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조윤선 박은주 세 여인의 파란만장 인생유전
지난 4월 6일 박근혜 전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우리나이로 67세인 박전대통령이 사면 없이 24년형 그대로 확정된다면 그녀는 91세나 되어서야 감방 문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옳고 그른 걸 떠나서 그 자체로 좀 끔찍한 스토리다. 하지만 이 형량선고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48%는 형량이 부족하다는 냉정한 답변을 했고 27%만이 좀 과하다는 응답을 했다.
모든 사안에 대해선 찬반이 있게 마련이고 특히나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처럼 정치적 사건에 대해선 그야말로 의견이 분분한게 당연하겠지만 보수층에선 '인간적으로 볼때 박근혜가 안됐다'라는 동정여론도 꽤나 있어 보인다. 특히나 한국당 쪽에선 대놓고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멘트를 대변인을 통해 내보냈고 1원한장 안받은 사람에게 24년형이라니 너무한거 아니냐는 검사출신 당 대표의 발언도 소개됐다.
어쨌거나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 속 파란만장한 여주인공도 박근혜 전대통령의 '운명'을 앞설수는 없을 것 같다. 최고권력자 대통령 아버지를 둔 덕에 10대 초반시절부터 '탄핵 대통령'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나올때까지 50여년을 그녀는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고귀한 공주의 인생'을 살아온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도 대박이 날 것 같다.
대통령까지 지낸 여성이 24년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선 박근혜정부시절 여성정치인으로는 제일 잘나갔다는 정무수석 출신 조윤선과 대한민국 출판계의 마이더스 손으로 20년 넘게 출판계 여왕으로 군림해왔다던 김영사 전 사장 박은주가 스쳐지나갔다. 공교롭게도 지금 이 시각 현재 모두 감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 세 여인의 기구한 운명이야말로 인생무상의 극치로 여겨진다. 조윤선은 청와대 수석시절 '지은 죄'로 2년형을, 박은주는 회삿돈 60억원을 횡령한 죄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52년생 박근혜와 66년생 조윤선 57년생 박은주는 한때 대한민국에선 그야말로 '톱오브톱'클래스의 최정상에서 온갖 영광과 명예와 부를 누리던 여인들이다. 학벌이면 학벌 재력이면 재력 명성이면 명성 뭐하나 빠질 게 없는 최고로 성공한 삶을 살아왔다해도 과언이 아닌 그 여인들이 약속이나 한듯 '최정상'에서 하루아침에 바닥의 바닥 그야말로 '막장인생'으로 급전직하 하는 '쓰라린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드라마틱이라는 단어만으로는 그녀들의 인생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이었던 박근혜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사시 패스한 뒤 변호사를 지내다 이회창때 정계 입문뒤 박근혜정권때 장관을 두번이나 지낸 조윤선, 이화여대 수학과출신으로 30대 초반에 김영사라는 출판사 사장으로 픽업돼 20년넘게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명성과 부를 누렸던 박은주나 모두들 자신들이 인생후반기의 한 시기를 '영어의 몸'이 돼 푸른 수의 입고 수갑찬 채 법정을 왔다갔다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본인들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온 그 어느 누구도 이 최고로 잘 나가던 세 여인이 나란히 '서울구치소 감방 동기생'으로 고난의 시기를 함께 보내리라고는 감히 예상치 못했으리라 본다. 물론 어느 누군들 '미래의 자신'에 대해 한 치 앞의 일이라도 알 수있겠냐마는. 어쨌든 그들의 수의 입은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엊그제 그 행적이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정윤회라는 남성은 "그분도 그 사람도 나도 이렇게 된 것은 운명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분은 박근혜, 그 사람은 자신의 전처이자 박전대통령의 '복심'이었던 최순실을 말한다. 한때 여성대통령과 '염문설'까지 나돌았던 64세된 정윤회도 자신이 '주군'으로 모셨던 박근혜나 20여년 살아온 전처가 나란히 수의입고 감방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운명의 가혹함을 뼈저리게 느껴서 한 말일 것이다. 소위 '정윤회 문건'이라는 걸 검찰이 수사한다면 정윤회의 '운명'도 어찌될 지는 모르는 일일 것이다.
운명! 신파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이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겐 피할 수 없는 '삶의 궤도'인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신문인터뷰에서 정윤회도 '젊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다 정해진 것같다'는 한탄조의 말을 하기도 했다. '운명'이라는 것에 코웃음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만큼 살아보니 옛날 어른들의 '팔자도망은 못간다'는 말이 대충은 맞는 것 같다.
'정해진 운명'이 아니고서는 한때 대한민국에서는 최고로 잘 나갔다던 '톱오브톱 클래스'의 저 세 여인이 나란히 수의 입고 수감생활한다는 건 다른말로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듯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대통령, 장관, 사장 등 영화로운 삶을 많이 누려본 그녀들이야말로 지금 '운명의 여신'이 내린 가혹한
형벌을 받으면서 '왕년의 화려했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인생무상함의 극치를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운명의 여신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광휘(光輝)가 최고에 이르면 깨져버린다는 옛 철학자의 말이 바로 그녀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인간의 일생을 지배하는 것은 운명의 여신이지 인간의 지혜는 아니다'라고 말한 키케로의 명언이 생각난다. 살아갈 수록 그런 '운명'이 무섭다.
* PS: 2018년 6월 19일 서울고법 형사 12부(재판장 홍동기)는 59억원대 횡령혐의등으로 기소된 박은주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박씨는 1년 가까운 구속생활에서 풀려났다.
*조윤선 전 수석은 2018년 9월 22일 0시3분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박근혜전대통령만 수감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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