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총리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대표와 그 부인 미유키.(2009년사진)
일본 정계 내에서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71) 전 일본 총리가 10월 3일 오전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찾아 위령각을 참배하고 피해자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했다. 일제때 강제로 끌고 갔던 '조선인 위안부들'에게 여전히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에 비해 일본인 치고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70여년전 일본에 있다가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은 2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600여 명이 합천에 있다고 한다. 그곳을 어제(3일) 2009년일본의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가 방문해 '개인적 차원'이긴 하지만 사과를 했다는 건 꽤 의미있는 광경으로 볼 수있다.
총리를 지낸 일본 정계 최고위급 인사가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참배 후 복지회관에 있는 원폭 피해자 30여 명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고 이들을 위로하며 용서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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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09년 우리 블로그에 올린 것으로 하토야마가 자민당을 이기고 총리에 오른 직후 그 부인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쓴 겁니다.)
일본의 ‘4차원 영부인’ 하토야마 미유키(鳩山 幸) 러브 스토리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정권의 명운’을 건 선거에는 ‘대중성’과 ‘흥미위주’의 드라마가 필요충분조건처럼 존재하는 것 같다. 각 당이 준비한 드라마가 ‘대박’ 나는 쪽이 ‘정권’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하다못해 후보자들의 ‘미인계’라든지 ‘신파적인 스토리’가 대중의 정서와 맞아떨어져야 승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9월 일본 선거에서는 주로 ‘미인계’ 소위 ‘미녀 자객’들의 스토리가 흥미를 끌고 있다. 가만 보면 하나같이 인물들이 반반하다. 무슨 미인대회를 하는 건 아니겠지만 대체로 어느 선거에서든 ‘인물’이 7할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후보자의 ‘외모’가 그만큼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도 40대의 젊은 미남 오바마가 70대의 노쇠해 보이는 상대 매케인 후보를 가볍게 물리쳤다.(매케인은 2018년 8월25일 작고했다.)
총선의 승리로 차기 영부인이 될 하토야마 미유키 여사의 ‘4차원적 언행’은 ‘선거와 여인’의 함수관계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도 후보자 본인보다 그 부인의 ‘표’가 당락을 가름하는 일이 많은 것처럼 일본에서도 ‘내조의 힘’은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하는 듯하다. 배우출신 하토야마 미유키 여사의 인기는 ‘민주당 압승’에 일조했다고 본다.
35년 전 ‘운명적인 연애’로 지금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민주당 대표 하토야마 유키오 차기 총리의 부인 미유키 여사의 러브 스토리는 당장 텔레비전 드라마로 엮는다 해도 빅히트할 것 같다. ‘불륜적 요소’마저 가미된 실화여서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1943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미유키는 소녀시절엔 일본의 국제 무역항 고베에서 자랐다. 상하이, 고베라는 ‘자유로운 도시의 공기’는 성장기 소녀에게 예술적 소양을 갖게 해줬다.
60년대 초반 여고 졸업 후 미유키는 일본 소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의 대상’으로 동경한다는 여성 가극단 타카라츠카의 단원으로 7년간 무대를 누볐다.
‘배우출신’! 이 ‘출신 성분’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도 있듯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가름하는 데는 젊은 시절 그가 종사한 ‘업종’이 척도가 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이 미유키 여사만 해도 ‘배우 출신’답게 언제나 청춘처럼 늘 이마를 가리는 단발머리 소녀 스타일에 캐주얼 재킷과 청바지 차림으로 대중 앞에 함박 웃음을 뿌리며 다닌다. 그 시원한 웃음에 표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다 알려진 대로 미유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날 당시, 그녀는 결혼 6년차의 서른 살 난 유부녀였다. 시숙이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식당에서 동경대학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스탠포드대학 박사과정에 다니던 수줍음 많은 스물여섯 부잣집 도련님 하토야마를 운명적으로 만났다. 4세 연하 총각이었다.
대개 우리가 알고 있는 스토리는 ‘유부남과 처녀’가 눈이 맞아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인데, 그 반대 케이스였다. 더구나 가극단의 인기배우 출신이라는 ‘환상적 카리스마’에 공부밖에 몰랐던 수재(秀才) 도련님의 눈이 멀었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 같은데 바로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현실은 드라마보다 강하다’는 말이 ‘현실감’이 있는 듯하다.
당시 이 ‘러브 스토리’는 세간의 엄청난 화제였다고 한다. 아무리 한국보다 ‘개방적’이라는 일본이라지만 유부녀와 총각의 만남은 그렇게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애정행태’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일본의 내로라한 명문정치가문의 장남이 ‘눈먼 연애’에 빠졌으니 흥밋거리 주간지나 월간지 기자들이 꽤나 바빴을 것 같다.
