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급락 - 버닝썬 사태, 실업률 급증, 대통령 가족 '사고 총량의 법칙'

스카이뷰2 2019. 3. 20. 16:11



그래픽=이희정 기자


나라가 너무 시끄럽다. 지난 2월말 문재인 정권 최대의 관심사인 하노이 미북 회담이 예상밖으로 결렬된 이후 대한민국은 혼돈의 시대를 맞았다. 제일 놀란건 아마도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일 것이다. '회담 성공'을 철썩 같이 믿고 주로 북측을 맘껏 도와주는 '후속 프로그램"제작에 공들여왔을 그들로선 그야말로 '닭쫓던 개'같은 신세가 됐다. 그래선지 대통령의 심기는 영 편치 않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웠던 정치판에선 제1야당 원내대표 나경원이 외신을 이용해 '문대통령이 더 이상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안듣게 해주십시오'라고 외치자마자  '주군을 향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집권 여당 인사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몇날 며칠 '복수혈전'을 벌였다.

그런 와중에 아이돌 출신 서른살 먹은 청년이 '마약소굴'같은 버닝썬 클럽의 주인으로 전세계가 놀라는 '범죄'를 저질러왔다는 보도가 연일 터졌고 희한하게도 그동안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던 '주범'이 '모든 건 장난이었다'는 턱없는 소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공소시효가 지난 '성범죄들'을 대통령 하명사항으로 다시 조사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이를 두고 제1야당에선 새로 선출된 당대표 '황교안 죽이기'라고 아우성이다. 일부에선 버닝썬 사태가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한편에선 국회의원 선거법을 놓고 정의당 심상정이 '국민은 복잡한 산식 알 필요도 없다'는 국민무시의 본심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가 '가짜뉴스'라며 황급히 거둬들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냥 보면 별일 아닌 일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지켜보기 괴로운 고약한 일들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좌파 우파 갈라치기 하고 싶진 않지만 '북쪽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권 잡은 뒤로 어이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자주 일어난다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난세다. 그러니 하늘을 찌를듯 드높았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온갖 여론조사기관마다 비슷한 모양새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누구보다 대통령 본인이 가장 괴로울 법하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외려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면서 흐뭇한 표정마저 짓는게 어제 뉴스에서 보도됐다. 아마 대통령은 '좋은 소리'만 보고받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위 그래프에서 보듯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51%에서 44%로급락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한 달 이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아래로 더 떨어질 것 같다. 원래 지지율이라는 건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게 훨씬 더 쉬운 법이다.

예전에 한창 잘 나갔던 여성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콘크리트 지지율이 마지노선이라며 그녀의 지지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지금 결과는 어떤지 온국민이  다 알 것이다. 그만큼 허망한 게 '대통령의 지지율'이란 말이다. 어쩌면 모래시계 비슷한 게 대통령 지지율인지도 모르겠다.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좋은 이야기'보다는 '나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는 요즘 '대통령 가족 이야기'가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해 집요할 정도로 파헤쳐지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 곽상도가 '동남아에 나가 있는 대통령 딸 가족 문제'를 건드렸다.  대통령 외손자는 학비가 비싼 외국인 학교에 다닌다는 것과 그들을 '경호'하기 위해 연간 10억원이 더 든다는 지적도 했다. 이를 따지고 묻자 국무총리라는 사람은 그들의'사생활'이라며 감싸기 급급했다.

아마 대통령 부부로선 딸 문제에 밤잠을 설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곽의원은 대통령 사위가 동남아의 한 항공사에 취직했는데 이 항공사 사주였던 민주당 출신 전직의원을 대통령이 '한 자리' 시켜준 덕분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의 엄혹한 취업난 시절, 대통령 아들과 사위의 '취업 특헤(?)'의혹은 아무래도 정권을 흔드는 '뇌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오늘 아침 한 신문에는 '대통령 가족, 사고 총량의 법칙'이라는 해괴한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꽤 재밌는 분석이 나오는 이 칼럼을 아래 소개한다. 

   

대통령 가족 '사고 총량의 법칙'(chosun.com 3월 20일)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어로 '지랄'이라고 하는데 경북대 김두식 교수가 자기 책에서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걸 소개한 적 있다. 누구나 저마다 타고난 '지랄' 총량이 있어 언젠가는 하고 만다는 것이다. 애 낳고 키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법칙이다.

한국 대통령 가족에게도 그런 법칙이 작동한다. 역대 대통령 가족은 예외 없이, 어떤 식으로든 사고를 쳤다. 말하자면 '대통령 가족 사고 총량의 법칙'이다. YS와 DJ는 임기 후반 아들들 때문에 사과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고 치는 형(兄) 때문에 고생했는데 임기가 끝나고선 자식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형과 아들 문제로 임기 말년은 물론 지금까지도 편치 못하다. 가족 스캔들은 대통령들을 레임덕의 내리막길로 몰거나 이미 접어든 내리막을 더욱 가파르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법칙의 예외가 될 걸로 봤다. 남편, 자식이 없는 대통령은 동생들에게도 엄격했다. 박 정권 때 인사들은 "우리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처럼 가족 때문에 레임덕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엉뚱한 가족이 등장했다. 옷 지어주고 여성용품을 사다 주던 또 하나의 가족이 권력이 돼 있었다. 배우자·자식 없는 대통령은 가족을 꿔서라도 '총량의 법칙'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당시 청와대는 최순실을 철저히 숨겼다. 여러 의혹이 고개 들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2016년 10월, 측근 비서관들을 만나 '최순실'을 물었더니 "얼굴만 아는 사람이다. 못 본 지 오래됐다"고 했다. 얼마 뒤 청와대 관저에서 거의 매주 최순실이 그들과 회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임기 3년 차 문재인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딸 다혜씨는 살던 집을 부부 간 증여 방식으로 매각하고 작년 동남아로 이주했다. 대통령의 외손자는 돈이 많이 드는 국제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사위가 다녔던 업체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 19일엔 "모 항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다혜씨는 한국으로 들어와 현 정권 실세들과 연관된 병원에서 치료받고 다시 출국하기도 했다. 살던 집을 왜 그런 식으로 팔았는지, 왜 동남아로 갔는지, 무슨 돈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증은 꼬리를 무는데 청와대는 당최 답이 없다. "탈법 없다" "사생활이다"라는 말만 되뇐다. 의혹을 제기한 의원을 향해 "책임을 묻겠다"고 윽박지르기만 했다. 끝까지 숨기면 숨겨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들 준용씨는 여전히 채용 비리 의혹을 털지 못해 "야당이 대통령 아들만 거론하면 여권 전체가 꼬리를 내린다"는 말을 만들었다. 불쑥불쑥 전해지는 대통령 부인의 언행을 보면서 가족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주변 관리에 실패한 전 정권을 딛고 선 정권이기에 가족 관리만큼은 깔끔하게 할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대통령 가족은 권력을 향유하지만 선출되거나 동의받지 않았다. 그래서 까딱하다간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리게 되고, 순식간에 "지가 뭔데"라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대통령이란 본체에 옮아 붙는다 . 전 정부 청와대도 최순실을 숨기기만 하다가 불길을 못 잡았다. 평소부터 밝힐 건 밝히고 알릴 건 알려 김을 빼놓았어야 했다. 숨기려고만 드는 박근혜 청와대를 향해 "아무리 감춰도 진실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게 마련"이라고 했던 게 야당 시절 민주당이다. 막상 자기 일이 되니 쉽지 않은 모양이다. 대통령 가족은 어떤 식으로든 사고를 쳤고, 결국엔 드러났다. (글-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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