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가 17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긍정지지도가 48.5% 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보다 이틀전 갤럽조사에선 긍정평가가 45%로 갤럽조사이래 최저치가 나왔다. 조금씩은 차이나지만 분명한건 80% 이상이었던 현 대통령에대한 놀라운 지지도가 불과 몇 달새 반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와 거의 '크로스 지점'에 와 있다는 점이 이 정권엔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누구보다도 대통령 당사자로선 꽤나 신경쓰일 일이다. 게다가 20대 남성, 혈기방장한 청년층에선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29.4%로 모든 연령, 성별을 통틀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어제 여당 대표가 '청년층의 지지를 많이 받아야 재집권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렇게 청년층이 등을 돌린 건 취업문제와 군 대체복무제 여성층과의 갈등 등 복합적 요인이 자리한다. 젊은 남성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현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대학가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왕(王)으로 묘사한 대자보가 전국 대학 100여 곳에 동시에 붙었다. "그(문재인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에 취해 보도록 하자"며 문 대통령을 경제왕, 고용왕, 태양왕 등으로 부르면서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반어법적으로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대학가에 이런 류의 대자보가 붙기 시작한다는 건 정권차원에서 꽤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상황으로 보인다. 박근혜 시절에도 무슨무슨 대자보가 붙기 시작하면서 그녀에 대한 지지도가 삽시간에 낮아졌던 기억이 난다.
지난 8일부터 서울대, 연세대, 부산대, 전북대 등 대학 캠퍼스에 붙은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는 "마차가 말을 끄는 기적의 소득주도 성장"의 '경제왕 문재인'으로 시작한다. 내용은 "실업 113만명은 외환 위기 이후 최고" "최저임금 8350원으로 소상공인 망하게 하고, 아르바이트생은 영원히 실직하게 했다"는 비꼬기다. 이어 '태양왕 문재인'이라는 대목에서는 "우리는 탈원전하면서 체코에서는 원전 세일하는 유체 이탈"이라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현 정부의 '내로남불' 인사 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다. "여성 비하한 청와대 행정관 탁현민 , 위장 전입·지역구 갑질 교육부 장관 유은혜, 인사 관리 총책임자 민정수석 조국은 절대 해고하지 않는다"며 '고용왕 문재인'이라고 했다. 이력서를 100군데나 넣고도 취업이 안되고 있다는 청년들의 냉소적 시각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외교·안보 분야 비판도 이어졌다. '기부왕 문재인'에서는 "나라까지 기부하는 통 큰 지도자"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라며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꼬집었다. '외교왕 문재인'에서는 "중국 방문 10끼 중 8끼 혼밥, 이유는 서민 체험"이라고 지적했다.
대자보를 게시한 단체는 '전대협'이다. 1980년대 학생운동 단체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일종의 풍자인 셈이다.
지난 6일 만들어진 '전대협' 페이스북 페이지는 17일 기준1000여 명이 구독하고 있다. 페이지를 개설한 대학생 김모(25)씨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군(軍)에서 전역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대통령과 정부가 20대 청년들의 고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며 "친구 5명과 대자보 내용을 기획하고 렌터카를 한 대 빌려 대학을 돌며 대자보를 붙였다"고 했다. 그 정성이 지극하다.
며칠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던 KTX 탈선 사고 후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전(前) 한국철도공사 사장 오영식이 '80년대' 전대협 2기 의장이고, 대통령 유럽 순방 기간 서훈 국정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함께 강원도 철원 남북 공동 유해 발굴 현장을 둘러보면서 혼자서만 까만 선글라스를 써 논란이 됐던 비서실장임종석이 전대협 3기 의장출신이다. '신생 전대협'은 현 정권의 핵심실세를 비롯한 왕년의 전대협 선배들을 일일이 지적하며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왕' 대자보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미허가 대자보'로 분류돼 대학이 철거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대자보에 덮인 상태다. 하지만 이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처음 붙일 때는 바로 철거되고 욕만 먹을 줄 알았는데 응원 메시지가 생각보다 많이 와 놀랐다"고 한다.
처음 몇몇 대학에 대자보를 붙였더니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왜 우리 대학에는 붙여주지 않느냐' '페이스북에 올라온 대자 보를 출력해 붙여도 되겠느냐'는 요청이 왔다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대자보를 보니 속 시원했다"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한다.
요며칠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뚝 떨어진 것 과 맞물려 이 대학가 대자보는 아무래도 대통령과 현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문재인 대통에 대한 청년 지지율이 29%밖에 안되는 것과 맞물려 '문재인 왕씨리즈 '대자보는 더 분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정권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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