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해진 '대통령 생신축하난'. 이 난초, 모자란 인간들 탓에 하루종일 엄청 피곤했을 것이다.
'이건 나라도 아니다. 그러니까 청년들이 '헬 조선'이라고 절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 개명천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어제(2일) 일어난 '대통령 생일蘭(란) 해프닝'은 웬만큼 생각있는 국민들에게 자조감(自嘲感)과 한탄을 하게 만들었다. 건국 70년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생일을 둘러싼 이런 해프닝은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을 다시한번 음미하게 하는 소극(笑劇)이었다.
65회 생신을 맞은 '섬세한 여성대통령'은 어제 자신을 둘러싼 이런 '생쇼'같은 해프닝에 정말 울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그녀가 좋아한다는 이승철의 노래 '긴 하루'처럼 어제 하루는 짜증나는 '긴 하루'였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인터넷 댓글'에 민감하다는 여성대통령으로선 수만 개 넘게 쉴새 없이 올라온 대통령 공격성 '악성 댓글'들의 쓰나미에 괴로웠을 법도 하다.
어쩌면 그런 '성난 민의'탓에 대통령은 화환 수령을 거부했던 정무수석을 몹시 질책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네티즌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그런 변명에 대통령이 또 '남탓'을 한다는 가시돋힌 지적을 했다. 경조사 화환들을 일일이 챙긴다는 섬세한 대통령이기에 한때 자신을 '지도'했다가 이젠 등 돌린 멘토 영감 김종인이 생일축하화분을 보낸 것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심기경호'에 만전을 다한다는 정무수석으로선 그렇게 '짜증나는 화분'따윈 안 받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자체 판단'을 무엄하게도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이나 종편TV의 단골 패널들마저 대통령 허락 없이 정무수석 맘대로 화분을 돌려보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어쨌거나 하루가 지난 이 시점에서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건 부질 없는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 '생일 축하난 해프닝'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로 보인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엄연히 21세기 개명천지인데도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웬만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다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이러고도 북한의 어린 지도자만 흉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네티즌들의 시니컬한 지적을 대통령은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만기친람(萬機親覽)'형으로 국사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관장하고 있다는 여성대통령은 특히 이런 경조사 화환 주고받는 것에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배신의 정치'라는 말 한마디로 여당 원내대표 유승민을 단칼에 찍어내버린 그녀는 유승민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조화'를 보내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시절 그녀를 도왔던 이상돈이나 김종인의 모친상에도 '조화'를 보내지 않아 보수신문의 칼럼에서마저 '대통령의 협량'을 지적할 정도였다.
어제 대통령 생신축하 난화분이 청와대 측에 의해 세번이나 거절당하다가 가까스로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건 요 몇 년 새 정치판에서 볼 수 있었던 가장 웃겼던 해프닝이었고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웃음거리였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대통령 심기를 살피느라 삼고초려가 아닌 삼고초란이 된 이번 난 해프닝은 한국의 정치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 셈이다.
더 우스운 건 대통령 여동생의 남편이 나비넥타이까지 매고 꽃다발을 든 채 명색이 '처형'인 대통령 각하를 향해 '해피 버스데이 송'을 우렁차게 부르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렸고 그걸 또 온갖 종편TV에서 중계했다는 건 코미디다. 피아노 반주는 대통령의 여동생이 했다는 종편방송의 '친절한 멘트'까지 곁들여지면서 네티즌들의 폭소가 댓글로 쏟아져 나왔다.
국민 대부분은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둥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 생일이면 그냥 가족끼리 조촐히 청와대에서 식사나 하면 될 것인데 왜 이런 일들이 방송으로까지 나와야하느냐 말이다.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이렇게 희화화 되어 TV화면을 장식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의 생일에 이런 우스꽝스런 해프닝들이 일어났는지도 역시 기억에 없다. 그만큼 지금 여성대통령을 둘러싸고 '비정상적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일련의 해프닝들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것이니까 앞으론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충언'을 대통령에게 해줄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점 역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대통령을 둘러싸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엄중한 국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대통령이 어려워서 혹은 대통령이 무서워서 이런 '비정상적인 일들'에 대해 말을 못한다면 나랏일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진정 걱정이다.
사족(蛇足): 7시간만에 간신히 청와대에 도착한 대통령 생신 축하란은 민주당 측이 서울 송파구 한 화원에서 구입한 것으로 가격은 30만원이라고 한다. 3차례 거절 당한 끝에 그 화분을 들고 청와대로 들어간 민주당의원 모습이 마치 '영정사진'을 들고 가는 듯했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에 폭소가 나왔다. 이런 웃기는 일들은 앞으론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청와대 앞에서 문제의 대통령생일난을
영정사진처럼 들고 있는 민주당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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