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7일눈물의 이임식한 통계청장(조선닷컴)
요즘 대한민국 너무 시끄럽다. 촛불시민들 덕분에 들어선 이 정부는 집권한지 이제 겨우 1년 3개월이 좀 지났을 뿐인데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한숨소리가 하루도 빠짐 없이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처음 몇 달은 ‘잘 짜여진 연출 덕분’에 전직 여성대통령과는 판이하게 다른 서민적 풍모의 이 남성대통령에게 거의 온 국민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지지율도 경이로웠다. 거의 90%를 넘나들었다. 요즘은 50%대로 주저앉았고 이런 추세로라면 그가 대통령 당선할 때 받았던 41%의 지지율마저 잃을 염려가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런 와중에 차관급 통계청장이 ‘정권 입맛에 안 맞는 통계’를 내놓은 탓에 전격 경질됐다. 황수경이라는
55세 여성 통계청장이 눈물의 이임식을 하면서 ‘내가 윗선의 말을 잘 안 듣는 편’이었다는 폭탄선언을 한 바람에 난리가 났다. 그 '윗선'이 누구냐로 국회에선 난리가 났다. 운동권 핵심이었다는 임종석이라는 대통령비서실장은 '나도 아니고 정책실장도 아니다'는 답을 해 야당의원들에게 엄청 야단맞았다.
서울대 화공과 출신으로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한 이 여성을 통계 청장에 임명할 당시만 해도 발탁 배경으로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서 소득주도성장 지원의 적임자'라며 한껏 추켜세웠던 이 정부는 통계청 통계가 마음에 안 들자 소득주도성장에 ‘걸림돌’이라도 되는 양 그녀를 단칼에 내쳤다. 이임식 내내 눈물을 보였다는 그녀로선 억울할 수 밖에 없었을 거다.
후임으로 온 53세 된 강신욱이라는 남성 청장은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TV 카메라가 돌아가는 앞에서 말했다. 그의 이 발언으로 이젠 ‘통계청이 내놓는 자료는 더더욱 믿을 수 없게 됐다’는 네티즌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세상에 어떻게 ‘좋은 통계’운운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게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나쁜 통계’로 전임자가 자리에서 내쫓겼다는 얘기로 들린다는 거다. 세상에 ‘홀로 정의로울 것 같았던’ 촛불정부에서 별 하자가 없어 보이는 통계청 자료를 트집 잡으며 이렇게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제 겨우 1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그렇게 화려해 보였던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이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거의 '모래성 분위기'다. 여기에 국민의 밥그릇이 달린 경제문제는 그야말로 손쓸수 조차 없는 지경이 된 것처럼 보인다.
현 대통령이 그렇게도 ‘금과옥조’로 모시고 있다는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경제나 정치를 잘 모르는 무지한 우리네 서민들 눈에도 너무 심각해 보이는데 그걸 옳다고 ‘용맹스럽게’ 추진하겠다는 ‘쇠고집 스타일’이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어제 비내리는 광화문에서 3만명이 넘는 소상공인들이 비를 맞으며 '살려달라'고 시위를 했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경제학 지식이 없더라도 불과 2년사이 최저임금상승률이 29%나 됐다는 건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문제다.단순한 산수 실력만으로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손님없는 카페나 식당에 가보면 그냥 답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중에선 '동네 최저임금'이라는 용어도 나돈다. 정부에서 뭐라하든 동네에선 동네 방식대로 하겠다는 얘기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거다.
형편이 좋아 최저임금 많이 줄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이다. 누울자리 보고 다리 뻗으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소상공인도 아니고 알바생도 아니지만 양쪽의 목소리를 '균형있게' 들을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절이다. 그런데도 마냥 밀어붙이겠다는 최고지도자의 '소신'은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다. 누군가 그랬다. 국민을 이기려들거나 가르치려하지 말라고... '선의'가 꼭 최선의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니라고...
그 와중에 오늘 아침 한 온라인에 실린 ‘장하성 통계 갖고 장난 말라’는 칼럼이 눈에 들어와 아래 소개한다. 이 칼럼을 찬찬히 읽다보면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장하성이라는 66세 된 남성은 발끈할 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의 ‘돌직구성 비판’이 언론에 올라올 정도라면 장하성은 반성과 함께 자신의 거취를 심각히 고민해야할 것 같다.
<장하성, 통계 갖고 장난 말라>
[출처: 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 장하성, 통계 갖고 장난 말라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의 독립성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이틀 전 말했다. ‘통계청 독립’을 청와대가 입에 올리는 기막힌 현실도 말이 안 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게 더 황당하다. 소득 통계 지표가 나빠져 소득주도 성장 폐기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 하필 ‘코드 인사’를 새 청장으로 임명했으며, 물러나는 황수경 통계청장이 퇴임식 내내 울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선 안 된다” “제가 그렇게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한 것들은 그저 심증일 뿐이다. 더 확실한 불신의 증거가 살아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장 실장은 고려대 교수 시절이던 지난해 5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 하나를 올렸다. 정책실장에 임명되기 나흘 전이다. 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가계소득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이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26년간 국내총생산(GDP)이 260% 늘어날 동안 기업 총소득은 358%, 가계 총소득은 186% 늘어났다’며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엉뚱하게 여기에 ‘가계 평균 소득은 90%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끼워 넣었다. 황수경 청장의 경질 논란을 부른 바로 그 ‘가계동향조사’다. 그러고는 가계 총소득(186%)보다 가계 평균소득(90%)이 훨씬 적게 늘어난 것은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을 경향신문이 다음날 소개했다.
통계청은 즉각 반박 설명 자료를 냈다. 첫째, 두 통계는 작성 범위와 개념이 달라 직접 비교하는 게 부적절하며 둘째, 두 수치의 차이를 가계소득 계층 간 불평등 확대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가구원 수가 90년 평균 3.7명에서 2015년 2.5명으로 크게 줄어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적시했다. 예컨대 가구당 3.7명이 벌던 것을 2.5명이 벌면 한 사람당 똑같이 100원씩 벌어도 가구당 소득은 370원에서 250원으로 떨어진다. 통계청은 가구원 수가 3.7명으로 26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면 국민총소득 증가율과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은 똑같았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통계청은 장하성 교수가 정책실장이 된 후 이 설명 자료를 폐기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H행정관이 통계청 간부들에게 “학자가 통계를 잘못 인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당시 통계청을 쥐잡 듯 잡았다”며 “황수경 청장도 꽤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의 중립·독립성에 대해서는 황고집”으로 불렸던 황수경 경질의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
여기까지도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장 실장은 1년여가 지났지만 ‘통계 장난’을 그만두지 않았다. 지난 26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 총소득은 69.6% 늘었지만 가계 평균소득은 31.8%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기간을 26년에서 17년으로 줄였을 뿐 똑같은 ‘통계 왜곡’을 되풀이한 것이다. 1년 전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당시엔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번엔 뻔히 알면서 했다. 학자 신분도 아니다. 이 정부의 경제 철학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래 놓고 청와대가 ‘통계 독립’ 운운하니 누가 믿겠나. 청와대는 얼마 전에도 경제 통계 그래프를 왜곡해 물의를 빚었다.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이쯤 되면 그 말도 믿기 어렵다. 코드 인사 논란을 빚은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은 취임식에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그가 첫 번째 할 일은 1년 전 설명 자료가 폐기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다.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이 설명 자료가 폐기되는 날, 한국의 통계 행정이 사망선고를 받은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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