일보> 보도 직후 전화가 왔다. '당 대표한테 들었다는 걸, 직접 들었다고 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고 밝혔다.

그 후 정두언은 공천면접 보러갔다가 "'당 대표에게 (살생부 문건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언론에 밝히니까, 다시 (김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서 '자기가 정두언한테 찌라시 얘기를 한 거니 이에 좀 맞춰달라'고 다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두번이나 '회유성'전화를 해 말을 맞춰달라고 했다는 거다.

"그래 놓고선 이제 와서는 내가 자신의 발언을 과장했다고 언론에 해명하고 있다"며 "평소에 누가
거짓말을 더 잘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정두언은 두번 다시 안볼 사람처럼 김무성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자 이쯤 되면 관심없는 일반인들이라도 누구 말이 조금 더 '신빙성'이 있는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김무성은 지난 대선때도 '찌라시 파동'으로 심각한 구설수에 시달린 적이 있다.

게다가 여의도 주변에선 정두언은 박대통령의 '멘토'였던 최태민목사에 관련된 발언으로  대통령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한 '전과'가 있기에 '살생부'에 올라갈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오래 전부터
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살생부'논란은 어쩌면 일찌감치 예견됐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정두언은 그러면서 "김 대표 본인은 (살생부 논란) 기사가 나가길 원한 것 같다. 그래서 기사가 나갔는데 논란이 되니까 왜 도망가냐"면서 "김 대표에게는 '30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다더라. 일을 저지르면 30시간을 못 버틴다고. 이번에도 그 꼴"이라고 김 대표를 거듭 비꼬았다. 아닌게아니라 그동안 김무성은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매스컴을 장식하기도 했다. 

사태가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자 김무성 측근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무성 대표는 그러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정두언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는 이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었다고 한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궁색해 보인다. 당대표가 '살생부 구설수'에 이런 식을 휘말렸다는 건 그 자체로도 엄청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이번 '살생부'파동은 총선 전 늘 있어왔던 식상한 스토리지만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새누리당대표 김무성으로선 거의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청와대 쪽에선 김무성을 '차기'로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찌라시'마저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청와대'까지 끌어들인 살생부 이야기로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김무성의 '앞날'엔 먹장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다. 그렇기에 유력 대선후보라면 자나깨나 '말조심'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PS: 결국 김무성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국민과 당원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로 사과발언을 했다. 정두언이 주장한 '30분의 법칙 소유자'라는 오명을 다시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살생부 파동'으로 김무성은 자신과 친한 비박계 인사들을 지켜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쎄다. 과연 이번 새누리당 공천이 김무성이 바라는대로 될지 어떨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아무래도 김무성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막강한 영향력이 새누리당 공천을 좌지우지할거라는 예측들이 나돌고 있다. 이번 20대 총선은 어쩌면 이제까지의 총선 중 가장 재밌는 풍경을 보여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