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이미선 헌법재판관후보자 감싸는 전수안 전 대법관의 희한한 논리

스카이뷰2 2019. 4. 14. 20:23



                       전수안 전 대법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요즘 주식 투자자들 뿐 아니라 웬만한 국민들간에 최고 핫 이슈는 한 여성 헌법재판관 후보자 남편의 신출귀몰한 '주식투자 재테크'인 것 같다. 주식엔 별 관심이 없어 그 남편이라는 사람의 '기법'에 대해선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미선 남편이 사면 급등,  팔면 급락...족집게 주식투자'라는 신문기사 제목만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냄새'가 좀 나는 것 같다. 웬만한 사람들은 지금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보도에는 그들 부부가 주식을 가진 어떤회사의 재판을 담당했고 판결 이후 주식을 추가 매수해 이득을 봤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거의 모든 주식투자자들의 '로망'이 바로 그 '사면 급등 팔면 급락'하는 주식을 찝어내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걸 그렇게 타이밍 맞춰 해냈고, 전재산 42억 중 35억이나 소위 '몰빵'으로 주식에 걸었다면 이건 예삿일은 아니다. 그런 '신출귀몰한 기법의 소유자'를 남편으로 둔 49세 헌법재판관후보자 이미선은 며칠전 10대 소녀같은 헤어스타일로 국회청문회장에 나와 야당 국회의원들로부터 온갖 민망한 질문에 시달려야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난 아무것도 몰라요, 배우자가 전부 알아서 한거에요'라면서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시간을 벌었다. '남편'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줄창 '배우자'라고 호칭했다. 그것도 영 부자연스러웠다. 

35억원이 넘는 거액을 남편이 주식에 몰빵하는 걸 진정 몰랐다는 걸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녀는 앞머리를 잔뜩 내린 헤어스타일만큼 천진한 표정으로 시종일관해 청문위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심지어 법조계 출신이라는 여당의원들도 '아이고 주식이 왜 이렇게 많아'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했던건 그녀가 주식만 모르는게 아니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들,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여러가지 사회현안에 대해서도 답변을 유보했다. 아니 못했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매우 신중하고 판에 박힌 화법을 이어나갔다. 마치 고장난 레코드판 같았다. 저래가지고 어떻게 그 중차대한 헌법재판관직을 수행할까라는 의심마저 들 정도로 그녀는 그야말로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가씨'처럼 보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다. 이 시각 현재 인터넷에 들어가면 그녀에 대한 온갖 악플성 댓글들이 춤추고 있다.  

 

대통령이 '손수' 추천했다는 이 여성은 여성이자 부산대라는 지방대 출신이어서 '꼭 필요한 인재'라는 게 청와대측의 주장이다. 오늘 이 시각까지 지방대에, 여자라는 '약점'을 갖고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된 그여성을 어떡해서든 임명하겠다는게 청아대와 여당의 '일편단심'이고 야당은 절대 절대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더 중요한 키포인트는 대통령의 최고 장자방으로 알려진 조국이라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동안 '인사문제'에 하도 실수를 많이 해서 만약 이번에 이미선이 임명되지 못할 경우 그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심지어 정권마저 위기에 맞딱뜨려질거라는 '불길한 예언'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대통령으로선 사랑하는 조국도 지켜주고 '여성에 지방대 출신'그녀를 헌재에 들여보내야만 '가오(顔)'가 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 문제'가 생각대로 잘 안풀려 고민이 산처럼 높아진 대통령에게 요런 문제는 짜증날 것 같다. '40대,여성,지방대출신'이라는 황금이력의 소유자를 비토하는 야당이 엄청 야속할 것이다.

    

자신의 아내가 '헌법재판관이라는 법관으로서 최고 영예직에 임명될까말까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봉착한 게 바로 '그놈의 주식 재테크' 탓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던지 이미선의 남편이라는 오모 변호사는 야당 국회의원에게 '맞짱토론'까지 제안하면서 아내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지껏 이렇게 '지고지순한 남편 외조'는 없었던 것 같다.


후보자 남편이 이렇게 나서서 목청을 높이는 것도 이제까지 본 일이 없다. 52세된 남편은 자신의 아내에 대해 '제 아내는 적어도 헌법재판관을 하는데 아주 적절하다'는 팔불출 성 멘트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돌이켜보면 강남에 35억짜리 아파트 하나 갖고 있었으면 이렇게 욕먹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는 불로소득이지만 주식 투자는 윤리적이라 생각했다"는 말까지 해 네티즌들의 부아를 돋웠다.


