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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말아요 그대-독일 노래 표절 인정 "원작자가 원하는 것 해주겠다"

스카이뷰2 2017. 4. 26. 23:18


    독일 밴드 블랙 푀스의 젊은 시절. 유튜브 캡처





 안철수 지지로 '구설수'를 겪은 전인권이 '자작곡'으로 알려졌던 '걱정말아요 그대'가 40년전 독일 록밴드 블랙 푀스(Bläck Fööss)의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Drink doch eine met)'를 표절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가수 인생'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인터넷에서 '독일 원곡'을 들어보니 아닌게아니라 거의 '표절'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Bläck Fööss는 독일 쾰른에서 활동해온 그룹이다. 이 곡은 당시 영어로 된 가사로 만든 곡을 선호하는 음반사의 요청으로 녹음을 미루다가 우여곡절 끝에 1971년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Drink doch eine met'의 가사는 '한 남자가 술집에 들어갔는데 돈이 없어서 맥주를 못 마시자 주변의 사람들이 돈을 내줘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는 가벼운 소품류의 가사를 담고 있다. '힐링'을 다룬 '걱정 말아요 그대' 와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튜브에 실린 '원곡'에서 전인권 또래로 보이는 이 밴드의 리더가 흥얼거리듯 부르는 노래를 독일콜른 한 광장에서 수많은 인파가 따라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가 '힐링'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삶이 주는 스트레스로  '위로받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겐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이렇게 쉬우면서도 중독성 있는 친근한 멜로디가 인기를 끄는 법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Drink doch eine met'를 따라부르는 나이든 독일인들의 표정에서도 지친 삶의 그림자가 어른 거리는 듯해 뭉클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사실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얼마전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이적이 부르면서 대히트한 곡이다. 개인적으론 전인권이 부르는 것보다 이적의 부드럽고 스위트한 창법이 더 마음에 든다. 2004년 첫선을 보일 당시만 해도 이 노래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었다. 결국 '드라마의 위력'과 '시대적 분위기'가 흘러간 노래를 다시 불러왔고 거의 '국민가요 급'으로 격상시켜줬던 셈이다.


그런데 그런 곡이 '독일 노래 표절곡'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 노래를 좋아하는 젊은 층에선 전인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표절 의혹에 공감하는 여론이 쏟아져  지고 있다.  "(gwan****)호기심에 찾아서 들어보니 막귀인 내가 들어도 너무 흡사하다." "(go32****)표절정도가 아니라 거의 번안곡 수준" "(drag****) 진짜 싱크로율 80퍼 이상이네"라는 등 비판적 반응이 거의 대부분이다.

아마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정치적 이유'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걱정말아요 그대'가 '독일 노래 표절'인 것 같다는데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어쌨거나 대한민국 사람들로선 그리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음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드 진행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전인권이 활동할 1980년대에는 표절이 많았다. 번안곡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민형사상 문제가 아닌 도덕적 범위였다. 번안곡에 본인의 이름 보다 관련자들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걱정말아요 그대'는 2004년 발표한 곡이지만 예전 번안곡을 다뤘던 습관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의혹이 제기된 곡과 비교했을 때 '걱정말아요 그대'는 전인권 스타일로 재해석한 노래로 볼 수밖에 없다. 매우 비슷하다. 유사성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굳이 전문가의 '고견'이 아니더라도 두 노래를 연속해 들으면 '거의 비슷하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당사자인 전인권은 "그런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인권의 그런 주장은 '표절하는 사람들'의 상투적 이야기로 들릴 수가 있다.

올해 64세인 전인권은 지난 겨울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 비슷한 분위기로 광화문 촛불 시민혁명에 동참하면서 '대인풍'의 풍모를 과시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인권은 '안희정을 지지하다가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정치적 견해를 밝히면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물론 연예인이라 해서 '정치적 견해'를 말할 '자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안철수와 사진까지 찍고 '뭐라도 돕고 싶다'는 말을 했고 안철수는 재빨리 후보자간 토론회에 나와 '전인권이 안철수를 지지해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전인권의 팬들까지도 실망시켰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 정치적 여파 탓인지 오는 5월 6,7일 열려던 전인권의 생애 '첫 단독 콘서트'는 티켓 발매 부진으로 공연 일정을 하루로 단축했다고 한다. 전인권으로선 '구설수'에 '손재수'까지 겪고 있는 셈이다. 잘 늙어간다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인가보다.  

PS;4월28일 전인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곧 독일로 갈 겁니다. 일단 그 곡을 만든 사람 입장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원하는 것을 해줄 겁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표절'을 인정한 것이다.  '원작자' '원곡'이라는 표현까지 썼다는 건 결국 잘못을 시인했다는 얘기다.

 전인권은 4월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40년 음악 인생을 걸고 표절을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었다. 완강한 부인 후 불과 하룻만에 자신의 '표절'을 인정함으로써 '표절'논란'은 일단락 된 셈이다. 하지만 이 노래를 좋아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에겐 기분 나쁜 추억 하나를 더 추가시킨 셈이다. 원곡이든 표절곡이든 '노래 자체'를 좋아했다는 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표절로 만들어졌다해도 그냥 멜로디나 가사 자체를 좋아할 수는 있는 것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수많은 '번안곡'을 떠올리면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표절곡을 그냥 '번안곡'으로 생각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단지 자신이 만든것처럼 '행세'했던 가수의 '비양심'엔 문제가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별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표절'로 '행세'해온 유명여류 소설가나 남의 글을 표절해 일본은 없다는 '베스트셀러'까지 만들고 정치쪽에서 활개쳤던 어떤 여성, 그밖에 논문표절로 이름을 날려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표절 문제는 영 찜찜한 기분이 들게 한다. 분명한 건 앞으로 이 땅에서 제발 '표절'로 행세하는 현상은 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디지털뉴스본부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