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타계한 정치인 홍사덕은 '절친'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쓰러져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가슴아파했다고 합니다.
서울사대부고 동기동창으로 고교시절 '짝꿍'이었다는 두 사람은 재계와 정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온 인생이었죠.
이 시각 현재 삼성병원에 입원중인 이회장이 '절친 홍사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몹시 슬퍼할 것 같습니다다.
인생무상이지요. 나이가 들면서 지인들이나 단골책방,식당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걸 종종 목격합니다. 그럴 때면 허무함이 스며듭니다. 뒤돌아볼 필요가 없는게 인생살이일텐데 사라져가는 이런저런 '상황들'을 헤아리다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진다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래는 우리 블로그에 10여년전 쓴 글입니다. 다시 소개합니다.
추억의 ‘이건희 귀마개’
‘뉴스’를 클릭하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한 주간 네티즌 최다 클릭 Top 8>이라는 제목아래 8가지 뉴스 항목이
순위별로 적혀있었다. 그 가운데 톱 기사가 바로 ‘이건희 귀마개’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파란색 파커를 입고 귀마개를 하고 서있는 사진도 곁들여 나왔다. 호기심에 한 번 클릭해 봤다.
기사는 ‘귀마개’하면 춥고 배고프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소품이어서 아무래도 ‘패션’과는 거리가 있다는 서두로 시작했다.
이런 서론에 뒤이어 “그러나 ‘회장님’의 귀마개는 달랐다. 최근 2014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 누구보다 분주한 행보를 보인 삼성 이건희회장의 ‘럭셔리 귀마개’ 패션이 화제다. 이 회장이 평창에서 선보인 귀마개는 명품의 대명사 루이비통 제품. 이 귀마개는 루이비통 2006년도 F/W(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상품으로 국내 매장가는 246만원에 달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귀마개는 ‘완판된 상태로 매장 재고는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귀마개를 사간 사람이 이회장말고 더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홍보담담 상무는 “어느 브랜드인지는 전혀 아는바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의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들이 매스컴에 오르내려 행여 ‘회장님’의 이미지가 훼손될 걸 우려한 ‘홍보담당자’다운 발언 같다. 하지만 나 같이 명품에 어두운 사람도 한 눈에 루이비통인지 알겠는데 삼성의 홍보 상무가 어느 브랜드인지 모른다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이건희 회장과 개인적으로 수인사라도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그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이 기사를 몇 차례 더 읽어보고 500여개의 댓글들도 대충 훑어보았다.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평등주의’가 강한 편인 우리나라 사람들답게 ‘이건희 귀마개’에 대한 댓글들 중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대체로 무슨 귀마개 하나에 246만원이나 하는 걸 쓰고 다니느냐고 힐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재벌로서 그 정도도 못하냐, 니가 사준 것도 아닌데 웬 말이 많냐”라는 식의 댓글도 적지 않았다.
언젠가 ‘5대그룹 총수의 성격분석 보고서’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국내 굴지의 재벌 회장들에 대해 심리적 분석과 성격 분석 등을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브 융과 마이어스 브릭스라는 학자가 제시한 학설에 의해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별명은 ‘마지막 십자군’. 동일 성격 유형의 유명인물로 미국의 유명한 성격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김수환 추기경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로버트 드니로와 이건희 회장과는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다.
이런 성격 군에는 정신과 의사나 인문사회분야 교수가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한다. 이미지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삼성개혁을 외쳐온 이회장의 이미지와 맞는 얘기 같다.
다른 재벌 총수와는 달리 이건희 회장은 가끔가다 ‘철학적인 어록’을 세상에 선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이건희 회장을 ‘다소 수줍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낯선 상황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색하고 긴장을 느끼는 유형’이라고 분석해 놓았다. 그러면서 발상이나 표현법이 이론적이며 복잡하고 추상적이라고 설명했다.
AB형인 이건희 회장에 어울리는 분석처럼 보인다. 이 회장은 이제까지 ‘베일에 쌓인 재벌회장’으로 일반에 알려져 왔다. 그래서인지 왠지 그는 ‘속물적인 부자’의 패턴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 회장이 대한민국을 향해 가장 세게 말한 어록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10여 년 전인가 “대한민국은 다른 분야는 다 잘 돌아가는데 정치인들은 4류”다 라고 말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 ‘괘씸죄’에 걸려 삼성이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도 돌았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 회장은 다른 재벌 회장들에 비해선 ‘좋은 이미지’로 일반인에게 어필해서인지 작년인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미지 좋은 재벌회장 1위로 꼽혔던 일도 있다.
실제로 그의 이미지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삼성의 수많은 부하들이 ‘회장님의 이미지 선양’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녀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소한 ‘좋은 이미지의 회장님’이라는 입지를 굳힌 것만은 사실이다.
아무 상관없는 나마저도 ‘이건희 회장’하면 어쩐지 ‘정’이 많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애쓸 줄 아는 부자일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을 정도이니 어쨌거나 이건희 회장은 나름대로 ‘이미지 관리’를 잘 해온 회장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때때로 그에게서는 신비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그만하면 ‘국내 최고 재벌 총수’로서 ‘완벽한 이미지’ 연출에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그가 어쩌다 참석하면 ‘빅뉴스’가 되고 심지어는 대통령 초청의 청와대 행사에도 이건희 회장이 참석하면 언론에서 더 비중있게 다루는 것만 봐도 대한민국에서 ‘이건희’의 존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가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재작년이 되었나, 그의 막내딸이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미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대한민국은 엄청난 충격 속에 휩싸였었다.
