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에게 혼난 탤런트 이훈의 ‘굴욕’
며칠 전, 즐겨 보는 텔레비전의 심야 토크 쇼를 보다가 아주 불쾌해진 일이 있다. 이훈이라는 탤런트가 나와서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촬영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이 토크쇼의 포맷은 한 주제를 놓고 출연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고 그 얘기가 시청자들의 ‘대세적인 여론’에 맞으면 박수와 환호를 받고 그렇지 않고 ‘여론 순위’에서 하위를 차지하면 ‘거센 바람’을 얼굴에 맞아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는 예전보다 굉장히 영리해진(?) 것 같은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감추고 싶었던 ‘처절한 신상 이야기’를 과감히 하면서 오히려 인기를 얻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요즘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신세대 가수 ‘비’가 나와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땐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그래서 우리 블로그에도 소개했었다.
그 날은 ‘사랑과 야망’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던 탤런트들이 나와 방송국측이 제시한 주제를 놓고 ‘수다’를 떨었다. 그 드라마를 보질 않아 그들이 과연 연기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쩌다 채널을 돌리는 과정에서 잠시 본 느낌은 ‘20년 전 배우들보다 못하다’였다.
수십 년 동안 드라마를 봐온 ‘왕시청자’여선지 잠시 비치는 장면에서도 그 드라마의 ‘질’을 판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척하면 삼천리’로 드라마를 골라 보게 된 요즘엔 그만큼 볼 드라마가 많지 않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마저 갖고 있다.
20년 전 드라마작가 김수현씨가 쓴 ‘사랑과 야망’은 당시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나도 그땐 거의 빼놓지 않고 그 연속극을 봤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성훈이 열연을 했고, 그 드라마를 끝으로 은퇴한 차화연의 연기도 인상에 남았다.
하지만 20년 전 드라마를 다시 ‘재탕’해 방영하고 있다는 게 영 탐탁지 않았고, 그 동안 매스컴에 나온 김수현씨의 이런저런 ‘오만스러운 발언’들 탓에 그녀의 작품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어 이번엔 전혀 보지 않았다.
그날 탤런트 이훈은 자신이 ‘김수현 선생님’으로부터 야단맞은 이야기를 아주 상세히 말했다. 그 중에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 힘든 발언이 나왔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연기 미숙’으로 이훈은 김수현에게 줄곧 지적을 받았었나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훈이 김수현에게 자신의 연기가 괜찮아졌다는 소릴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에 ‘김수현 선생님’이 한 말씀이 정말 가관이었다. 그녀는 “대한민국 오천만 명이 다 좋다고 해도 내가 아니라면 아닌거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그 발언은 그 순간 큰 활자로 TV화면에 자막 처리되었다. 아마도 방송국측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삼아’ 그녀의 발언을 강조해주고 싶었나보다. 그녀의 발언 뿐 아니라 다른 출연자의 발언들도 좀 ‘튄다’ 싶으면 으레 대형 활자로 자막처리해주는 게 방송국의 관례인 것 같다.
아무튼 “대한민국 오천만이 다 좋다 해도 내가 아니라면 아니다”는 ‘오만의 극치’에 달한 김수현의 발언을 이훈의 입을 통해 듣는 순간 ‘하이고! 웃겨! 잘났구만’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리 가족들도 그 소리에 분개했다.
그런 소리를 그 당시 상황에서 직접 보고 듣지 못했기에 섣불리 말하긴 좀 그렇지만 설령 ‘농담’으로 치부해 버린다 해도 ‘정도’를 벗어난 발언인 것 같았다. 아무리 유명 방송작가는 탤런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라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이훈은 이 말 외에도 자신이 그 드라마를 하면서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꾸지람’들을 몇 가지 더 소개했다. 그의 이런저런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김수현의 ‘오천만 발언’은 그냥 지나가는 ‘농담’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동안 ‘드라마시청률의 여왕’으로 인정받았고, 연속극의 ‘지존’이라는 ‘거룩한 별명’을 듣고 살아왔다. 6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위세 등등한’ 그녀와 개인적으로 불쾌한 일을 겪은 일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우리 앞에 심심찮게 드러낸 ‘발언’들을 돌이켜보면 ‘인품과 작품’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이 그렇게 우수하고 대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다른 애송이 작가들보다는 낫다는 것이지 그녀의 작품이 감탄할 수준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하고 싶다.
김수현 자신이야 ‘오천만 시청자’를 우습게 여기고,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자신의 손안에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을 하고 살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다른 시청자들도 느끼시겠지만 그녀의 작품엔 왜 그리 ‘신경질쟁이’들이 많이 나오고 왜 그리 ‘이상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이 나오는지 몇 편 보고나면 짜증이 나서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그녀의 작품이 아무리 인기를 끈다 해도 보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녀가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드라마작가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스스로 “대한민국 오천만 명이 다 좋다고 해도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라고 호기를 부리면서 말했다면 “착각도 유분수”라는 말을 선사하고 싶다.
언젠가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정말 정말 나를 능가하는 훌륭한 후배가 자꾸 나오기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여성은 ‘후생이 가외’라는 말도 모르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식의 발언을 태연히 하는지 모르겠다. 이 발언뿐 아니라 지금 자세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녀는 각종 신문 잡지 인터뷰에서 수시로 자신의 ‘재능’을 과시했고, 자신이 ‘최고’라는 걸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곤 했다.
아무리 인간이 ‘제 잘난 맛에 사는 동물’이라지만 나이가 65세 정도면 ‘겸손’이 뭐라는 걸 알만한 나이도 되었건만 그녀의 ‘오만’은 끝간 데를 모르는 것 같다.
그렇게나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이라면 왜 20년 전에 써서 방영됐던 드라마를 ‘재탕’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릇 제대로 된 ‘작가’라면 과거의 작품에 연연해하지 말고 늘 새로운 ‘도전 정신’으로 새 작품을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기야 그녀는 어느 인터뷰에서 “20년 전 것과는 별개의 작품”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녀 자신도 ‘재탕’에는 좀 쑥스러웠나보다.
요샌 툭하면 ‘아무개의 굴욕’이라는 타이틀로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당한 케이스’가 온라인 뉴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아마 요즘 신세대들은 그렇게 ‘망가지는’ 연예인의 모습에 열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전 자료를 수집하려고 검색창에 ‘이훈’을 쳤더니 ‘이훈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몇 개의 자료가 나왔다. 우리 블로그로 인해 아마도 이훈의 ‘굴욕’이 하나 더 느는 셈이 될 것 같다.^^
‘김수현할머니’에게 야단맞은 이훈의 ‘굴욕’을 보면서 위세등등한 ‘방송 권력’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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