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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히다

스카이뷰2 2015. 12. 21. 14:54

 

 혼용무도(昏庸無道)-교수신문.

 

교수신문 그래픽.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교수신문 선정

 

 

 

 

대한민국 교수들은 염세주의자가 많은가 보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놓은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사자성어가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교수신문이라는 아마도 교수들만 보는 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 5개를 놓고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9.2%인 524명이나 이 ‘혼용무도’를 택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지지율’로 따지자면 거의 '당선권'인 꽤 높은 지지율을 얻은 셈이다. 그만큼 교수들이 '한마음'으로 이 말에 힘을 실어줬다는 말이다. 

 

이 혼용무도라는 단어를 한 번에 듣고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문학 전공자나 중국 관련 공부가 깊은 학자들을 빼고 시정의 장삼이사들이야 이런 단어를 접하면 좀 혼란스러워질 것 같다. 왜 교수들은 꼭 이런 어려운 말만 콕 찝어내 공개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무식한 중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교수 본능' 탓인지도 모르겠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인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昏庸)’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하는 공자님이 쓴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의 ‘무도’를 합친 표현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좀 어렵다. 온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사자성어는 존재하지 않나보다.   

 

해설에 따르면 "한문에서 혼(昏)은 해가 져서 사방이 어두워진 상태를 뜻하는 글자로 사리분별에 어둡고 품성이 포악한 군주를 가리킬 때 흔히 사용하던 말이며, 용(庸)은 보통사람의 평범함에 겨우 미칠까말까 한 용렬한 인품을 뜻하는 글자로 식견이 없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무도(無道)란 사람이 걸어야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되어버린 야만의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한 교수가 친절한 부연설명을 내놓았다. 고려대 철학과 이승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 유승민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 가만보니 이 모든 '실정'의 정점엔 그 누군가가 있다. 바로 '최고존엄'이다.  

 

그러니까 이 교수의 해설에 따르자면 대한민국 최고지도자인 박대통령이 바로 ‘혼군과 용군’이라는 얘기인 것같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알려진 여성대통령으로선 불쾌하기 짝이 없는, 괘씸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은 엊그제 TV방송 마이크가 돌아가는 공개석상에서 나라걱정으로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간다는 하소연을 했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말하는 그녀로선 혼군(昏君)이네 용군(庸君)이네 하면서 자신을 무능한 군주로 빗대 말하는 교수들이 너무도 야속할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 교수신문이 선정해온 올해의 사자성어는 그녀가 집권한 2013년 이래 오늘까지 3년을 내리 ‘부정적이고 못된 사자성어’만 골라서 발표해온 것 같다. 나름 국정에 헌신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을 대통령으로선 복장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을 모독하는 일'이라는 심경이 들 것 같다. 이 말은 지난 여름 '못된' 일본 산케이 기자가 세월호 사건 때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멋대로 추측기사를 쓴 것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심경표현이다. 결국 대통령의 분한 심경을 바탕으로 검찰은 산케이 '못된 기자'를 법정에 세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엊그제 대한민국 법원은 그 일본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류신문이라는 산케이 기자는 일본에서 일약 영웅반열에 올랐고 산케이는 호외까지 발행했다고 한다.  

 

 아마 그런 무죄판결과 산케이 반응에 대통령의 심기는 엄청 상했을 법하다. 어쨌거나 대통령 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왜 이렇게 여기저기서 대통령의 '여린 심사'를 괴롭히는 장애물들이 많이 터져나오는지 울고싶은 심정일 것이다. 연말이라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그 놈의 사자성어'는 대통령의 심기를 괴롭혀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인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이는 초나라 왕에게 부친을 살해당한 오자서가 그의 벗 신포서와 나눈 대화에서 나온 말로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글귀다.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지록위마(指鹿爲馬)'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대통령 입장에선 아주 짜증나는 사자성어인 셈이다. 교수들이 내놓은 사자성어치곤 좀 대중적이지만 그 속뜻은 고약해 보인다. 

 

교수들이 내놓은 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풀어서 말하자면 2013년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더니,

2014년에는 사슴을 말이라고 속일 정도로 국민들에게 옳고 그름을 바꾸어 속였고, 2015년에는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대한민국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해졌다는 얘기다.

 

아닌게 아니라 매스컴에선 비단 이들 교수들의 가시 돋친 사자성어뿐만 아니라 먹고살기 힘들다는 민초들의 원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는 보도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이렇게 뒤숭숭한 시절이니 교수들이 내놓는 사자성어들이 순하고 아름다웠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노인층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어서 소위 ‘콘크리트 지지율 30%’는 죽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화적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우리 여성 대통령으로선 명색이 대한민국 지식인이라는 대학교수들이 해마다 그녀의 심장에 ‘대못’을 박으려는 듯한 ‘못된 말’들만 골라서 언론에 발표한다는 그 자체가 괘씸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삐딱한 교수들을 일일이 혼내줄 수는 없는 일이니 대통령의 심기는 더 불편해질 수밖에... 

 

어쨌든 대학교수들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건 이 올해의 사자성어들로 일단 ‘인증샷’을 찍은 셈이다. '혼용무도' 외에 후보에 올랐던 사자성어는 △사시이비 似是而非(14.3%) △갈택이어 竭澤而漁(13.6%) △위여누란 危如累卵(6.5%) △각주구검刻舟求劍(6.4%) 등이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해 보인다.

 

'사시이비'는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사실은 틀린 경우 쓰는 말이다. '갈택이어'는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해 미래의 생산적 기회를 상실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위여누란'은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라는 말로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뜻이고, '각주구검'은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의미로 쓰인다.

 

 한결같이 부정적인 사자성어들 일색인 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지식인 그룹이라는 대학교수들이 오죽했으면 저런 부정적인 말들을 선정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현재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혼자만 나라 걱정을 하고 온 국민은 대통령 걱정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고 있는 이 연말, 어쨌거나 대통령의 분발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