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메릴 스트립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카이뷰2 2017. 2. 23. 10:40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포스터기억에 남는 영화사의 명작들 2005-2009



 

*얼마전 공식석상에서 취임한지 한달도 안됐던 '막강 현직 대통령' 트럼프를 대놓고 비판했던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다시 소개합니다. 이 영화에서 패션 잡지 편집장으로서의 위용이 빛나는 메릴 스트립은 이제 미국 여배우들의 '대모'로  자리잡았습니다. 1949년 6월 22일생으로 '정의로운 사회적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 지성파 연기자이면서 30여년 동안 '현모양처'로 충실한 가정생활을 꾸려왔습니다. '이혼'이 흔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아주 보기드문 가정적인 여배우입니다. 아마도 가정을 중시하는 '게자리'여서일까요?^^ 암튼 오래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그녀의 연기력은 보석처럼 빛납니다. DVD로 꼭 감상해보셔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다 마찬가지라고 하지요. 인간에게 유토피아는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어디서 살거나 거기서 거기니까 그냥 살고 있는 곳에서 국으로 살아가라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요.

미국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거기에 하나 더 얹는다면 ‘살아가기 어렵기는 미국이 한국보다 몇 수 위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후진국에서보다 선진국에서 살아가기가 몇 배 어렵다는 건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야말로 ‘선진국에 대해’ 주눅이 잔뜩 들어버렸습니다. ‘서울 쥐 시골 쥐’의 이솝우화도 오버 랩 되더군요.


어디서 살거나 자기가 처한 상황이 제일 괴롭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인간들에게 영화는 ‘이래도 그런 소릴 할래’라고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화려한 명품 패션의 볼거리와  세계적인 유명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기에 개봉 전부터 ‘꼭 봐야할 영화 리스트 1순위’로 올려놨던 영화답게 ‘악마는~’은 아주 재밌게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세계 문화의 1번지라는 뉴욕에서, 세계의  패션을 좌지우지하는 최고 일류 패션잡지사가 영화의 주요무대입니다. 취직이 안 되기는 서울보다 뉴욕이 한 수 위여서 미국에서는 좀 변두리랄 수 있는 일리노이 주의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이름깨나 날리던 앤드리아삭스는 ‘청운의 꿈을 품고’ 뉴욕으로 ‘상경’해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아무래도 ‘취업난 시대’에 ‘지방대 출신’이라는 악재가 겹쳐선지 번번이 고배를 마십니다.


‘글쓰는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앤드리아를 받아준 곳은 ‘런웨이(RUNWAY)’라는 패션잡지사 편집장의 ‘새끼 비서’자리였습니다. 그나마 그 ‘자리’도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줄서서 기다린다니 한국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저리가랄 정도로 미국의 20대 여성들도 ‘바늘구멍 취업난’에 고통을 겪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 취업난은 지금 전세계적 현상이 된것 같습니다.)


아무튼 유행지난 헐렁한 스웨터에 두꺼운 모직 스커트를 입고 뭉툭한 구두를 신고 면접 보러 온 ‘시골뜨기 아가씨’는 눈치도 없게 ‘패션계의 전설’로 불리는 그 잡지 편집장이 자신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냐는 시시한 질문에  그냥 ‘No!’라고 답해 점수를 깎이고 맙니다.


하다못해 이 잡지를 아느냐라는 물음에도 다른 데서 안 받아줘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너무나 정직한 답변을 합니다. 아무튼 면접점수는 거의 ‘빵점’에 가까웠는데 무슨 곡절인지(영화가 되게 하기 위해서였겠죠^^)앤드리아는 면접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게 됩니다. 나중에 왜 그녀를 뽑았는지를 ‘마녀 보스’가 독백형식으로 말합니다.


출근 첫날부터 그녀는 ‘직속상관’인 수석비서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습니다.그녀는 수시로 “니가 잘못하면 나까지 짤린단 말이야”라면서 그냥 말로 해도 될 얘기도 윽박지르고 ‘시골에서 왔다’고 눈을 내리깔고 상대합니다.


워낙 눈치없는 아가씨였던 앤드리아는 ‘패션계의 마녀’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 ‘일중독자’등으로 그 바닥에서 명성과 악명이 자자한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의 온갖 궂은일을 수발하는 말하자면 ‘시다바리’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냅니다.


커피광인 편집장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스타벅스 커피가 행여 식을세라 그걸 들고 그, 사람 많은 뉴욕 거리를 정신없이 질주하는 앤드리아를 보면 ‘뉴욕이 서울보다 무섭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서울에서야 아무리 ‘못된 상관’이라도 메릴 스트립처럼 그렇게 내놓고 ‘유세떨지는’ 않을 텐데요.


과년한 딸이 뉴욕에서 직장생활하는 걸 보러 시골서 올라온  아버지는 폭우로 비행기가 전부 결항된 상황인데도 비행기표를 구해오라는 ‘상관의 명령’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딸을 보면서 한없이 가슴아파합니다. 이 경우엔 미국아버지나 한국아버지나 그 심경은 똑 같더군요.


아무튼 여황제 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권력을 행사하는 편집장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어찌나 현란한지 ‘오 메릴 스트립!’을 저도 모르게 뇌까렸답니다.


이 여배우는 젊을 때부터 예쁜 것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외모였지만 그런 ‘외부조건’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연기’로 승부해온 실력있는 배우였죠. 그녀의 출연 작품 중 제 기억에 가장 남는 건  한 20여 년 전인가요, ‘소피의 선택’이라는 영화였습니다.


