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최태원 노소영 부부 이혼 결정, 혼외자 사실까지 고백

스카이뷰2 2015. 12. 29. 12:10

 

 

                      최태원                         노소영             그늘진 표정의 차녀 최민정중위. (다음 연합뉴스사진)

 

                                                                

 

최태원 노소영 이혼 결정, 혼외자 사실 고백

 

살다가 이런 구경은  처음이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3위라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한 신문사에 자신의 이혼 결심과 혼외자가 있다는 내용의 '기상천외(奇想天外)'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아마 대한민국 웬만한 국민들 역시 이런 ‘재벌 회장의 편지’는 처음일 게다. 막장 드라마에서도 이런 전개는 본 적이 없다.

 

몇 달전 ‘광복절 특사’로 감옥에서 출소하던 날 성경책 한권 달랑 들고 나오던 최회장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았던 그 감옥 앞에 부인 노소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조금은 의아해 했었다. 남편이 수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오는 날인데 부인이 마중을 안 나왔다는 건 어딘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오래전부터 이들 부부가 '별거중'이라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어쨌건 오늘 아침 인터넷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는 재벌회장의 심경고백 편지는 뒤숭숭한 이 연말을 왠지 더 심란하게 만든다. 하나마나한 말이지만 최태원 노소영 부부가 시중의 필부필부( 匹夫匹婦)였다면 그들의 이혼이 이토록 관심을 끌진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커플'이라는 별칭까지 들었기에 그들 부부의 파경 소식은 지금 드라마보다 훨씬 재밌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널리 퍼지고 있는 중이다.

 

60년생, 61년생으로 한 살 터울인 이들 부부는 20세기 말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축복받은 커플’이었다. 다 아는 대로 노소영은 서울공대출신 재원으로 당시 ‘대통령의 외동딸’이라는 어마어마한 신분이었고 최태원은 선경그룹 총수의 장남이었다. 당시 선경은 지금 SK그룹처럼 대단한 재벌은 아니었다. 교복만드는 기업으로 유명했을 정도다. 그러니 최태원으로선 앙혼(仰婚)인 셈이었다. 하지만 재벌은 재벌이어서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재벌과 최고권력이 결합한 '황금 커플'로 평가받았다.

 

두 사람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만난 ‘천생연분’으로 보도됐지만 시중에선 ‘정략결혼’이라는 단어가 날아다녔다. 어쨌든 대한민국 ‘최고 신분’인 현직 대통령의 딸과 결혼한 최태원은 아마도 당시 미혼남성들에겐 ‘넘사벽’의 존재였을 것이다. 신부건 신랑이건 요즘 유행어로 최고의 '막강 금수저'들이어서 세상 부러울게 하나 없는 남녀였다. 하지만  세상이치가 꼭 '돈'이나 '권력'의 힘만 있으면 다 되는 건 아닌가 보다.  

 

공교롭게도 장남이 최고권력자의 사위가 된 이후 지금처럼 큰 재벌은 아니었던 선경그룹은 재계의 ‘떠오르는 별’이 되었고 20여년이 흐른 오늘날 재계 3위, 대한민국 5대 재벌그룹으로 그 위풍당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알려진대로 당시 '현직 대통령'과의 사돈 기업이라는 위치가 선경을 급성장 시킨 것이다. 유공이나 SK텔레콤이 그 증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막후 스토리를 가진 재벌총수 최태원회장이 세계일보에 로맨틱한 분위기마저 서린 심경고백을 편지형식으로 보내면서 파탄난 자신의 가정사를 만천하에 공개했다는 건 그야말로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이런 일은 본 적이 없기에 많은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예민한 네티즌들은 또 '무슨 잘못'을 덮으려고 터뜨린 건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마저 보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재벌회장들의 스캔들을 지겹도록 들어왔지만 이번처럼 재벌총수가 ‘자필’로 혼외자까지 뒀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우스운 장면은 본 적이 없다. 편지내용을 읽다보면 한심한 느낌마저 든다. 50대 중반의 재벌총수가 기껏 이런 식으로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에 매진을 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선 그저 헛웃음마저 나올 정도다. 그의 그런 부적절한 처신으로 당장 SK 주가가 폭락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데 말이다.

 

세상의 모든 부부가 금슬 좋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이혼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혼으로 남남이 되어서도 아니고 ‘법적 결혼’중인데도  혼외자까지 두고 그 여인에게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는 둥 새로 태어난 어린 아이를 보호해야겠다는 둥 '부끄러운 고백'을 신문사에 편지까지 써서 밝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천하남이니까 이해하고 말고도 없겠지만 말이다.

 

최회장은 편지에서 “새로운 가족에 대해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인데, 정작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어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쎄올시다. 이렇게 ‘부끄럽고 나약한 고백’을 굳이 편지형식으로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는 최회장의 모습에 박수쳐줄 국민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부인과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만나 위로를 받게 된 ‘새로운 여성’에 대해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최회장은 어쩌면 상당한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회장이 달콤하게 꾸고 있는  '그 꿈'이란 본부인 노소영이나 자녀들에겐 '악몽'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최회장은 좋게 보면 ‘도련님의 순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당시 시점에선 엄연히 '불륜의 대상'일 뿐인 상대방을 굳이 '그분'으로 높여 말한다는 건 최 회장이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최회장이 그토록 '보호'하려고 애틋해하는 상대여성은 75년생으로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던

재미교포로 전 남편과의 사이에 13세 아들까지 둔 이혼녀 출신이라고 한다. 항간에선 최회장과 알게 된 뒤 이혼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그러니까 최회장과 만날 당시엔 유부녀였다는 얘기다.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중국의 별로 알려지지 않은 미대를 다녔고, 미스코리아 뺨치는 미모와 몸매의 소유자라고 한다.  그녀는 이미 몇년전부터 공공연하게 자신의 싸이홈피에 최회장과의 관계를 '자랑'해왔고 최회장을 '오빠'로 호칭한다는 풍설도 있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남녀관계같다.  

 

남의 가정사에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지만 대기업 총수가 혼외자까지 둔 사실을 편지를 써서 신문사에까지 보냈다는 건 백번 양보를 해도 적절한 행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 20여년을 살아온 본부인 노소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져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은밀한 부부간의 개인적 일을 공적인 장인 매스컴에 까지 끌어내 ‘폭로’했다는 건 아무리 장성했다지만 최회장의 자식들에게도 못할 짓이었다고 본다.

 

 그러고보니 요 며칠 온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최태원회장의 차녀 최민정의 어두운 표정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재벌집 딸답지 않게 해군에 입대해 중위로 아덴만까지 가서 근무함으로써 거의 ‘신화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대접받던 최민정 중위의 그늘진 표정은 아버지 최태원회장의 그런 ‘화려한 편지’사연 탓에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 아니겠는가. 아무리 다 큰 처자라해도 부모의 불화에 맘 편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말이다.

 

20대 꽃다운 시절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딸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선망받는 결혼식까지 올렸던,  이제는  

55세 중년여성이 된 노소영씨는 결국 ‘사랑’을 잃고 쓸쓸한 황혼의 고독을 홀로 마주해야할 애잔한 자신의 모습에 통곡할 것 같다. 최태원 노소영 부부의 결말은 해피 엔딩은 아닐 듯 싶다.  갑자기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독일 속담이 떠오른다.

 

 

다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편지 전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