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왼쪽)과 유시민 둘 중 하나는 거짓말했다.(chosun.com 그림)
육십줄이 된 '운동권 출신'남자 둘이 '거짓말 논쟁'을 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배신자라고 한다. 스무살 청년시절 호형호제하며 가족보다 더 친했다던 두 남자. 한때는 '오로지 조국을 위해, 반독재타도'를 외쳤다던 그들은 지금 진영이 완전히 다른 쪽에서 각각 '대표선수'가 돼 싸우고 있다. 국회부의장 출신 5선의원 심재철과 스스로를 '글쓰는 재능이 있다'고 방송에 나와 자랑했다는 유시민 이야기다.
유시민이야 '예능의 황제'로 TV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부류다. 그가 검은 것도 희다고 주장하면 그냥 먹혀들 정도로 일부 젊은층에겐 최고로 인기라지만 좀 나이든 사람들은 유시민이라면 고개를 흔든다. 믿을 수 없는 스타일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한다. TV에 나와 '대통령 안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 '대권 욕심'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데도 차기대선에 나올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만큼 '신뢰도가 낮다'는 얘기다.
심지어 유시민이 보스로 모셨던 자살한 전직 대통령마저 그를 보사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유시민이 잘 할 수 있을까'라고 회의적인 평을 했다. 얼마전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도 '유시민형은 옳은말도 어찌 그리 싸가지 없이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니 이번 논쟁도 '진실'은 잘 모르겟지만 소위 '기성세대'들에게선 '안봐도 비디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네이버에 달린 댓글들 수천 개 중 95% 이상이 유시민 이야기가 틀렸다는 내용이다. 이런 것에 '드루킹 여론조작'이 관여하진 않을테니 '순수 민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겐 이 남자들의 논쟁은 별 재미없는 이야기일 듯하다. 하지만 '대권'이니 '좌우 논쟁'이니 '이데올로기 전쟁' 이런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꽤나 흥미를 돋우는 소재인 것 같다. 1970~ 80년대 운동권 쪽에 있었던 청춘들에겐 더더욱 관심거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40년 가까이 흘렀고, 요즘은 대통령부터 '운동권 출신'인 시대여서 이런 걸 따지는 게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유시민의 거짓말'을 지적하고 나선 심재철의 입장에선 몹시 못마땅한 심사인 것 같다.
TV예능에 나와 '착한 표정'으로 '내게 글쓰는 재능이 있는 걸 진술서를 쓰면서 알았다'고 말하는 유시민을 보면서 심재철은 "거짓말"이라며 유시민이 쓴 그때 진술서를 공개했다. 그 진술서엔 김부겸·신계륜 등 당시 학생운동가 77명의 이름과 행적이 등장한다. '김대중씨와 관계한다고 소문 돌던 이해찬'이란 표현도 있다. 심재철이 공개한 진술서를 보면 유시민은 진술서를 80년6월12일에 작성했고 심재철은 6월30일에 작성했다. 그러니 심재철의 진술서를 본 뒤 진술서를 썼다는 유시민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작성된 상세한 행적이 동료들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됐다. 수사 당국에 상세한 지도를 줬다"고 심재철은 말했다. 자신도 이 진술서 때문에 사법 처리됐는데 유시민은 불기소 석방됐다고 했다. 심 재철은 "유시민이 역사적 진실을 예능으로 왜곡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마저 거짓을 역사적 사실로 왜곡하는 모습을 보고 진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시민은 이틀 후 '변명성 의견'을 내놓긴 했는데 그게 또 말썽이 되고 있다. 어쨌거나 '진실'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진술서는 완전 창작이었다' 어쩌구 하는 유시민의 발언에서 어느 쪽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 어렴풋이는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논쟁들이 다 부질없는 이야기임엔 분명하다. 인간의 정직성이나 도덕성을 따진다면 별개의 건이지만 말이다.
<네이버 댓글들 소개합니다.>
서준헌
h_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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