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집 아들이 포르쉐를 타든 벤츠를 타든 상관할 건 없지만 요새 '핫이슈의 남자'인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의 스물세살 먹은 아들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말엔 왠지 좀 껄끄러운 기분이 든다. 부모가 재벌이면 포르쉐를 타든 마이바흐를 타든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할 최고위 공직자의 군 복무중인 아들이 여봐란듯 포르쉐를 몰고 다녔다면 이건 문제가 달라진다. 국민 정서상 그냥 넘어가기 힘든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한 주일 동안 대한민국 언론은 모두 '총궐기'하여 '우병우 때리기'를 시도했다. 아마 이 정부들어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온갖 매스컴이 '한 남자'를 때리는데 합력하고 있는 건 처음 보는 진풍경이다. 그만큼 '우병우 스캔들'은 국민여론을 화나게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도 워낙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우병우는 "이번 주말만 지나면 잠잠해질 텐데 신경쓰지 않겠다, 공직자가 증거도 없이 그만한 일에 물러나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남기고 유유히 휴가를 떠났다는 대목에선 역시 최고권력자를 모시는 능력자답다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의경으로 군복무 중이라는 그의 아들 '우상병'도 아버지따라 '휴가중'이라는 뉴스보도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위화감마저 느끼게 한다. 누구처럼 '민중을 개, 돼지'로 여기지 않는 한 적어도 겉으로나마 '국민의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해야할 텐데 말이다...
최고권력자의 총애를 받고 있는 위치에 있는 '민정수석' 이 아니라면 살기 바쁜 국민들은 그들 부자가 어디서 뭘하든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있는 고위직 국가공무원이기에 국민들은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병우의 담대한 언행'은 아무래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상식적으로 볼때 우병우씨 정도로 '코너'에 몰린다면 죄의 유무를 떠나 모시고 있는 '주군'인 박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일단은 물러나야하는 게 도리일텐데 23세에 '소년등과'해 승승장구해왔고, 재벌급인 처가의 든든한 재력 덕분에 '인생'을 몰라선지 우병우가 지금 국민에게 보여주는 태도는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갓 쉰살의 고위공직자가 저처럼 버틸 수 있는 건 뭐니뭐니해도 비빌 '대통령의 언덕'이 든든한 덕분인 듯하다.
더구나 군복무중인 아들은 '꽃보직'으로 편하게 군생활을 해왔고 그런 아들이 아버지를 잘만난 덕분인지 상관을 잘 만난 덕분인지 59일이라는 최대한의 휴가와 85회의 외출까지 즐기며 최고급 승용차인 포르쉐를 몰고다녔다는 대목에선 속이 불편해진다는 네티즌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한민국 상위 0.001%에 속하는 '우병우 부자(父子)'의 복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다보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며 툴툴거린다는 대다수 20대 청년실업자들의 한탄이 영 안쓰럽다. '화려한 그들'을 향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곳이야'라는 자조적인 댓글들이 넘치고 있다는 건 좋은 현상은 아닐 듯 싶다. 어쩌면 그게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선지 한 여론조사에선 '우병우 수석이 물러나야한다'는데 80% 이상이 긍정적 응답을 했다고 한다. 그정도로 국민들 여론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라는 얘기다. 지금 청와대에서 나홀로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여성대통령이 이런 '흉흉한 민심'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모른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모른체한다면 '오만과 의도적 불통'이라는 국민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고난을 벗삼아' 난관을 헤쳐나가자고 절규했다지만 그런 말은 20세기 유신시대에나 통하는 '구식 화법'이어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리 '재벌 아들' '청와대 아들'이라지만 군 복무 중인 20대 초반 청년이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그 청년의 아버지는 공직자 재산 등록때는한 대의 차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 했다가 살고 있는 압구정동 아파트 관리소에는 무려 5대의 차량을 등록했고 그 차중 3대는 최고급 외제차였다는 보도는 국민을 몹시 화나게 만든다는 걸 대통령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정수석 우병우를 감싸려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레임덕을 불러들이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똑똑한 인재는 우병우 한 사람만 있는게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