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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tv와 기습 인터뷰한 탄핵 대통령

스카이뷰2 2017. 1. 26. 13:00


청와대 상춘재에서 '몰래 인터뷰'를 하는 탄핵대통령. 다음뉴스사진.



인터넷tv와 ‘야매 인터뷰’한 탄핵 대통령



 탄핵당한 여성대통령이 별 이름도 없는 ‘1인 인터넷tv’와 기습 인터뷰를 했다는 ‘속보’를 보면서 문득

‘야매(暗) 인터뷰’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동시에 생각났다. 이번 최순실사태가 터지면서 언론에 수시로 보도됐던 이 ‘야매’라는 말은 사실 우리말처럼 쓰이는 일본말'야미'에서 변형된 것이다.


암거래나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암암리에 하는 것을 ‘야매로 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대통령이 성형시술을 ‘야매’로 했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국회 청문회에 나온 ‘공식 주치의’나 자문의들 그 누구도 대통령의 얼굴에 주사를 놔주지 않았다고 하는 바람에 그렇다면 ‘야매’로 맞은 게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왔었다.


태반주사니 백옥주사니 하는 걸 ‘야매 주사아줌마’를 ‘보안손님’으로 청와대에 불러들여 맞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 정황들이 이번 ‘1인 인터넷 tv’와의 기습 인터뷰와 묘하게 겹쳐져 ‘야매 인터뷰’라는 말이 떠오른 것이다. 아직도 여성대통령 얼굴에 누가 주사를 놨는지는 '국가기밀'로 남아있다.


이번에 대통령이 선택한 인터뷰 매체가 개인이 운영하는 1인 인터넷 방송이었다는 건 '비선'을 선호하는 대통령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1인 인터넷tv라는 매체를 무시하진 않는다. 1인 미디어들이 맹활약하는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그런 매체들이 활동한다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아무래도 좀 찜찜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정규재라는 61세된 남자는 현역 언론인이라는데 인터뷰 질문 내용을 읽어보니 참 한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러고도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는 네티즌들의 예리한 비판댓글들이 만 개도 넘게 달렸다. 그만큼 질문 수준이 허접했다는 얘기다.


탄핵대통령이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을 ‘유도 질문’형식으로 이끌어나가는 품새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이미 허위로 판명됐다는, 세상 다 아는 '정윤회와의 밀회설'이나 '정유라 친딸 설'등을 질문이랍시고 하자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펄쩍 뛰면서  '기가 막히다 한 마디로 품격 없는 이야기다. 완전 거짓말이다'

하는 하나마나한 답변을 했다. 그걸 또 무슨 대단한 '특종'이라도 한 듯 세상에 알렸다는 게 가소롭게 여겨진다. 59분동안의 인터뷰 질의응답이 거의 이런 수준이었다. 진정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질문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비판 댓글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  본질과 관계 없는 선정적 질문들을 목마르게 기다렸다는 듯 탄핵대통령의 답변은 자기 변명으로 일관했다. 자신이 임명했던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나 문화부 장,차관들이 이미 자백한 법정 증언마저도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그녀를 보면서 애처롭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 사태가 누군가가 오랫동안 기획해 엮은 것이라는 소위 '음모론'을 확신하고 있는 듯 말하는 대목에선 그저 할 말이 없다.


뭐랄까. 대한민국 대통령다운 공정한, 품격 있는 언행으론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인터뷰 진행자가 ‘극우 보수성향’의 인사로 평소에도 거의 ‘박사모 수준’으로 여성대통령의 편을 들어온 보수언론인이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왜 탄핵대통령이 그런 ‘개인 미디어’를 택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거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녀로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무조건 적인 내 편’을 찾아 하소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탄핵된 대통령이고, 정치적 생명이 경각에 달린 처지라지만 대통령으로서 지켜야할 마지막 품격과 도리는 지켜야 하는 법이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지상파 방송이나 4대 일간지와의 단독인터뷰 정도는 해야 하는 건데 그녀는 이제까지 이런 ‘공신력’있는 매체와는 단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결국 어제처럼 무명의 인터넷 매체와의 ‘기습 인터뷰’를 택한 것을 보면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


느닷없이 1인 인터넷tv와 사전예고도 없이 인터뷰를 했다는 건 아무래도 그녀가 ‘대한민국 대통령다운’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정월 초하룻날 느닷없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불과 15분 전 노트북 핸드폰 가져오지 말고 인터뷰하자고 한 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았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아무리 대통령이라해도 이런 방식은 몰상식하고 무례한 일이다.  


그래도 그때는 ‘젊은 출입기자들’과의 공식적인 분위기라도 있었던 데 비해 이번 1인 인터넷tv와의 인터뷰는 청와대 상춘재라는 같은 장소에서 했다지만 왠지 사사로운 잡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뭔가 떳떳치 못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저렇게까지 구차스런 변명을 해야 할까 싶어 딱해보였다.


그 인터넷 인터뷰 내용을 본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엄청 화가 났을 것 같다. 광화문 촛불 민심은 반대파로 몰면서 “눈 날리는 추운 날씨에 태극기 들고 나와 탄핵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애잔한 어조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아마도 적잖은 ‘촛불 국민’들은 엄청 부아가 치솟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민을 그렇게 편가르기 하는 건 온당치 못한 일이다.


아닌게아니라 이번 인터넷 tv 인터뷰 내용은 수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녹화로 진행됐다는 이번 ‘변명 인터뷰’에 대해 네티즌들은 분개하고 있다. SNS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게 해주는 인터뷰, 누가 궁금해 하나”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 검찰 조사에 나와서 이야기해야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등의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대통령으로 위신이 있다면 3사 공중파에 생방송으로 사과를 하고 진실을 말하라” “그렇게 당당하면 JTBC에 나와서 질문을 받아라” 등 ‘분노의 목소리’로 차고 넘친다.


오죽했으면 어제 특검에 출석하면서 고함치던 최순실에게 ‘염병하네’라고 일갈해 유명인사가 된 특검 사무실 청소아주머니도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요”라고 했겠는가 말이다. 탄핵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라는 영예로운 특종을 한 1인 인터넷tv 운영자와 탄핵대통령은 이 청소 아주머니의 ‘일갈’을 듣고 어떤 생각들을 할 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탄핵대통령의 이번 인터넷tv 인터뷰는 그녀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가졌을 지도 모를 적잖은 국민들을 결정적으로 돌아서게 만들 것 같다. 자충수를 뒀다는 말이다. 그만큼 허접하고 한심한 수준 미달의 인터뷰였다는 얘기다. 이런 저질 인터뷰를 봐야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안쓰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