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누나'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는 박지만씨.(시사위크사진)
박지만 "조응천 오죽하면… 누나 겨냥하진 않을 것"
어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더민주당 전격 입당은 굉장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네티즌들은 물론이고 정치권 특히나 새누리당과 청와대 쪽에서 앙앙불락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정권의 비밀장부’를 갖고 있을 조응천의 ‘변신’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다소 우호적인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아침신문에 따르면 박회장은 "평생 공직에 있던 사람이 술장사를 하면서 세월을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오죽하면 그랬겠나, 인간적으로 이해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쪽 인사들이 조응천을 맹비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박지만의 그런 발언은 잔정이 많은 ‘A형 기질’남자의 측은지심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알려진대로 조응천은 서울 마포구에서 ‘별주부짱’이라는 해산물전문 음식점을 운영해왔는데 박지만은 ‘식당’운영을 ‘술장사’로 표현하면서 그를 동정하는 투의 말을 한 것이다. ‘오죽하면’ 그랬겠나라는 화법에서 ‘황태자 출신’ 박지만의 서민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그런대로 ‘정상’인 듯한 인상도 준다.
박지만의 한 측근은 매스컴과의 통화에서 조응천의 입당에 대해 "누나(박 대통령)를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했다. 박 회장이 조응천이 더민주 입당을 고민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양식 있는 사람으로 처신을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누나를 겨냥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 속엔 조응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은 검사시절이던 1994년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됐던 박지만의 담당 검사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엔 박지만 부부를 관리하는 업무도 맡았다. 물론 ‘청와대 입성’도 박지만이 ‘대통령 누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뤄졌다는 풍문도 떠돌고 있다.
그렇기에 조응천이 청와대 재직시절 '비선 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등을 수시로 박지만에게 건넨 혐의로 작년에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그 ‘사건’에 대해 일부에선 조응천의 ‘권력욕’탓이라는 싸늘한 시선도 있다. 어쨌거나 박지만이 자신이 어려운 시절 도움을 줬던 조응천을 ‘인간적으로 신뢰’한다는 얘기는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것 같다.
18년 장기집권자의 늦둥이 외동아들로 고이 자라왔지만 16세 때 영부인 모친을 여의고 21세 때 부친마저 ‘비명횡사’로 서거한 뒤 하루아침에 ‘천애고아’가 되었던 박지만으로선 조응천 같은 엘리트 검사의 ‘따스한 인간적 예우’에 큰 위로를 받았을 것으로 본다.
연배로는 62년생 조응천이 4년 연하지만 세상물정 모른 채 저자거리에 추락했던 ‘황태자’ 박지만에겐 패기 넘치는 30대 초반 담당검사 조응천이 꽤나 당당하게 보였을 것이다. 담당검사와 피의자 신분으로 만난 이 두 남자는 2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오면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대통령 누나’가 아직 현직에 있는데도 ‘배신’의 모양새로 떠들썩하게 야당에 입당한 조응천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쉽게 거둬버리진 않을 것 같다.
항간에선 박지만이 대통령을 비롯한 60대 두 누나들에 비해 ‘현실 감각’이 있고 ‘세상물정’에도 밝은 이유는 ‘저자거리의 여인들’과 교류했던 덕분이라는 소리도 떠돌고 있다. 어쨌거나 이 잔정 많은 59세 남자 박지만의 조응천에 대한 동정심과 신뢰는 여전해 보인다. 어쩌면 순정파 성향이 다분한 A형 남자의 기질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남동생의 이 발언이 ‘대통령 누나’에겐 다소 불편한 소리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ps: 조응천 전 비서관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박 회장 측에 사실 확인을 한 결과 “박 회장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런 보도가 난 줄 모르겠다면서 해당 언론사들에게 정정보도 요청을 하고 또 그게 시정이 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까지 취하겠다’ 고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지난 6일 6면 ‘알려왔습니다’를 통해 “지난 3일자 기사와 관련, 박지만 EG회장은 ‘측근에게 관련 발언을 한 사실이 없으며, 정치에 어떤 관심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정정보도는 아니지만 박 회장의 입장을 반영해준 것이다. =박회장 본인이 하지 않았다면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성이 여리고, 그나마 세상물정에 밝은 50대 후반 박회장으로선 자신이 신뢰하고 있는 조응천의 변신에 대해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것만은 사실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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