나도 그때 엄청나게 놀랐다. 요새 젊은 여성 연예인들이 잇따라 자살한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었다. 연예인들의 자살이야 그녀들의 역경을 감안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부자 아빠를 두었고 그녀 자신도 2천억 원이 넘는 상상도 잘 안가는 자산가라는데 왜? 자살을 했을까? 나 같은 평범한 소시민으로선 정말이지 아무리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우울증이 그래서 무서운 거라는 얘기를 의사들의 ‘사후 약방문’을 통해 듣긴했지만 지금도 이 회장 막내따님의 자살은 미스터리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아무튼 그런 엄청난 사건을 겪을 당시 이 회장은 암 치료차 딸이 숨진 미국땅에 함께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이 회장의 건강이 아무래도 악화될 것 같다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지만 그는 다행이 건강을 회복했다.
그 이후에도 삼성은 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시달림을 받았고, 지난해인가는
8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회에 ‘쾌척’한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수많은 말들이 퍼져나갔다. ‘삼성 죽이기’의 일환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와중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강원도 평창에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실사단과 함께 평창까지 달려갔던 것이다.
그날 그 곳이 얼마나 추웠는지는 모르지만 이 회장이 왜 그렇게 커다란 귀마개, 그것도 세계적인 명품이라는 ‘루이비통’ 귀마개를 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그가 246만원짜리 거금 귀마개를 한 것에 대해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루이비통 정도라면 굳이 이건희 회장같은 최고부자들이 아니어도 웬만한 중류 이상의 재력을 가진 사람들, 아니 20대의 평범한 처녀사원들도 돈을 모아서 살 수 있는 그런 등급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최고 부자로서 그 정도 가격의 귀마개를 못하란 법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회장이야 아랫사람이 혹은 부인이 코디해 주는 대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 귀마개를 착용했을 확률이 99%라고 본다.
‘이건희 귀마개’라고 매스컴에 조명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매스컴의 단골 메뉴 중에 하나는 부자들의 ‘사치 풍조’를 공격하는 것같다. 잊을만하면 심심찮게 호사를 누리는 이야기들을 ‘특집’으로 다루곤 한다.
언젠가는 삼성 이건희 회장가의 식탁에 한 접시에 90만원 짜리 ‘해물파전’이 오르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씁쓸해 한 적도 있다.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그런 걸 신문에 쓰는 사람들이 더 우스워서였다. 국내 최고부자인데 그 정도의 소비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걸 범죄시하는 시선이 더 걱정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그 댁의 혼사에 안사돈 될 분에게 4천만원짜리 무슨 핸드백을 예단으로 보냈다는 내용도 나왔었다. 그 후 얼마 있다가 텔레비전에 보니까 그냥 보통 사람들의 혼사인데도 사위가 판사인가 하는 집의 안사돈에게 1천2백만원짜리 핸드백을 보냈다는 얘기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건희 가에서 4천만원짜리 핸드백 보낸 거야 별 흉은 아니지만 평범한 판사 집의 모친에게 그렇게 비싼 핸드백 보낸 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사시에 붙었다는 이유 하나로 여염집 아낙이 1천만원이 넘는 핸드백을 예단으로 받아 들고 다녀보겠다는 그 '모정'이 한심하다.
이렇게 재벌들의 ‘호화 사치 풍조’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그럴 때마다 일반 독자, 특히 서민들은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매스컴의 보도태도는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그 정도의 소비도 하지 않고 그냥 서민들처럼 바들거리며 살아간다는 건 더 이상 미덕이 아니지 않은가.
단지 이번 이회장의 경우 특정상표의 로고가 뚜렷하게 박힌 제품을 해 ‘시선’을 모았다는 건 ‘아랫사람’들의 실수였다고 본다.
웬만해선 ‘상표’가 드러나는 명품을 그런 부자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일이 있다.
어느 제품인지도 모르는 ‘엄청난 명품’을 슬쩍 걸치고 사용하는 게 진짜 명품마니아들의 취향이라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이건희 회장의 루이비통 귀마개는 그런 면에서 좀 껄끄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네티즌들의 답글 가운데는 ‘이회장 자신은 그 귀마개가 얼마짜리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라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그 바쁜 ‘회장님’이
까짓 귀마개 하나에 신경 쓰게 되었냐는 것이다.
더 웃기는 건 어느 네티즌이 ‘부자 노인네가 좀 비싼 귀마개 했기로서니 뭔 말들이 많냐? 니들보고 돈 내라했냐? 이 바보들아!’라고 쓴 답글이었다.
아직은 ‘청년기운’이 있어 보이는 올해 66세의 이 회장은 아마도 이 ‘노인네’라는 소리에 가장 큰 쇼크를 받았을 것 같다. 다른 건 참아도 아마 이 ‘노인네’ 취급 받는 건 회장님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견디기 어려운 ‘감정 태클’일 것이다. ^^
아무튼 이건희 회장은 본의 아니게 야후 선정 ‘네티즌 최다 클릭 톱’을 차지하면서 다시한번 그의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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