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메르켈 총리.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 최고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혀 '표지 인물'로 등장했다. 타임은 9일(현지시간) '2015 올해의 인물'에 메르켈 총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럽 채무 위기와 난민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에 있어서 보여준 메르켈 리더십이 선정이유다. 2005년 독일의 첫 여성 총리로 당선된 이후 세번 째 연임에 성공한 메르켈은 임기 10년 째를 맞은 '베테랑 총리'로 타임 역사상 29년만에 처음 여성으로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타임은 1927년부터 그 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개인이나 단체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왔다.
여성 편집장인 낸시 깁스 타임 편집장은 메르켈 총리에 대해 "자신의 나라에 다수의 정치인들이 꺼리는 것을 요구하고, 폭정과 편의에 맞서서 굳건하게 서며, 도덕적 리더십이 부재한 세상 가운데 확고한 도덕적 리더십을 보여준 것 등을 볼 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분명 타임의 올해의 인물이다"라는 말로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헌사'를 바쳤다. 타국의 정치인에게 이 정도의 극찬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만큼 메르켈 리더십이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깁스 편집장에 따르면 "그리스의 파산 전망은 유로존 존립을 위협했으며 난민 위기는 국경 개방 원칙에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결국 파리의 연쇄 테러 사건으로 국경을 닫고 벽을 쌓아야 하며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메르켈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로 유로존이 깨질 뻔한 상황에서 지도력을 발휘해 사태를 봉합해냈고,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난민들에게 문을 열어 약 100만명의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이는 '위업'을 이뤄냈다. 이런 메르켈의 '공'을 타임 측은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올해 취임 10년 째인 메르켈 총리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다.세계적인 리더로 국제무대에서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메르켈이 권위있는 미국의 시사주간지에서 극찬과 함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문득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미국 유수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나 미국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주간지 네이션에서 박근혜대통령을 낯뜨거울 정도의 혹독한 논조로 비판한 사실이 떠오른다. 이에 대해 김아무개 뉴욕총영사가 이 두 매체에 항의했다는 보도는 더더욱 한심하다.
메르켈 총리가 미국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는 반면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박대통령은 미국 매체로부터 왜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했는지를 한국 정부는 곰곰 헤아려봐야할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매체들의 그런 보도태도가 물론 마음엔 안 들지만 왠지 좀 창피한 느낌이 든다. 아마 박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안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아래는 2013년 우리 블로그에 올린 글로 다시 소개합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 3선 연임 성공 이유
젊은 날의 메르켈. 어딘지 문학적 감수성이 풍기는 사진이다.(메르켈 홈페이지에서)
총명, 겸손, 소박, 검소, 온유,털털하고 뼛속까지 서민 주부 스타일...1954년7월17일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 평소 내가 가졌던 이미지다. 독일의 유서깊은 명문 라이프치히대학교 물리학 박사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2013년 9월23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세번째 맡고 있다.
별 일 없으면 2017년까지 독일 총리직을 맡게될 이 여성총리는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난 '동독 출신'에 이혼경력이 있는 그야말로 '변방인(marginal man)'이었다. 그럼에도 '정치적 장수'를 누리는 최고 권력자가 된데는 남다른 이유가 필시 있을 것이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의 3선 연임 성공에 대해 '독일인들은 메르켈이 권력 있다고 티내지 않고 돈을 아끼는 슈바벤 지역 주부스타일의 검소함을 좋아한다’면서 ‘메르켈은 권력을 가진 것을 특별하지 않은 일로 바꿔 놓았다. 권력을 과시하지 않지만, 힘을 가졌다’고 호평하고 있다. 메르켈의 실생활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녀의 '수수한 패션 스타일'을 보면 대강 그녀가 어떻게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영국의 한 신문은 식료품점 딸(대처)과 목사의 딸(메르켈)로 태어난 두 여성이 이공계 과학도 출신이라는 점, 우파 여성 정치인으로 남성 중심의 정계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했던 대처 전 총리와 달리 메르켈 총리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연함이 강함을 이긴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 케이스다.
또 대처 전 총리는 유럽 통합에 강력히 반대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조정자 역할을 맡아 왔다. 독일인들은 메르켈의 차분하고 소탈한 '엄마 리더십'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굳이 변화의 필요성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같은 '평민의 딸들'로 태어났지만 대처 총리는 '깐깐한 권력자의 모습'이 분명한데 비해 메르켈은 '넉넉한 풍채'에서 느껴지듯 서민적 면모가 진하게 풍긴다.
