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한국에서 2년 유학한 일본의 열살짜리 프로 바둑기사 나카무라 스미레 이야기

스카이뷰2 2019. 1. 23. 16:08


나카무라 스미레


                                                                                 

   일본 신문에 소개된 스미레 기사 그래픽. 부모 사진과 함께 프로기사의 DNA라고 소개하고 있다.



 오늘 아침신문에 실린 열살짜리 일본 여자 어린이 나카무라 스미레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요즘 한국을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 보다도 더 탁한 ' 실세'여자 국회의원 사건 스토리를 말끔히  씻어주는 것 같다.  

일본 나이로는 아직 아홉살인 이 어린 소녀 이야기로 일본 열도도 들썩 거렸다고 한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한창 어여쁠 나이인 저 순진 무구한 표정이 오염된 인간사회의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듯하다. 


2009년 3월생인 스미레는 일본 기원이 금년 1월5일 '영재 특별채용' 첫 수혜자로 결정했다. 스미레는  오는 4월 1일 만 10세 때 정식 프로기사로 임용된다. 나카무라 신야(仲邑信也) 9단의 외동딸로 바둑 강사인 엄마가 세살 때 처음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조기 영재 교육을 받은 것이다. 스미레의 이모도 프로 3단이라고 한다. 바둑 명문 집안에서 신동이 태어난 건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4월 정식 입단하면 후지사와 리나(11세 6개월)의 일본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스미레는

4월 1일부터 일본기원 관서총본부 소속 전문기사가 된다. 10세 30일로 일본 바둑계 사상 최연소 입단 기록이다. 2017년 초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국의 한종진 바둑도장에서 공부한 스미레는  국내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했었고 한국기원 연구생리그에도 출전했다.


스미레는 "바둑을 이겼을 때 기쁘다"며 "앞으로 (일본 1인자인) 이야마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전문가들도 스미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아이'라는 것이다.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은 "세계를 노릴 재목"이라고 했고, 장쉬 9단도 "아홉 살이란 사실이 충격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재능을 평가했다. 한국에서 스미레를 지도했던 한종진 9단도 "발전 속도가 현재 세계 여자 최고수인 최정 9단보다 빠르다"며 "이대로 간다면 정상권 남자 기사들과도 대등하게 겨룰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미레는  일곱 살 때부터 2년간 한국서 유학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조기유학의 성공 케이스인 셈이다. 스미레 아빠 나카무라 신야(仲邑信也) 9단은   "한국의 바둑 교육 환경이 더 좋은 데다 일본엔 또래 적수들이 없어 한국을 택했다"고 조기 유학 이유를 설명했다.


스미레의 엄마는 "식사 문제를 가장 걱정했는데, 스미레가 일본 귀국 후 에도 김치찌개를 찾을 만큼 적응을 잘했다"고 말했다 . 그래선지 저 위 그래픽에서 스미레의 좋아하는 음식을 '불고기와 김치찌개'로 소개하고 있다. 키 125cm 꼬마숙녀 스미레는 2년간 한국 유학 덕분인지 '특기'에 '한국어'라고 썼다.     


스미레는 아직 어린아이지만 승부욕이 투철하다. "이길 때 많이 기쁜데 지면 너무 슬퍼요."라면서 "강한 상대와 약한 상대 중 누구와 두는 게 더 재미있지?"라는 질문에는 "강한 상대요. 공부가 되니까요."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바둑이 싫어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단다.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묻자 "빨리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존경하는 기사로는 박정환 9단을 꼽았다. 박9단은 93년생이다. 이 소리 듣고 박9단 기분 좀 좋을 것 같네...^^

박정환 박정환9단.



 

PS 조금 전(1월23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슈퍼매치 영재 정상대결'에서 스미레는 최정 9단에게 180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했다. 대국은 정선으로 진행됐다. 96년생 최정 9단은 바둑이 끝난 뒤 "스미레가 오늘 대국에선 긴장해서 실력발휘를 잘 못 했지만, 잠재력을 발견한 거 같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두는 모습이 좋았고, 자신감 있게 두는 부분이 성장하는 데 좋은 원동력이 될 거 같다"고 덕담을 했다.

스미레는 최정 선배님에 진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오늘 패배해서 많이 아쉬워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많이 기르겠습니다."


일본 NHK TV는 조금 전 오후 7시 뉴스에서 세계 최강인 최정9단과 스미레의 서울에서 열린 대국 결과를 자세하게 다뤘다. 특히 최정 9단이 스미레에 대해 '잠재력을 발견했다'고 말한 대목을 상세히 보도했다.  '대선배님'한테 져서 조금은 아쉬워하면서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다시 최정9단과 대국하고 싶다는 스미레의 소감도 전했다. 어린아이지만 프로 기사라는 자부심이 다부져 보이는 표정이었다.  

녹화방송으로 열린 '슈퍼매치 영재 정상대결'의 본 방송은 2월3일 저녁 7시 바둑TV에서 방영된다.

바둑이 끝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정 9단(왼쪽)과 나카무라 스미레. [사진 한국기원]

최정 9단과 스미레.(1월 23일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