그때 그 눈물나게 섬세한 연기를 하는 그녀를 보면서 정말 엄청 감동했었지요. 그녀는 아마 그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여우상을 받았을 겁니다. 하도 오래된 영화라서 기억에 너무 가물가물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대학노트에 감상을 더듬거리며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빼 놓지 않고 봐왔습니다. 우리로 치면 ‘안성기’같다고나 할까요.


이번 영화에서도 어찌나 연기가 탁월한지 세월 앞에 처참해진 목주름 따위도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지는 못한 것 같더군요. 어쩌면 그런 그녀의 존재자체가 미국영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못된’ 상사의 비서로 살아 남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 바치는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왠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흐름이 미국 인기 드라마였던 ‘섹스 앤 더 시티’와 비슷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바로 그 드라마의 감독이 이 영화를 감독했다는군요. 글에도 그 사람 고유의 ‘문체’가 있듯이 영화에도 감독의 ‘스타일’이 있나봅니다.


패션의 ‘ㅍ’자도 몰랐던 앤드리아가 패션잡지사에 다니면서 ‘명품’으로 휘감은 ‘패션 레이디’로 변신하는 과정은 마치 ‘마이 페어 레이디’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확실히 ‘노는 물’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얘기겠죠. 뭉툭한 굽의 볼품없는 구두에서 지미 추의 하이힐을 신으면서 그녀는 ‘영혼을 팔아버린 거’였다는 비난도 듣죠. 하이힐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건 멋쟁이가 된다는 얘기일 겁니다. 


‘비위 맞추기’가 너무 어려운 특이한 상사였지만 앤드리아는 나중에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녀에게 ‘주지 말아야 할 애틋한 정’까지 주게 될 정도였죠.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패션계의 여황제’답게 그녀는 철두철미하게 ‘일’에만 올인 하는 강인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죠. 역시 ‘프로다운’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자신의 ‘두 번째 이혼’에 대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걸 막아달라고 말하면서 “난 괜찮아, 하지만 우리 이쁜 딸들이 상처받을 걸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파”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미국엄마’나 ‘한국엄마’나 모성애만큼은 비슷한 것 같더군요.


저는 이 영화에서 ‘최고의 압권 장면’으로 편집장(메릴 스트립)이 앤드리아에게 자신의 딸들이 보고 싶어 한다면서 해리포터의 미출판본을 입수하라는 도저히 명령같지 않은 명령을 내리는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생략하겠습니다만 하여튼 그 ‘어처구니없는 수준’이 그 정도라면 ‘뉴욕에서 비서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걸 아실 겁니다. 좀 과장된  만화 같으면서도 그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인 듯합니다. 


미국에선 ‘핑크 레터’에 샐러리맨들이 부들부들 떤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해고장을 분홍 봉투에 넣어 보내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죠. 요샌 뭐 ‘전화 한통’ 아니면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전격 통보’한다니 정말 샐러리맨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파리만 못한’ 목숨들 같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까 이상하게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상이한’ 종류인데도 꼭 얼마 전 봤던 ‘라디오 스타’를 두 번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꼭 라디오 스타 같아”라고 동행인에게 말했더니 그도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가 총집합하는 요 근래 볼 수 없었던 ‘패션 영화’였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일’에 목숨 거는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런 감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놈의 ‘일’이 뭔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니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가게끔 운명 지어진 존재들인지도 모른다는 비감스러운 기분마저 들더군요. 그래도 그 ‘일’이 없으면 우린 살아나가기 ‘재미’없을 지도 모르지요.


언젠가 인권변호사라는 사람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삼성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불쌍해 보인다”는 철없는 말을 해서 제가 분노한 적이 있습니다.


느닷없이 그 철부지 변호사의 그 말이 떠오른 건 이 영화를 보면서 ‘살아나간다는 게 녹록치 않다’는 것과 그걸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삶 자체가 엄숙하다는 생각이 겹쳐 서였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어떠한 일도 성실히 소화해나가는 그 과정은 우리의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에 함부로 ‘불쌍하네 어쩌네’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그만큼 우리에게 ‘일’이라는 건 살아있다는 것의 한 ‘증명’이기도 하니까요. 이 영화에선 ‘일’로 자칫 어그러질 수 있는 ‘인간관계’의 위기도 보여줍니다.  앤드리아가 상관에게 실컷 닦달당하고 간신히 퇴근해 들어간 집에서 남친은 자신의 생일을 함께 해주지 않았다고 뿌르퉁해 합니다. 전 그 장면에서 하마터면 그 남친을 향해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이 녀석아 지금 생일이 문제냐! 응? 남은 죽기 살기로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살아남느라 젖먹던 힘까지 쏟아 붓고 왔는데 따스하게 안아주진 못하고, 이놈아 지금 니 생일 문제야!”라구요.


우리 현실에서 이런 일은 많이 일어나고 있지요. 오죽하면 영화에서도 풋내기 비서를 위로해주려고 중간 보스가 이런 말을 하겠습니까. “한 쪽이 잘 나가면 꼭 한 쪽은 틀어지게 마련이지. 인생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지”라구요.


여황제 편집장도 결국 ‘일’ 때문에 두 번 째 이혼당하고 망연자실하고 있잖습니까. 그게 아마 ‘여자’여서 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요즘같이 경기 어렵고 살기 힘든 세상에 ‘악마는 ~’ 영화는 여러 가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그 화려한 ‘명품 브랜드’를 눈부시게 보는 재미도 괜찮았습니다. 웰 메이드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