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읽을 거리

아침에 읽은 詩 한 줄, 청명한 가을 하늘이 주는 힘!

스카이뷰2 2019. 11. 7. 14:47




(chosun.com 그림)

지금 돗떼기판같은 광화문 광장이 들어서기 훨씬 전 가을풍치좋았던 옛 광화문의 풍경. (daum s뉴스사진)                                                                                                                                      


 

 

첫 줄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
미래의 열광을 상상 임신한
둥근 침묵으로부터
첫 줄은 태어나리라.
연서의 첫 줄과
선언문의 첫 줄.
그것이 써진다면
첫아이처럼 기쁠 것이다.
그것이 써진다면
죽음의 반만 고심하리라.
나머지 반으로는
어떤 얼음으로도 식힐 수 없는
불의 화환을 엮으리라.

심보선(1970~ )의 詩.

 

 

<아침에 만난 詩에서 위안을 얻다>

 

오늘 아침 식탁에서 읽은 이 '첫줄'이라는 詩,

사람을 기운나게 해줍니다.

혁명가처럼 선동의 힘을 선사합니다. 

 

예전에 다녀왔던 프라하의 晩秋도 사람에게 힘을 줬습니다.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와 드보르작의 도시 프라하는

동방의 여행자에게 존재의 의미를 새삼 일러주었습니다.

 

'프라하의 봄'을 이룬 바츨라프 광장에서

첨탑이 아름다운 틴틴 성당 마당에서

세상 모든 연인들의 서정이 깃든 카를 다리에서  

프라하의 가을, 한없이 투명한 삶의 근원을 마주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별 건 아니지만 블로그를 쓰면서도 힘을 얻습니다.

별 대단한 행위는 아니지만 '블로그를 한다'는 건 

제 삶의 존재 이유에 앞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한 사람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건

귀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이 좋은 가을날 심신의 고달픔은 잠시 접어두시고

푸르른 가을하늘을 보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에 읽은 '첫줄'이라는 이 시처럼 저의 블로그도

戀書처럼 선언문처럼 달콤하고 당당하고 힘찬 그런 모습이고 싶습니다.

저의 블로그가 저 스스로와 여러분 모두에게  격려와 위안이 되고 싶습니다. 


(요즘은 정국이 하도 어수선한 탓인지 아니면 나이탓인지 왠지 블로그 약발이 잘 안받습니다.ㅠㅠ

그래서 일부러 제 자신을 위해 이런 채찍같은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