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단독 기업인 초대는 이례적.... 행보 논란 가열될 듯
어제(20일) 점심때 청와대에선 좀 특별한 오찬회동이 열렸다. 그게 오늘 각 신문과 인터넷에 대서특필됐다. 네이버에만 1만개 가까운 안티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친(親)여성, 친(親)가족 정책에 호응해 사회적 공헌을 했다는 명분으로 10여개 대기업 CEO급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비공개 오찬'을 했다는 것이 국민들을 화나게 한 것 같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생각나서일게다. 지금 감옥에서 2년 넘게 옥살이하는
전직 여성대통령의 장자방이었다던 최아무개 '강남아줌마'가 재벌들을 줄세워 놓고 여봐란듯 '헌금'을 받아내려했던 '역사'가 아직도 우리 국민 뇌리에는 생생히 박혀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親 여성,친(親)가족 정책에 협조한 공로라는 '좋은 의미'라지만 현직 영부인께서 저렇게 여봐란듯 열 명도 넘는 '한국에서 제일 바쁜' 기업 회장단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점심을 먹였다'는 걸 우리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거다. 영부인은 우리 국민들의 이런 정서를 몰랐을까, 아니면 알지만 외려 우리 국민들이 뭘 모른다고 한탄하면서 '마이 웨이'를 고수한 걸까. 그 깊은 속이야 영부인 본인만 알겠지만
여튼 어제 영부인 주죄'청와대 오찬 회동'이라는 그림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더구나 하필이면 비공개로 '몰래 데이트'를 하려했는데 '철부지 기자'하나가 기사로 쓰는 바람에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오찬 행사를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이를 공개하게 됐다는 게 더 문제다. 순수하고 선한 의도라면 '밥 한끼 먹는게 뭐 그리 대수란말이냐'고 편들어주고 싶을 정도지만 세상사라는게 원래 단순한게 아니니 문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정권 때 국정 농단 사건을 의식해 공식 행사 외에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을 꺼려온 상황에서, 김 여사의 대기업과의 비공개 오찬은 이례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찬에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과 KB국민은행, 샘표, 한샘 등 10여개 기업 고위 임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5대 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 LG그룹은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된 현대와 LG그룹은 다소 찜찜할 듯도 싶다.
김 여사는 그 자리에서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격려하면서, 지난주 북유럽 국빈 방문 때 남성 육아휴직자들과의 간담회 등에 대한 뒷 이야기를 말했다고 한다. 또 지난 주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했던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좀 불경스런 표현을 하자면 '영부인의 수다모임'이었다고나 해야할지...
어떻든 뭐 있을 수 있는 오찬 회동이었다고 관대하게 봐줄 수도 있을 듯한데 '예민한 네티즌들'은 지금 온라인에서 앙앙불락 난리가 났다. 만약 김 여사가 그 온라인 댓글들을 읽는다면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 들 것 같다. 그만큼 살벌하다.
한 온라인 분석매체는 21일 하루간 쏟아진 네이버 뉴스들을 워드미터로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의 <삼성·SK 등 CEO급 10여명 부른 김정숙 여사> 기사에 '화나요'가 총 9181개 남겨지며 최다 '화나요' 기사로 꼽혔다. 이어 '좋아요' 74개, '후속기사 원해요' 20개, '슬퍼요' 8개, '훈훈해요' 7개 순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했던 재계 관계자의 한 발언이 눈길을 끈다. "오찬 초청은 지난주에 연락을 받았다.
기업들이 돈을 출연해 무엇을 만들자는 이야기 같은 것은 일절 없었다". 누가 뭐라나. 그런 돈 이야기를 상스럽게 영부인 오찬 회동에서 했겠냐 말이다. 그런 소리가 나온다는자체가 께름칙하다는 게 날카로운 네티즌들의 지적이다. 그런 이야기야 원래 밥 다먹고 나중에 '청구서'로 날아올 수도 있다는 거다.
김 여사의 오찬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날 저녁에야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도 좀 우습다. "김 여사는 다양한 가족 포용을 위한 사회공헌기업 초청 오찬을 가졌다"며 "사회적 가치 제고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격려하고, 사회공헌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는 거다.
이런 걸 '사족(蛇足)'이라고 한다. 요즘이 어떤 세상이냐 말이다. 최고 권력자나 그 부인이 '국민을 가르치려들거나 칭찬하려든다'는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말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소외되고 좌절하던 사람들이 따뜻한 손길로 용기와 희망을 얻도록 기업이 사회적 가치에 책임 의식을 갖고 노력해줘 감사하며, 사회공헌이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 '말씀'을 경청해야했던 재벌 회장단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그게 알고 싶다. 김 여사는 시간이 나면 오늘 네이버에 실린 관련 댓글들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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