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정호성 녹음파일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

스카이뷰2 2016. 11. 28. 15:24



  

대통령말씀 경청하고 있는 정호성 비서관.(2015년.2월26일 뉴시스사진) 좋은 시절이었다.

                                     체념한 표정으로 포승줄에 묶인채 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정호성 전 비서관.




정호성 녹음파일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요즘 대한민국을 쓰나미처럼 뒤덮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새삼 살아간다는 것에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혁명적 사태’가 일어나리라곤 아마 신이 아니고선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콘크리트 지지율 30%를 자랑하던 '천하의 박근혜'가 자신의 고향에서마저 지지율 3%를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만큼 요 한 달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격변 상황은 그야말로 ‘다이나믹 코리아’에 걸맞는 것 같다. ‘홀로 우아하고 홀로 원칙을 지켜온 것 같은’ 여성 대통령이 어쩌면 포승줄에 묶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 누가 알았겠느냐 말이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 국기문란을 엄벌하라'며 쩌렁쩌렁 호령하던 최고권력자 여성대통령이 국민촛불에 의해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는 이 현실이 현실같지 않다.


어제 오늘, 대통령과 최순실 관련 ‘신나는 보도’로 날새는 줄 모르는 종편 TV에선 ‘정호성 녹음파일’ 찌라시와 그 뒷얘기들로 난리가 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대한민국의 젊은 검사들이 정호성이 비서관 시절 최순실과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녹음해놨다는 파일을 들으면서 비분강개하고 있다는 보도를 앞다퉈 내보내고 있다. 그러니까 소위 '찌라시'로 돌아다니는 게 그리 틀린 소리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내용이 어떤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어이 없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청와대에서 버젓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저렇게 분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의도 정가에 나도는 정호성 ‘녹음파일 찌라시’에는 아직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치 ‘진짜’인 것처럼 그녀들의 대화내용을 자상히 담고 있다. 어쩌면 진짜인지도 모르겠다는 게 댓글을 달고 있는 대다수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맞는 얘기 같다.     


최순실이 정호성을 통해 자신이 지시한 국정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면, 박 대통령이 정전비서관을 통해 최순실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라 했다는 것이 찌라시의 주요내용이다. 무슨 소꿉장난 하듯이 65세 여성대통령과 그녀의 환갑먹은 ‘외우’최순실이 오순도순 남몰래 막중국사를 서로 상의하고 있는 게 개그 콘서트보다 더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최순실 대통령'이란 말이 나온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런 전무후무한 ‘국정논단’ 사태를 목격하면서 수사검사들은 물론이고 힘없는 국민들마저 한숨으로 나날을 보낸다는 건 아무래도 국력낭비다. 찌라시에서 정호성은 박대통령에게 “최 선생님(최순실)이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진척 상황이 왜 빨리 안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며 빨리 처리하라고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더 가관인 건 이에 대해 박대통령이 “이번 주 내로 처리될 것 같으니 최 선생님에게 잘 말씀드리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나온다는 대목이다. 최고권력자가 ‘선생님’으로 호칭하는 최순실은 그 옛날 단국대 청강생 출신으로 이렇다할 학벌도 경력도 없는 그저 돈 많은 강남아줌마에 불과하다. 그런 여인이 감히 '대통령 연설문'을 손대고 국사를 '좌지우지'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여기저기서 '사실'이라는 게 밝혀지고 있다. 


최씨 자매들의 수천억원대 그 많은 재산도 아비인 최태민의 ‘마술적 재산축적술’에 의해 물려받은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70년대 유신시절 큰영애의 '빽'이 재산형성에 받침돌 역할을 했던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평범한 아줌마에게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전화를 했으면 최순실은 주변인들에게 자랑삼아 ”대통령이 전화를 너무 해 귀찮아 죽겠다“는 불경한 언사를 했겠는가 말이다.  


지어 어느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은 운전기사가 듣고 있는 차 속에서 제 엄마에게 ”얘는 아직도 지가 공주인줄 아나봐“라는 방자한 언사를 했다나...물론 이 모든 상황은 대통령 자신이 초래한 '원죄'이기에 그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처지라고 본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여전히 남탓이나 하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최순실 사건’은 이제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내용이 ‘믿거나 말거나’같지만 결국 ‘진짜’였다는 점에서 정호성 녹음파일 찌라시 내용도 거의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수사 검사들은 “정호성 파일을 10초만 들으면 촛불이 횃불된다”고 했다거나 ‘10분만 듣다보면 대통령이 이토록 무능할 수 있느냐’는 탄식과 함께 실망과 분노의 감정 조절이 안 될 정도라고 밝혔다.  그 ‘허황된 찌라시’가 아주 엉터리는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90% 이상이 사실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고리 3인방' 중 대통령으로부터 총애를 가장 많이 받았다는 정호성은 69년생으로 고대 노문과 대학원생 시절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에 의해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대통령의 보좌관이 된 이래 여성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해 한때는 ‘공식’ 권력실세 1위로까지 불렸다. 물론 진짜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지금 포승줄에 묶여 검찰청과 구치소를 왕래하고, 젊은 검사들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그야말로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호성 녹음파일에는 최순실이 정 비서관을 소리 지르며 호통치는 것까지 고스란히 녹취됐다고 한다. 그만큼 최순실의 권세가 하늘을 찔렀다는 얘기다. ‘현직’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 국정 전반에 걸친 ‘기밀문서’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위치에 있다 보니 현직 청와대비서관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믿어지지 않지만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전달한 기밀문서 중엔 일본의 아베 총리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나눈 ‘비밀 이야기’까지 포함됐다고 하니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이런 보도에 아베나 시진핑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그럼에도 물정에 여전히 어두운 박대통령은 12월 19일에 열리는 아베 시진핑과의 3국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12월 초 탄핵이 발의되면 그녀의 그런 꿈은 물거품이 되겠지만.


그뿐 아니다. 지금 세간에 떠도는 블랙 코미디 같은 믿기 어려운 ‘최순실 업적들’을 보다보면 도대체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이 절로 든다. 그러니 젊은 검사들 사이에선 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대통령은 당장 끝장이라는 푸념들이 쏟아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정호성은 검찰에서 대통령 말씀과 최순실 지시를 꼼꼼히 수행하기 위해 그녀들로부터 걸려온 모든 통화를 녹음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정호성이 검찰에 끌려가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정호성은 그 ‘녹음파일’을 파기하지 않았을까...


혹시 정호성은 불법적으로 국사를 논하는 두 여인네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면서 훗날 자신에게 닥쳐올 ‘재앙’을 막기 위해 ‘녹음파일’을 잘 보관해둔 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녹음파일이 고스란히 검찰의 손에 들어갔다는 게 아무래도 미심쩍다.


어쨌거나 20대 청년시절 ‘권력자 여인’의 간택을 받아 15년만에 최고권부인 청와대에 입성해 장관들마저 그의 눈치를 봤다는 ‘공식 문고리 권력 실세1위’ 정호성의 대통령 통화발언 녹취는 ‘역사’에 남을 기록이 될 것 같다. 박대통령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요즘 참 드라마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