'국민이 이웃집 아줌마 같은 메르켈에게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야말로 메르켈 성공요인의 첫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어느 나라 지도자건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유능한 정치인'의 첫째 조건이라는 데 공감할 것이다. 지도자의 존재가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의 경지야말로 '최고 지도자'가 갖춰야할 최고 덕목이라고 본다.
메르켈은 ‘엄마(Mutti) 리더십’으로 불릴 만큼 권위보다는 따뜻함과 설득력을 우선시하고, 포퓰리즘에 몰두하기 보다는 원칙을 앞세워 묵묵히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동베를린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일하던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메르켈은 당시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끌던 기민당 소속으로 출마해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듬해 장관으로 발탁됐고 1998년 기민당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콜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리자 메르켈은 '정치적 양부(養父)'인 콜의 정계 은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2000년 4월 첫 여성 당수가 됐다. 자기를 키워준 사람을 앞장서 '내몰았다'는 점에선 메르켈이 '배은망덕'한 정치꾼으로 몰릴 염려도 있지만 이런 '위기'를 메르켈은 특유의 결단력으로 넘어섰다.
메르켈의 이런 정치역정을 보면 그녀에겐 역시 '운'이 따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운의 기초에는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그녀의 총명한 현실 판단력과 결단력이 받침돌 역할을 해온 것이다.
메르켈은 엘리트 남성 중심의 독일 정치 무대에서 '여성'과 '동독 출신'이라는 장벽을 동시에 뛰어넘었다.
그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게 말이 쉽지 예삿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메르켈 총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학창 시절엔 동독 공산당에서 선전·선동을 담당한 열성 당원이었다. 그러다 1989년 동독의 민주화 운동 단체 '민주변혁'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독일의 저명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메르켈에게 '메르키아벨리(Merkiavelli)'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메르켈과 현실주의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의 이름을 합친 말이다. 그만큼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센스'가 뛰어나다는 얘기일 것이다.
항간에선 '메르켈과 박근혜'의 공통점을 들먹이면서 두 여성지도자가 닮았다는 소리를 하고들 있다.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견강부회'라고 할 수 있겠다. 54년생과 52년생인 두 여성지도자는 '여성'이라는 공통점과 물리학도와 전자공학도라는 이공계 전공자라는 점을 빼면 전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무엇보다도 박대통령은 '대통령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성공한 케이스인데 비해 '가난한 목사의 딸'인 메르켈은 '완전 자수성가'한 지도자로서 누구보다도 '서민' 그 자체의 삶을 뼛속까지 체험하면서 살아왔다는 점에서 '비교 불능'하다. 게다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판단력면에서 두 여성은 천양지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메르켈은 지난 2월 최측근으로 불리던 아네테 샤반 교육부 장관이 박사학위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리자 즉각 경질함으로써 그의 단호한 면을 보여줬다. 이에 비해 박대통령의 '인사실패'는 '측근'에 대한 지나친 '관용'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이 야당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박대통령이 야당을 어떻게 대한다는 건 '소통이 안되는 대통령'이라며 틈만 나면 비판하고 있는 야당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메르켈과 박근혜'는 50년대생으로 대학에서 이공계통을 전공한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비교할 수 없는 각자의 특색이 확연한 지도자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자수성가한 서민출신'지도자와 '공주출신'지도자의 차이라고나 해야할까. 어쨌든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박대통령으로선 60%이상의 지지율로
3선 연임에 성공한 메르켈 총리가 한없이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선거에 승리함으로써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의 '정치 이방인'으로서 콘라트 아데나워, 헬무트 콜에 이어 독일에서 2차대전 이후 3선에 성공한 세 번째 총리가 됐다. 특히 개인 지지율이 60%를 웃돌아 통일 이후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4년 임기를 마칠 경우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11년 6개월 재임)를 제치고 유럽 최장수 여성 지도자가 된다.
메르켈은 1977년 같은 물리학도인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했으나 1982년 이혼했다. 메르켈은 첫 남편의 성(姓)이다. 첫 남편의 성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게 좀 특이하다. 1998년 현 남편인 화학과 교수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했다. 자녀는 없다. 하지만 메르켈은 "해외 출장을 앞두고도 남편 아침 식사는 꼭 챙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바쁜 독일 총리가 '남편 수발'에도 정성을 들인다는 점에서 '엄마 리더십'의 일면이 느껴진다. '게자리 태생'의 가정적인 자상한 면모까지도 아울러 갖춘 이 겸손하고 소박하고 검소한 여성총리 덕분에 독일 국민은 정치적으로 편안함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국민이 부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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