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전 장관.
오랜만에 읽을 만한 '과학 역사책'이 나왔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라는 571쪽짜리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 '산업의 무혈 혁명'으로도 불리는 '산업혁명'을 통사적 시각으로 엮어낸 이 책은 내용도 흥미롭지만 우선 그 저자의 '스펙'이 더 눈길을 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심혈'을 기울여 쓴 '필생의 역작'이다. '필생' 이런 표현은 좀 진부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올해 75세라는 '물리적 나이'가 무색하게 저자는 '젊은 문체'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과학 역사책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갔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기까지 수백년의 시간 속에 인류문명에 기여한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른 과학역사책에선 보기 어려운 '따스한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카고행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서문의 첫 문장을 보면서 문득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출세작' 상실의 시대 첫문장이 오버랩됐다. 하루키도 그 소설의 첫 문장을 '보잉 747 비행기 안에 앉아있다'로 시작한다. 무언가 '문학적 상상력'마저도 불러 일으키는 이 과학 역사책은 읽어나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교양과 품위'를 쌓아가게 하는 마력마저 갖춘 책이다. 가령 여성의 날이 생긴 유래를 설명하면서 '빵과 장미'가 함유한 그 뜻을 풀어나가거나 '인류 최대의 천재' 아인슈타인의 책상에는 뉴턴과 패러데이 맥스웰 등 3명의 위대한 물리학자의 사진이 놓여있다는 내용은 미소마저 머금케 한다.
이 엄청 두꺼운 '과학 역사책'은 내용에 앞서 저자의 화려한 경력이 더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 사람의 경력이 곧 그 사람의 능력을 입증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이 저자는 보기 드물게 '문장력'과 '문학적 센스'를 겸비한 문장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산업혁명'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풀어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소소한 이야기들을 알뜰하게 소개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 김명자 전 장관은 30여 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기술정책대학원과정 CEO 초빙교수,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특훈)교수로 화학과 과학사, 환경정책, 과학기술정책을 강의했다. 대학에서 '과학사'를 가르친 경력이 이 책을 쓰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저자는 관계와 정계에서도 8년간 활약했다. 김대중 대통령 정부에서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과 ‘헌정 최장수 여성장관’으로 환경부 장관(1999. 6-2003. 2)을 지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장관들은 남녀불문 대체로 2년정도 '자리'를 지키면 장수장관으로 불려왔다는 걸 감안하면 저자의 4년 가까운 장관 경력은 돋보이는 이력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2001년 제1회, 2002년 제2회 법적 근거에 의한 정부부처 업무평가에서 환경부를 최우수 부처(대통령 표창)로 이끌었던 게 가장 자랑스러웠다고 말한 적도 있다. 장관직에 오래 있으면서 '일 잘하는 장관'으로 인정받은 게 우리네 일반 국민의 눈에는 '인생의 훈장'으로도 비쳐진다. 노무현 시절인 제17대 국회에서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2004. 4-2008. 5)을 지냈다. 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간사를 지내며 ‘군인복지기본법’ 등을 제정했고, 국회윤리특별위원장 등을 지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다보면 '자랑거리'가 수백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채롭고 화려하다. 2017년 여성으로는 '또' 최초로 산하단체가 500개가 넘는다는 한국 과학기술단체총연합 회장에 당선됐다. 73세 때다. 아무리 고령화시대라지만 70대 여성이 한국 최대 과학단체의 '수장'이 됐다는 건 '역사적인 일'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총회장 직을 맡으면서 '일중독자'라는 별명답게 저자는 역대회장들과는 다른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어느 단체에서나 무슨 일을 맡거나 '베스트오브 베스트'를 지향하는 저자의 '신념'덕에 과총은 그동안은 별 알려지지 않았던 단체였는데 저자의 활약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열성적인 생활자세'가 이번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 '원로'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도 이 책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전총리는 서평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에 부딪히면서 누군가가 18세기 이후의 산업혁명의 역사를 쉽게 설명해주기를 바랐는데, 역시 한국과총의 김명자 회장이 한 권의 재미있고 중요한 책을 선물해주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나라나 민족은 자멸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 산업혁명의 교훈이다. 이 책과 함께 역사에서 배우고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어령 전 장관도 "김명자 전 장관은 학계, 관계, 정계를 거친 과학자의 눈으로 산업혁명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우선 그 통합적인 관점이 돋보인다. 특히 젊은이들이 근대 산업문명을 돌아보며 지구별의 미래를 내다보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단언컨대 이 책보다 산업혁명의 통사를 더 잘 집약한 책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령 전 장관의 표현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한 눈에 산업혁명을 베이스로한 세계사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에겐 아주 중요한 '교과서' 같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꼭 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교양과 지적인 만족'을 위해서는 깊어가는 가을밤 머리맡에 두고 읽어볼 만한 '교양서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문화체육부 장관도 이 책을 읽고 '추천도서'로 추천해주면
온 국민이 '유식하고 품위있는 삶'을 누리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요즘 세상이 좀 시끄러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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