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42.8%-반기문 42.3% 초접전, 반기문-안철수는 반기문 우세
리얼미터 오늘(21일) 발표. 반기문 41.0% vs 안철수 32.3%
문재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반기문 총장에 훨씬 우세
반기문, 호남 제외 모든 지역서 안철수에 압도적 우세
새누리 지지층 반기문, 더민주 지지층 문재인 지지
새누리당 대참패로 끝난 4.13총선이 지난 지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지만 세상은 벌써부터 내년 대선이야기로 화제다. 1년 8개월이란 '긴 세월'이 남은 상황에서 오늘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경합상황은 꽤 흥미롭다. '대통령아들'과 남도순례를 마친 문재인과 여성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반기문 그리고 총선끝나자마자 대선 결선투표제를 주장해 눈총받은 국민당 안철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예상밖으로 집권여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오른 더민주의 '실세' 문재인이 머나먼 뉴욕에 있는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과의 대결에서 42.8% 대 42.3%로 초박빙 승(勝)을 거두는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상 0.5%포인트 차이는 차이도 아니지만 여하튼 이겼다는 점에서 문재인쪽 사람들은 은근히 기운을 얻겠다.
'캐스팅 보트'를 쥔 제 3당으로 당지지율에선 더민주를 앞섰다며 기세등등한 국민당 안철수와 반기문의 대결은 반기문이 41.0%로 32.3%가 나온 안철수를 오차범위 밖인 8.7%p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도 지금으로서야 아무 의미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찬찬히 따져보면 응답자들의 '정치의식'이 보통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외교관과 외무장관으로 근무했고 마침내 유엔 사무총장 연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반기문에 비해 아직은 정치적으로 '구상유취(口尙乳臭)'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안철수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냉정하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오만방자했던 집권여당에 '철퇴'를 내렸던 대한민국 유권자들 눈에 안철수는 아직 모자라게 보였을 거라는 말이다.
사실 문재인과 반기문의 대결은 초박빙으로 나왔다지만 작년만해도 천정부지로 높았던 반기문의 지지율을 감안한다면 반기문의 상승세는 많이 꺾였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 결과도 흥미롭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문재인 42.8%, 반기문 35.4% ▲경기·인천, 문재인 47.0%, 반기문 42.5%로 수도권에서는 문재인이 반기문을 앞질렀다. 안철수는 반기문보다 수도권에서 더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수도권을 휩쓴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결과로 보인다. 대한민국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예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에서는 반기문 43.9%, 문재인 35.8%로 반 총장이 문 전 대표를 앞섰다. 이건 뭐 하나마나한 조사같기도 하다. '충청대망론'의 기대를 담뿍 받고 있는 반기문으로선 당연한 결과다.
대구·경북에서도 반기문 57.2%, 문재인 27.4%가 나왔다. 야당후보 문재인에 대한 경상도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반기문은 여권지지자들로부터 여권 대선후보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광주·전라에서는 문재인 53.4%, 반기문 27.2%로 문재인이 압도적으로 앞섰다, 지난 총선 기간 중 문재인이 광주에 내려가 "호남이 저를 버리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절규했던게 떠오른다. 이번 조사로 보면 호남인들은 문재인을 버리지 않은 듯하다.
요즘 일부에서 터져나온 문재인은 '그 약속을 지켜라'는 주장은 부질없는 소리라는 걸 입증하는 결과여서 문재인쪽에선 힘을 얻을 것 같다. 사실 문재인이 경솔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 지키지도 못할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점에서 문재인은 크게 반성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끝이좋으면 다 좋다'는 독일 속담처럼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엄연한 제1당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사퇴'를 주장하는 부류들은 정쟁을 취미삼는 부류로 비판받을 수도 있을 것같다. '이기면 충신이요 지면 역적'이라는 옛말도 생각난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문재인 61.0%, 반기문 26.9%, 30대 문재인 61.8% 대 반기문 20.3%, 40대 문재인 56.5%, 30.4%를 받은 반기문을 앞섰다. 그러니까 문재인은 '젊은 세대'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아직은 '청년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은 문재인에게 젊은 세대들이 지지를 보내나 보다. 반면 50대에선 반기문 53.4%, 문재인 30.4%, 60대 이상에선 반기문 73.0%, 문재인 12.0%로 20~40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문재인은 앞으로 좀더 '경로우대'의 자세로 노인층 설득에 나서야할 것 같다.
이번 조사는 총선이후 첫 차기대권 가상대결 조사라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20개월이나 남은 긴기간동안 대한민국 정치판처럼 변화무쌍한 곳에서는 이런 조사는 그리 크게 신경쓸 자료는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바로 다음날 "차기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안철수같은 '신인'에겐
이번 조사가 조금은 신경쓰일 것도 같다.
어쨌거나 내일 일을 얘기하면 귀신이 웃는다는 일본 속담처럼 내년 연말 정치상황에 대해 벌써부터 왈가왈부한다는 건 아직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벌써부터 '입'만 열면 '대선'과 연관지은 발언만 일삼는 정치꾼들은 우리 국민들이 '표'로써 심판한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 더 이상 어수룩하지 않다는 걸 명심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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