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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대통령들 낙선자보다 3년 일찍 세상 뜨고 한국 대통령은 남성 평균수명보다 10년 더 장수

스카이뷰2 2015. 12. 16. 17:12

 

조인스 닷컴 사진.

 

 

 

 

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에 <서방 대통령·총리, 낙선자보다 3년 일찍 세상 뜬다>는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끈다. 대통령·총리 등 국가 지도자가 되면 더 빨리 늙고 수명도 3년 가까이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10년전 모습과 현재의 사진을 비롯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의 역시 폭삭 늙은 모습 그리고 100여년전 노예 해방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링컨 대통령이 임기 초 모습과 4년 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들을 보면 세계의  지도자들이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영광을 누리고 있는 듯하지만 내면적으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의대 아누팜 제나 교수팀은 17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 17개국의 지도자 279명의 수명을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그들은 '영광'을 차지한 대신 '수명단축'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 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세계적 의학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총리에 선출된 사람들은 선거에서 패한 후보자 261명에 비해 4년5개월 정도 빨리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당선 당시 나이가 경쟁 후보에 비해 3.8세 정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 수정 기대수명을 적용해도 경쟁자보다 2년8개월 이상 수명이 짧았다는 얘기다. 조기 사망 가능성은 23%나 높았고 선출된 지도자와 떨어진 후보들 사이에는 명백한 수명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당선 시점과 퇴임 시기를 비교할 때 흰머리와 주름이 확연하게 늘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동맥경화로 2013년 심장 수술을 받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심장 수술을 받았다. 46년생 동갑인 클린턴과 부시는 그 나이 또래 일반인보다 훨씬 노화된 모습으로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유럽의 여걸' 메르켈은 2005년 이후 총리를 맡은 이후 지난 10년 동안  급속히 나이든 모습이다. '곱상했던 모습은 간데 없고 완연한 할머니 얼굴이다.  '권불 10년'의 속설을 깨고 여성으로서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10년 째 지켜온 대가(代價)는 그만큼 혹독했던 것 같다. 이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라는 세상 이치가 권력 세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이 연구를 발표한 제나 교수는 “국가를 운영하고 세계 평화를 고민하며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등 지도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규칙적인 식사나 운동보다 국가 중대사에 신경을 쓰다 보니 수명 단축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사실 웬만한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현상'이지만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미국 대통령은 재임 동안 일반인에 비해 두 배는 빨리 늙는다는 연구도 있다. AP통신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되는 것은 정치인의 꿈이자 대단한 명예지만 치러야할 대가도 적지 않다는 '하나마나한'  분석을 싣고 있다.

권력의 영광이 꼭 단것만은 아니라는 건 웬만큼 세상살아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 아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 발표에 대해 반론도 나오고 있다. 노화 분야의 권위자인 시카고 일리노이대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는 이번 연구가 사고사 등 다양한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고, 노화에 대한 엄격한 정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도자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좀 더 빨리 세고 주름이 빨리 느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도자들이 더 빨리 죽는 것은 아니다”는 반박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제나 교수는 “암살이나 사고로 지도자가 죽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며, 사고사도 지도자이기 때문에 위험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해 통계에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재 반박을 했다. 학자적 자존심탓일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존 F 케네디 등 재임 중 암살당한 4명을 제외하더라도 미국 대통령은 경쟁 후보보다 5.7년 일찍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서방 최고 권력자들이 이처럼 빨리 늙고 빨리 죽는데 비해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일반인보다 오래 살았다는 건 주목할 만한 결과다.  한국의 최고권력자들은 오히려 일반인들에 비해 '장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 7명 중 '불의의 사고'로  6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박정희·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제외한 5명의 평균수명은 88.2세로 이는 한국 성인 남성의 기대수명(올해 기준 79세)보다 10세 정도 많다. 말하자면 '천수'를 누린 셈이다.  

 

전임 대통령 중 윤보선 93세, 이승만 90세, 최규하 87세, 김대중 85세, 김영삼 88세에 서거했다. '옛날 사람들'치고는 모두들 굉장히 오래 산 셈이다. 특히 '윤보선 이승만 최규하'시절엔 남성 평균 수명이 60을 채 넘기지 못했던 걸 감안한다면 그 전직 대통령들은 '장수의 축복'을 듬뿍 누리고 간 셈이다.  전두환(85)·노태우(84) 두 전 대통령도 80세를 넘겨 장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전직 대통령들의 '장수현상'을 보다보면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의 자리는 고뇌의 시간보다 영광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대통령 출신들이 장수를 누렸다는 게 뭐 그리 나쁜 현상은 아니지만 서방 대통령들의 급속한 노화나 단명이 '국가경영의 스트레스 탓'이었다는 논문 분석결과를 놓고 따져본다면 마치 한국 대통령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편하게 임기를 보냈다는 이야기같기도해 왠지 좀 편치 않은 기분이 든다. 대통령이 편하면 국민은 그만큼 불편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