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참 무섭다. 20대 총선이 새누리당 대참패로 끝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 의석수가 한 석 뒤지면서 더민주에게 제1당 자리마저 양보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폭락한 대통령 지지율에 보조를 맞추려는 듯 대폭락해 정당 지지도마저 더민주에게 1위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더민주가 잘한 건 별로 없는데 '민심'이 이렇게 돌아섰다는 건 예삿일은 아닌 듯하다.
정당 지지도는 더민주가 2.8%포인트 상승해 30.4%로 창당 후 첫 1위에 올라섰다. 국민당도 5.4%포인트 급상승한 23.9%를 기록하며 창당 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새누리당은 7.3%포인트 하락한 27.5%로 2위로 밀려났다. 정의당마저 1.3%포인트 오른 9.0%로 역시 최고 지지율을 경신한 걸 보면 새누리당이 총선 전까지 얼마나 민심을 잃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요 몇년 새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국민은 대통령의 안하무인 국회무시와 유승민을 제거하려던 새누리당의 공천파동 쇼에 무척 뿔이 났던 모양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5일 남녀 유권자 1천12명을 상대로 한 전화 여론조사(휴대전화 62% 유선전화 38%, 표본오차 95%±3.1%p)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긍정평가)는 31.5%를 기록, 지난주보다 무려8.1%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대통령 취임 후 약 3년 2개월 동안 해온 주간집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대통령으로선 '최악의 위기'를 맞고있는 셈이다.
그동안의 최저 지지율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논란'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후폭풍',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당·청 갈등이 잇달아 발생했던 2015년 2월 1주차에 기록했던 31.8%였다. 그러니까 국민은 20대 총선날이 있기 직전까지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보여줘왔던 '한심한 정치행태'에 엄청난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꼈던 것 같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 역시 62.3%로 7.8%p나 급등해, 취임 후 현재까지 가장 높았던 2015년 2월 1주차와 동률을 이뤘다. 국민 10 명중 6명 이상이 대통령이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건 '섬세한 성격'이라는 여성대통령으로선 여간 가슴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12.2%p가 빠져 68.4%→56.2% 였다. 부정평가도 38.0% 였다.
40대의 지지도도 ▼12.4%p나 줄어 35.8%→23.4%,였고 40대의 부정평가는 72.0%나 됐다. 대통령에게 이른바 '묻지마 지지'를 보내왔던 '어르신 세대'마저 대통령에게 급격히 등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사회와 가정에서 '생활인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40대의 '분노'도 대통령에게 엄청 화를 내는 모양새다.
50대도 ▼6.7%p나 준 45.9%→39.2%, 부정평가 56.5%로 과반을 훨씬 넘겼다. 30대는 ▼7.2%p 빠진
22.4%→15.2%였고, 부정평가도 78.9%로 크게 올랐다. 30대 열 명중 8명은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20대도 마찬가지다. 긍정평가는 17.0%, 부정평가 는71.7%다. 긍정평가는 30대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인 10%대에 머물렀다.
청년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20대들은 열명에 한, 두명만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으로선 젊은 세대의 외면과 아울러 묻지마 지지를 보내왔던 어르신 세대마저 '옐로우 카드'를 내보인 것이 꽤나 뼈아플 것 같다.
이번 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더민주 문재인이 4%포인트나 상승한 24.7%로 1위를 기록, 1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18.9% ,오세훈 10.1% , 김무성 8.7% 박원순 6.9% 유승민 5.0% 순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대참패한 탓에 '대선주자급'인사들이 우수수 폭락한 것이다. '민심'이 그만큼 무섭다는 말이다.
'민심'은 대통령이 선거 바로 전날까지 붉은 재킷을 입고 '민생시찰'을 다니며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는 야당측 비판에 더 공감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취임이래 가장 낮은 지지율이 나온 대통령으로선 이번 총선 결과에 또 '불면의 밤'을 보낼 것 같다. 임기 20개월 남짓 남은 대통령에게 국내외적 상황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구름위에 있지말고 진정한 국민 눈높이로 내려와야할 이유다. 세월 금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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