아무튼 이렇게 시끌벅적한 가운데 좀전 인터넷 뉴스란에는 아주 희한한 논리로 이미선을 감싸는 전직 대법관출신이라는  여성 법조인의 주장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수안이라는 68세된 이 여성은 대한민국 제2호 여성 대법관 출신으로 현재는 서울대학교 이사장으로 있다.  이만하면 '톱오브톱 클래스'의 캐리어우먼일 것이다. 이런 명망가가 '쌍수를 들고' 세상물정 모르는 '후배 여성 법관'을 감싸고 나온만큼 이미선이나 그 남편 그리고 대통령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옹호의 글'을 읽다보니 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법대까지 나온 최고 엘리트 법조인의 논리치고는 '반박과 악플'을 끌어들이는 허술함으로 가득한 글이었다. 논리에 약한 나같은 사람도 그 전직 대법관의 페이스북 글을 보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논점을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 본질을 흐려놓는 듯했다.


오늘(14일) 오전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정 밖 세상에는 유죄추정의 법칙이 있는 것 같다. 어렵게 겨우 또 하나의 여성재판관이 탄생하나 했더니 유죄추정의 법칙에 따라 안된다고들 한다"며 "노동법 전공에 진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유죄추정의 법칙에 따라 반대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자는 (여성이 아니더라도) 법원 내 최우수 법관 중 하나"라며 "법원행정처 근무나 외부활동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 온 경우라 법원 밖에서는 제대로 모를 수도 있으나, 서울중앙지법 초임판사 시절부터 남다른 업무능력으로 이미 평판이 났다"고 설명했다.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대법관들 사이에, 사건을 대하는 탁월한 통찰력과 인권감수성,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평가받고 공인받았다"면서 "이례적으로 긴 5년의 대법원 근무가 그 증거"라고도  썼다.


이 글의 가장 '백미'는바로 4라는 번호를 매긴 바로 이 대목이다. < 4.강원도 화천의 이발소집 딸이 지방대를 나와 법관이 되고 오랫동안 부부법관으로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생활하다가, 역시 최우수 법관이었던 남편이 개업하여 아내가 재판에 전념하도록 가계를 꾸리고 육아를 전담하고 하여 법원에 남은 아내가 마침내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난다고 누가 단언하는가.>


나는 이 대목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강원도 화천 이발소집 딸에 지방대 출신 그리고 부부 법관으로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다가... 남편이 개업해 아내가 재판에 전념하도록 가계를 꾸리고 육아를 전담하고... 이 정도면 거의 '눈물이 앞을 가려야한다'고나 할까. 왜 '이발소집 딸'이 나오냐 말이다.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소위 '감성팔이'식 프레임이 아닌지 궁금하다. 이 말에 영향받아선지

좀전 방송보도에 따르면 정부관계자가 '대한민국도 이발사 딸이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한다'고 발언했다나 어쨌다나... 이건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은근히 이발사를 멸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이발사에게도 철학이 있다'는 에세이가 떠오른다. 이발사가 어때서...  


요즘 환갑넘은 나이에도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로  펄펄 날고 있다는 대중가수 김연자가 '광주의 이발소집 딸'이었다는 '입지전적 스토리'에 버금가는 '이발소집 딸 이미선  스토리'에 인터넷 댓글들은 거의 조롱에 가까운 냉소를 퍼붓고 있는 중이다. '신출귀몰한 주식 재테크'나 공개하라는 비아냥도 수두룩하다.


국민들은 이미선이 지방대 출신에 이발사 딸이라는 그런 사생활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단지 판사 부부가 자신이 재판에 관여한 회사의 주식, 그것도 주식투자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중소기업 주식에 전재산의 80% 이상을 쏟아부으며 살아온 '막가파 식 투기 행태'를 보면서 과연 저런 사람이 헌법재판소에 들어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의심'을 유죄추정이라고 몰아붙인다는 건 자기모순 아닌가.  

 

이런 걸 예상했는지 전직대법관은 페이스북 글 첫머리에 '나도 악플이 무섭고 다른 의견 사이에 오가는 적의가 두렵다'라고 시작했다. 물론 엘리트 대법관 출신이니까 그 정도는 예견했겠지...하지만 '부부 법관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했다'는 대목은 '이발소집 딸'이라는 것과 함께 자꾸 목에 걸린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세상에 어려운 사람의 '국민적 눈높이'를 이 전직 대법관은 어디만큼에 맞추고 있으신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유행이라는 '최저임금'도 없어서 못받고 길거리를 헤매야하는 어려운 사람들 이야기는 들어나 보셨는지 묻고 싶다. ' 부부 법관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직 여성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7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제청으로 두 번째 여성대법관이 됐다.  첫 여성 대법관 김영란 등 몇 몇 대법관들과 함께 '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도 들었다. 소위 '진보계열' 인사다. 올 2월에는 국립 대학법인 서울대 이사회의 첫 여성 이사장으로 선출돼 활동중이다. 이렇게 '높은 자리'에 계신 분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이번 '이미선 사태'에 대한 그녀의 생뚱맞은 입장문 발표에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PS 15일(월)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이미선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으로서 자격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부적격' 응답이 54.6%로 조사됐다. '적격(28.8%)'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모름·무응답은 16.6%였다.




<아래는 전직 대법관 전수안의 이미선 옹호글


 

        /사진=전수안 전 대법관 페이스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