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영국 최초 여성총리 대처 이야기 영화 '철의 여인'

스카이뷰2 2019. 12. 14. 16:41



'철의 여인’ 대처와 메릴 스트립 '싱크로율 100%'연기력

 

 

 

20세기말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이자 최장수 총리인 마가렛 대처를 그린 ‘철의 여인’은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솜씨 있게 보여준 영국 영화다. '최고 권력 뒤에 오는 삶'의 허망함에 관객들은 편치않는 인생공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나이든 삶을 견뎌내야하는 귀한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이 영화는 50대 중반 여성감독 필리다 로이드와 2011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배우 1위에 등극한 미국 여배우 메릴 스트립 그리고 그녀의 ‘37년 지기’ 분장사 로이 헬랜드의 합력으로 영국 최초 여성총리 대처를 스크린에 ‘싱크로율 100%’로 복원시키는데 성공했다. 요즘 유행하는 대중적 표현으로 하자면 ‘대처에 빙의된 메릴 스트립’이라고나 할까.

 

대처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 보이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난 대처 전 총리의 ‘허망한 노후’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이 연기로 메릴 스트립은 며칠 전 열린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세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음으로써 금세기 최고 여배우로서 최고의 역량을 보여줬다. “완벽하게 소화해 낼 자신이 없다면 나는 시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녀가 이번 연기에 얼마나 혼신의 힘을 쏟았는지를 알 수 있다.

 

“마가렛 대처의 정치적 색채나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남자만 있는 세상에서 여성 혼자서 느껴야 하는 고립과 고독감, 즉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그렸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대처 총리 당시 영국정치상황에 관한 것을 그렸다기 보다 ‘인간 대처’의 영광과 고독한 노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에 인생의 무상함과 권력의 허망함을 ‘문학적인 시각’으로 그려낸 영화다.

 

영국 잉글랜드 시골 식료품 집 둘째 딸이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로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공관에 입주하기까지 겪는 정치적 시련과 영광, 총리시절 그녀가 내려야했던 정치적 결단 등을 감독은 섬세한 여성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여성이기에 당해야했던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당차게 대처해 나가는 여성총리의 야무진 리더십은 화면 곳곳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

 

‘철없는 남성들에게 어떻게 정치를 맡기느냐’고 호기롭게 외치는 그녀의 당당함 역시 빛난다. “여성이라 전쟁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이라며 은근히 여성총리를 무시하는 남성 정치인에게 그녀는 단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맞받아친다. “나는 매일 매 시간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왔다”고. 여성으로 아내로 그리고 정치인으로 살아온 녹록지 않은 삶이 그녀를 ‘강인한 전사’로 키워낸 것이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도 있지만 여성 정치인에게 의상은 일종의 전투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메릴 스트립이 입고 나온 의상은 이 영화에서 큰 볼거리다. 여성정치지망생들에겐 하나의 '교본'같은 의상들이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은 “그녀의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옷색깔을 사용했다” 고 말했다. 젊은 마가렛 시절에는 담청색, 그녀의 절정기에는 감청색, 재임시기에는 트위드 자켓 컬러인 연보라색을 사용했다고 한다. 총리 자리에 오를 때는 로열 블루에 가까운 색으로, 재임기간 12년째 그녀의 ‘독선’에 각료들이 하나 둘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끝내 퇴임을 종용하는 여론이 몰아칠 때도 그녀는 화려한 의상과 화장으로 도전에 응전하는 여전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주목걸이와 검은 사각 핸드백은 여전사의 필수 아이템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주는 치매에 걸린 여성 노정객의 일상은 서글프다. 우유 한병 사러 혼자 나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감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종착역에 도달할 때쯤엔 ‘최고 권력자’의 영광을 누린 사람의 빛나는 생애조차도 결국은 한낱 녹슨 훈장처럼 허망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감독은 아마 이런 인간적인 페이소스를 권력보다 더 주의 깊게 살폈던 것 같다. 드높은 영광에 도달하기까지엔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도 보여주고 있다.

인생을 어느 정도 아는 50대 중반 감독의 나이에서 나오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골 식료품가게 딸내미에서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 최장수 총리로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마가렛 대처의 생애는 그렇게저물어 갔다. 영화 속에서 ‘88세 치매 할머니’가 된 대처 전 총리가 소녀시절

아버지로부터 ‘가훈’처럼 들으며 자라온 ‘인생 계명’을 홀로 되뇌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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