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김홍걸 "이희호 여사, 안철수 지지 사실 아니다"

스카이뷰2 2016. 1. 7. 11:24

                                                                  

 

 

 

"이희호 여사, 안철수 지지 사실 아니다"

 

 

어제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완전 성공’했다는 소식으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난 가운데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린 정치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요즘 무슨 대선후보라도 되는 양 여의도를 깨끗이 쓸어버리겠다며 환경미화원 복장을 하고 아직 캄캄한 새벽에 여의도 길바닥을 어설프게 빗자루질 하고 돌아다니거나 노인정에 찾아가 노인들에게 어설픈 웃음을 날리는 ‘정치 신인  안철수’에 관련된 이야기다.

 

‘새정치’ 또 하겠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부인 이희호여사를 찾아가 큰 절 올리고 독대한 비밀사연을 언론에 슬그머니 공개했다가 ‘대통령 아들’의 강력 항의를 받아 동티났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읽다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국민을 위해 진정한 ‘새정치’를 먼저 보여주진 못할망정 어디서 ‘구태 정치’의 전형인 언론플레이만 보여주는 안철수의 새정치 행태에 적잖은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을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DJ의 3남 김홍걸씨가 6일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신년인사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다. 김씨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오늘 자 중앙일보 8면 보도와 관련해서 어머님(이희호 여사)께 직접 확인한 결과, 어머님은 안철수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하였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어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에 대해 어머님께서는 어이가 없어 하셨다"며 "어머님 뜻과 전혀 다르게 보도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셨다"며 "중앙일보에 관련 보도를 정정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신년 초부터 아주 웃기는 ‘정치쇼’를 보는 느낌이다. 95세된 영부인이 ‘어이가 없어 하셨다’는 건 엄청 ‘격노’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자 이쯤 되면 해당 기사를 안 찾아 볼 수가 없다. 온라인 뉴스에 들어가 문제의 기사를 살펴봤더니 아주 가관이다. 이희호 여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류의 기사는 ‘소설’ 비슷한 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영부인까지 지낸 '어르신'이 그런 식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법 아닌가 말이다.

 

그 기사에 따르면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전언이 아니라 아예 이여사가 말한 것처럼 따옴표까지 썼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이여사가 “올해 총선에서도 많은 숫자(의석)를 가져가야 하는데” “지난 (2012년) 대선 때 내가 좋아했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는데, 마지막에 후보를 내려놓게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는 거다.

 

이런 덕담이 과연 老영부인이 말씀하셨을까라는 의심이 들기 충분한 문장으로 보인다. 게다가 안철수는 “건강하셔서 꼭 정권교체 상황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이 여사가 “꼭 정권교체하세요, 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는 상황까지 묘사하고 있다.

 

95세된 영부인이 이런 식으로 말했다는 건 이희호여사를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쉽게 믿기 어려운 ‘화법’이다. 그런데도  TV 마이크 앞에서 이런 얘기를 자랑스레 말하는 안철수의 모습이 종편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정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어르신과의 독대'내용을 나오자마자 기자들 앞에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는 안철수의 모습에서 구상유취(口尙乳臭)함을 느꼈을 법도하다. 

 

내가 알기로 이여사는 워낙 과묵하고 점잖은 스타일이어서 이런 식으로 콕 집어서 말하는 분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침대에서 낙상하는 바람에 갈비뼈에 금이 갔고 손가락 골절상까지 입어 건강 콘디션이 매우 안 좋다는 老영부인이 그런 식으로 말했다는 건 일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건 ‘대통령의 아들’이 직접 언론사에 정정보도 요청까지 했다는 건 ‘새정치’ 하겠다며 떠들고 다니는 안철수의원의 이미지에는 꽤나 큰 타격을 입힐 것 같다. ‘오늘의 안철수’가 있게 해준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서 보여줬던 ‘안철수의 거짓말’을 또 보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댓글들로 인터넷은 들끓고 있는 중이다. 이 기사에 관련된 수 천개의 인터넷 댓글의 99%가 안철수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안철수로서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나보다. 어제(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들로부터 실제 대화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는 "이 여사께 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는 것이다.

 

‘폐’라는 대목에서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어떻게 이런 식의 구차한 변명을 하는 지 모르겠다. 그래도 명색이 대권을 바라본다는 사람이 이렇게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면서 결국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는 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언행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 생각은 비슷비슷하게 마련인지 "이 여사께 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겠다"는 안철수 말에 분노를 폭발하는 네티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 책임회피식 답변이 95세영부인에게 이미 ‘폐’를 끼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새정치’보여주겠다던 사람이 고작 그런 식의 ‘구정치’스타일로 신년 초부터 사람 짜증나게 한다는 수많은 네티즌의 댓글들을 안철수 의원은 한번쯤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새정치의 콘텐츠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연로한 영부인까지 자신의 정치적 셈법에 이용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준 ‘안철수식 새정치’에 국민들은 그저 혀를 찰 뿐이라는 걸 안철수는 알아야 할 것이다.

 

아래 트위터상에서 화제가 된 이재화 변호사가 안철수 의원에게 던진 7가지 질문을 소개합니다.

 

1. 때 묻은 사람들이 모여 새정치한다?

2. 낡은 진보청산 운운하는데 도대체 낡은 진보의 정체가 무엇인가?

3. 탈이념 운운하는데 이념이 없는 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가?

4. 혁신 운운하는데 혁신위원장 제안거부하고 혁신위 가동될 때 의견 제시하지 않고 뒷북 제안하는 게 당내 민주주의에 부합하는가?

5. 독선 질주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지 못하면서 당헌에 따라 선출된 대표를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6. 당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조그마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탈당하면서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고 정권교체가 가능한가?

7. 생활정치 운운하면서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 투쟁현장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