아무튼 헤어지기 어렵다는 아들의 ‘통고’에 세계적 타이어제조업체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맏딸로 막강한 재력과 정치력의 소유자인 하토야마 야스코는 아들을 위하는 ‘모정’으로 아무도 몰래 미국까지 건너가 장차 며느리가 될 여성의 일본인 남편에게 ‘백배 사죄’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지금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번에 하토야마가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파워 넘치는 노모 덕분이라는 소리도 있다.
우리 같았으면 이런 경우 어땠을까?
아무려나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일본 정계의 ‘최고가문’이자 ‘최고재벌’집안의 안주인도 철없는 아들을 이겨낼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드라마 주인공들 같은 이 두 남녀는 우여곡절 끝에 ‘가정’을 꾸리고 지금 저렇게 일본국 차기 총리와 그 부인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토야마 미유키 여사는 선거 전부터 그녀의 화려한 행적이 세인의 관심을 끌어왔다. 아무래도 대중의 ‘인기’를 얻어내는 비결에 통달했을 배우출신이고 보니 유권자들의 ‘마음 사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배우출신이라 ‘살림’은 모를 것 같다는 ‘편견’을 비웃듯 그녀는 ‘라이프스타일의 구루(guru,스승)’로 군림하고 있다. '하토야마 미유키의 마음의 음식'이란 제목으로 요리책까지 펴내 요리전문가라는 소리도듣는다. 마치 우리나라 왕년의 섹시가수 김추자가 ‘완전 살림꾼’으로 변했다는 소식과 비슷하다. 한류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이병헌을 비롯한 한류스타의 사진 수집도 취미라고 한다. 탤런트 이서진도 마유키여사의 식사 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순정파 도련님’ 하토야마 유키오 예비총리는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 아내가 쓴 요리책부터 의상, 실내 디자인 서적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대는 나의 태양’이라며 프러포즈했다는 그다운 솜씨다.
여전히 그는 아내를 ‘영원히 빛나는 태양’이라는 둥 ‘에너지 충전소’라는 둥 아내에 대한 ‘아부’가 도를 넘고 있는 애처가라고 한다. 요즘도 '늙은 아내'의 발맛사지를 받아야 잠을 잔다며 그 아내는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애정넘치는 닭살 스킨십을 자랑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역경’을 이기고 한 결혼이여서일까, 하토야마 대표는 어느 사석에서 “보통 사람은 미혼의 여성가운데 상대를 선택한다. 나는 미혼과 기혼 모든 여성 가운데서 선택했다”는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4차원적 결혼관’을 말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ET’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툭 튀어나온 눈이랑 외모가 이티와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우주인같은 윤리관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부창부수라든가. 그 부인 역시 어제 잠시 비쳐진 TV화면에서 똑같은 말을 아주 자신 있게 하는 모습이 나왔다. “남편은 미혼과 기혼 전국의 여성 중 나를 선택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엔 ‘승자의 오만’마저 살짝 묻어 있는 듯했다.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유부녀주제에 총각과 결혼할 수 있는가보다. 어쨌든 그들은 지금 최고로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2009년 9월현재 말이다.)
그런 그녀를 보면 또래의 ‘세계적 일본 여성’들인 존 레논의 미망인 오노 요코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 만년필 한 자루로 ‘입신양명’한 시오노 나나미가 떠오른다. 모두들 일본을 뛰쳐나가 국제무대에서 일본여성의 줏가를 높인 여성들이다.
오노 요코 역시 화려한(?) 결혼 경력의 소유자로 ‘마지막 결혼’에 홈런을 날린 케이스. 존 레논의 유산으로 그녀는 현재 세계 여성 갑부 4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구보타 시게코 역시 14년을 백남준을 따라다녀 ‘결혼’에 승리한 여성으로 지금 백남준의 ‘엄청난 유작’들 관리에 여념이 없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찍이 이탈리아인 의사와 결혼했다가 이혼 후 지금은 세계적인 저술가로서 화려한 인생후반기를 보내고 있다. 이 여성들 모두가 60대 후반, 70대 여성으로 대성한 ‘일본의 개화기 여성’의 대표적 모델들로 꼽을 수 있겠다.
지금 반세기만의 ‘정권교체’로 이제 곧 총리공관의 안살림을 맡을 미유키는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센스’까지 갖춘 총명한 여성이다. 스스로 “나는 원하는 것은 모두 해보고 살았다”면서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원대한 꿈을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있다.
이제 곧 총리부인이 될 테니 못할 것도 없겠다. 그런 그녀는 지금 일본 주부들 사이에선 ‘가장 닮고 싶은 모델 1순위’로 꼽힌다. 왜 아니겠는가. 최고의 부와 최고의 권력 최고의 명예, 이 ‘모든 것’을 손에 쥐었으니...일본 주부들의 ‘부러운 심리’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4차원 영부인’의 화려한 탄생은 새로운 정권의 일본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것 같다.
참 복 많은 여인이다. ‘1천억 원이 넘는 자산가’ 남편이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앉은 지금, 그녀는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없다”면서 미국의 톱스타 톰쿠르즈를 주연으로 한 영화제작을 해보고 싶다는 ‘행복한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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