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굿바이 오바마 ! 박수받으며 떠나는 울보 미국 대통령이 부러운 이유

스카이뷰2 2017. 1. 14. 16:32



연설하다 눈물짓는 울보 오바마.,/연합뉴스
 
흑인교회 장례식장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뉴시스 다음뉴시스사진)                              

                    

                                                                                                                 

 



'수구초심 (首丘初心)',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1월10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로 날아가 '퇴임 고별 연설'을 했다는 보도를 보자마자 이 단어가 떠올랐다. '마지날 맨(marginal man)'이었던 흑인 오바마가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어 놓기 시작한 곳이 시카고였다. 2008년과 2012년 대선 승리연설을 한 곳도 바로 시카고였다. 젊은 시절 빈민운동에 몸바쳤을 때부터 시카고는 오바마에겐 어머니같은 도시였다.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 '금의환향'해 고별연설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8년 연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뒤 오바마는 또 다시 시카고로 달려가 '눈물의 고별사'를 바친 것이다. 워낙 문장력이 출중한 오바마의 이번 고별연설은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로부터  '민주주의를 위한 놀라운 헌사'였다는 칭송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도 '오바마가 갈라진 미국의 다리가 되려고 했다.'는 후한 평가를 했다.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오바마의 고별연설은 미국 역사의 자랑스런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바마의 마지막 연설을 들으러 달려온 수많은 관중들은 '4년 더!'를 외쳤고 오바마는 웃으면서 '난 더 못해요'라고 말했다. 그런 장면도 대한민국에선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부러운 광경이었다.  어떡해서든 '탄핵'을 모면하려 온갖 '꾀'를 내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여성대통령을 보며 스트레스 받는 한국인들로선 '박수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둔 미국인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세월 무상이라지만 '오바마와 함께한 지난 8년'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흘러갔다. 유머러스하고 잔정많은 '착하고 겸손한 대통령' 오바마가 연출해낸 아기자기한 사진들을 보면서 적잖은 '세계 시민'들은 그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이라기보다 '우리 대통령'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고별 연설에서도 오바마는 운집한 관중들로부터  70번 이상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만큼 그의 연설엔 진정성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위선과 가식'의 발언으로 자국민을 기만한 탄핵 여성대통령이 꼭 보고 배웠어야할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별연설에서 오바마가 강조한 포용과 관용의 정신, 청소부와도 격의없이 '주먹인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겸허한 대통령 오바마는 어쩌면 전세계 '대통령 지망생'들이 보고 배워야할 롤모델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별로 배신한 것같지도 않은 유승민을 배신자라며 심판해달라고 서릿발같은 목소리로 국민에게 엄포를 놓았던 여성대통령이 만약 오바마의 그런 겸손함과 포용력을 본받았더라면 탄핵이라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젠 뭐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말이다.


미국인이 아니지만 오바마에게 '전폭 지지'를 보낼 수 있었던 건 그의 '휴머니즘' 넘치는 낮은 자세의 정치적 겸허함에 공감한 부분이 컸다.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남다른 성장사에서 비롯됐을 오바마의 '선천적 선량함'이야말로 '8년 연임에 성공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든 원동력이었을 듯 싶다. 외조부모 아래서 '초년고생'을 숱하게 겪었던 오바마로선 미국대통령이라는 최고권력자가 되기까지 온갖 위기를 인내했어야 할 것이다. 그 쓰디쓴 인내가 바로 오바마를 성장하게 했을 것이다.


북핵문제의 미해결이라는 국제정책면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오바마가 미국내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인명사고에 진솔한 자세로 눈물흘리며 미국민들과 진심으로 아파하고 위로해주는 장면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그토록 냉대했던 여성대통령과 크게 대비됐다. 어쩌면 그것이 미국과 한국의 국격의 차이였을 것이다. 선진국 대통령과 후진국 대통령의 수준차이라고나 할까. 오바마는 자국민을 '나의 동료 국민여러분'이라 호칭했지만 한국의 탄핵대통령은 국민을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제와서 하나마나한 이야기지만 탄핵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 국회마당에 엎드려 울부짖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지나가던 그녀를 보면서 반드시'천벌받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던 기억이 난다. 오바마였다면 세월호 유가족들을 저런 식으로 내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짙게 들었다. '세월호 유족눈물의 나비효과'였을까. 2016년 12월9일 그녀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탄핵대통령이 됐다.


미국인이 진실로 부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 2015년 6월 흑인교회에서 열린 총기희생자 추모제에서 오바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참석자들과 함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던 장면이다. 그때 오바마의 눈물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http://blog.daum.net/skyview999/15972374(유승민사퇴요구와 오바마 연설)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우리 대통령보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로부터 받은 위로의 순간들이 더 많았다는 건 좀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이야기다. 왜 한국 대통령들은 한국민들에게 오바마같은 감동과 공감을 선사해주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앞으로 서너 달 후면 새로운 한국 대통령을 선출할 '대선의 계절'이 다가온다. 제발 이번 만큼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진정으로 온힘을 다해 '감동의 정치'를 보여줄 '착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이런저런 인사들을 보다보면 저 사람들이 정말로 우리를 위해 일할 '능력과 성품'을 갖췄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믿을만한 者'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젠 오직 신의 가호를 빌 뿐이다.  

  

글 / 朴美靜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